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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곳 일제히 삽질… 도심 `大혼란`

25곳 일제히 삽질… 도심 '大혼란'
[구도심 개발열기 몸살] ①구도심 전체가 공사판 변모
2009년 09월 10일 (목) 이정하기자 jungha98@suwon.com

수원지역 도심 곳곳이 파헤쳐져 대형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광교산에 올라 수원 도심을 내려다보니 어림잡아 20~30여곳이 움푹 파인 웅덩이 모양새다. 듬성듬성 기계충을 앓는 사람처럼 흉한 모습의 도심 하늘은 흙먼지로 뒤덮이고, 소음에 시달리는 시민은 귀를 틀어막고 잔뜩 찌푸린 얼굴로 신경질을 부린다. 시청 앞에선 연일 주민들의 집회가 열리고, 붉은색 물감으로 '투쟁!, 각성하라! 등의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거리에 나붙는다. 2012년 어느 날 수원의 일상적 풍경을 그려봤다. 도시재정비사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구도심 전체가 공사장으로 변모할 시가지의 미래를 연속 3회에 걸쳐 짚어본다.

①구도심 전체가 공사판 변모
②주민 갈등의 '씨앗'… 시는 뒷짐
③시민 자발적 개발 '새빨간 거짓말'

수원지역 25곳의 구도심권 재정비사업이 2011년이면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총 25개 구역 260만241㎡ 중 20개 구역 176만2848㎡가 재개발사업으로 추진된다. 또 3곳이 주거환경개선사업(74만4855㎡)으로, 나머지 2곳(9만4873㎡)이 재건축사업으로 재정비된다. 현재 재개발사업 구역은 111-4구역과 115-1, 115-3구역이 조합설립을 마쳤으며, 111-1구역 등 14곳이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걷고 있고, 나머지 3곳도 행정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또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착공에 들어갔거나 보상이 진행 중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구조안전진단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재건축구역은 사업 추진이 흐지부지한 상태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재개발사업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서둘러 내년 하반기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시와 해당사업구역 주민들은 사업이 완료되면 구도심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고등동 3구역 주민 김모(53) 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주차전쟁과 쓰레기 방치, 도로 곳곳이 파이고, 얼기설기 엉킨 전선과 방송케이블 등 불량한 주거환경에서 탈피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가 50만 명 이상의 대도시는 재개발구역 정비구역 지정의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함에 따라 사업 추진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사업구역 절반 이상이 조합설립을 마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행정절차 추세라면 2012년이면 대부분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재개발구역이 한꺼번에 착공에 나서면 수원 구도심 전역이 안전펜스로 둘러싸인 공사장으로 변모할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구나 기존 광교와 호매실 택지개발사업, 재건축, 광역철도 사업 등도 진행되고 있어 도심 전체가 개발열기에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광교신도시처럼 비교적 시 외곽지역에 동떨어진 사업장이 아닌 호매실지구처럼 도심지역에서 공사진행되면 교통체증은 물론 분진 및 소음 등 공사 관련 각종 민원이 빗발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호매실지구는 공사장 미세먼지 날림과 소음 발생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업계는 또 주민 수만 세대가 한꺼번에 이주하게 되면 재개발구역 주변은 물론 수원 전체 집값 및 전셋돈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원재개발클럽 김기철 대표는 앞서 "전세 물량이 동나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히 전셋돈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이런 피해는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어 순차적인 개발계획 승인과 이주단지 조성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해 시도 모든 행정절차를 먼저 마친 구역부터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으나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2006년 재개발예정구역 지정 이후 3여년의 시간이 걸린 상황에서 또 연기된다면 재개발사업에 동의한 주민들의 반발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애초 재개발예정구역을 단계별로 나눠 추진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못 이겨 한꺼번에 추진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구도심 재정비를 위한 진통의 과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사업구역이 광범위한데다 공사가 산발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커 난립 수준에 가까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소 개발면적이 1만1635㎡ 규모에서 최대 36만154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재개발구역 25곳을 지정할 때부터 예견됐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특히 사업이 완료됐다 해도 단독밀집지역을 아파트단지로 정비하는 사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 도시재생사업단 관계자는 "적체된 도심의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도시재생사업과 달리 재정비사업은 말 그대로 기존 건물을 헐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에 불과하다"며 "사업구역간 개발계획에 큰 차이가 없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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