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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통합광역시 정부 간섭에 자유롭지 못해…

작은 통합광역시 정부 간섭에 자유롭지 못해…
[경기일보 2009-8-12]
18대 국회가 문을 연 뒤 제기된 정치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으로 신(新)중앙 집권화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으로 ‘고비용 저효율’인 행정구조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찬성론자들의 입장과 달리 반대론자들은 중앙집권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가칭)광역행정청으로 대표되는 광역행정기구의 설치(안)가 이같은 주장들의 근거다.

◇국가광역행정기관의 허와 실
국회에 제출된 7개의 법안 중 행정체제 개편 과정의 주도적 법률(안)으로 평가되는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과 권경석 의원,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제출한 법안들은 모두 ‘도’ 폐지 및 시·군 통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이들 법안들은 국가 광역행정기관을 설치, 통합광역시간 갈등 조절 및 중앙정부사무 수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역행정기관 설치를 추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허태열 의원은 제출법안에 이같은 광역행정기구를 ‘(가칭)광역행정청’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찬성론자들은 광역행정청 설치로 인해 도의 권한이 사라지면서 기관위임사무가 폐지되고 국토지방관리청, 통계사무소 등 특별행정기관 업무가 지방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통합광역시 신설로 자치단체 규모와 역량이 커져 분권 논의가 활발해지는 만큼 광역행정청은 갈등 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어 지방자치의 균형을 이끌어내는 순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신중앙집권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도 폐지 및 분할에 따라 신설되는 광역시는 중앙정부와 직접 연결되지만 현행 도보다 규모가 작은 통합광역시가 중앙정부의 간섭에 대해 자율성을 지켜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도에 비교할 수 없이 적은 인구, 재정 등을 가진 광역시가 중앙정부의 권력에 대한 견제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의문시된다는 논리다.
또 도의 권한이 나눠져 국가광역지방청과 광역시로 이관될 경우, 광역시가 처리하기 어려운 사무나 기능 등을 국가가 처리할 수밖에 없어 중앙집권적 경향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정부가 지금도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현실이 이같은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기우 교수는 “기존의 도를 폐지하고 분할해 몇개의 통합광역시로 쪼개면 도가 갖고 있던 정치적·재정적·행정적 역량이 분산돼 약화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역량이 부족해 지방정부에 권한을 맡길 수 없어 중앙정부가 직접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성립시켜 중앙집권화의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도-시·군간 상호보완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한 마찰을 국가 광역행정청과 통합시가 상호보완적 관계를 설정,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 퇴보, 중앙집권체제로 회귀
이런 가운데 도를 폐지한 뒤 그 자리에 광역행정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은 현행 ‘도-시·군-읍·면·동’의 3단계 지방행정계층의 효율화를 위한 행정체제 개편이 오히려 비효율적인 중복구조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되는 현행 행정계층을 개선하는 방법이 오히려 더욱 비효율적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광역행정청 설치와 함께 통합광역시 하부조직으로 현행 시·군을 행정구로 설치토록 하고 있어 ‘광역행정기관-통합광역시-행정구’의 3단계 행정계층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행 ‘1행정 2자치’ 체제가 ‘2행정 1자치’ 계층으로 바꿔 지방자치 의미가 퇴색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신설되는 광역시 대표들로 구성된 준(準) 의회적 성격의 지방광역행정심의회를 둬 국가광역행정청을 제어하겠다는 대안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법적 구속력 없는 심의회가 제 기능을 수행할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명지대 정세욱 명예교수는 “국가광역행정청과 광역대도시간의 권한과 기능을 분리해 상호대응가능한 협력관계를 정립한다지만 이는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며 “광역지방행정청 설치는 지방자치를 약화시키고 중앙집권체제로 회귀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동식기자 dosikim@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