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장학활동 위해 전 재산 기부한 돈도 나라가 빼앗나”

“장학활동 위해 전 재산 기부한 돈도 나라가 빼앗나”
[경기일보 2009-10-27]

전국 20여개 대학의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해온 ‘구원장학재단(이사장 황필상)’이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재단은 지난 16일 수원세무서로부터 재단측에 부과된 140억원의 증여세 미납을 이유로 5억450만원의 예금 등 현금자산을 압류 당했다.
가압류 조치는 재단이 보유한 기본재산(11계좌) 13억원, 보통재산(15계좌) 4억1천만원 등 17여억원의 현금자산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재단을 설립할 당시 ㈜수원교차로 대표이사 황필상씨(62)가 주식의 90%인 217억원을 기부했다가 증여세 납부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과 증여세법에는 ‘발생주식의 5% 또는 10%이상을 공익법인에 출연할 때 증여세 대상이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은 경희대, 경기대 등 도내 대학을 비롯한 전국의 20개 대학 104명의 학생에게 지급할 장학금 4억여원과 사무실 임차료 등을 지급할 수 없게 돼 사실상 ‘업무중단’ 상태이다.
재단은 최소한의 장학사업에 필요한 장학금, 인건비, 경상비 등을 지출할 수 있도록 2억4천만원이 예금된 은행 계좌 7개에 대한 압류 해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수원세무서는 법에 따라 압류를 진행할 방침이다.

◇구원장학재단 설립과 장학사업
구원장학재단은 지난 2002년 10월 황필상씨가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자신이 소유한 217억원 상당의 ㈜수원교차로 주식과 현금 10억원을 기부하면서 설립됐다.
황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군대를 제대하고 27살에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뒤 프랑스 국립과학응용기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KAIST에서 기계공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1991년 ㈜수원교차로를 창업했다.
재능은 있지만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학생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황씨는 사회에서 얻은 재산을 환원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회사 주식을 기부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이후 재단은 전국 20개 대학 1천352명의 학생에게 총 43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고, 각 대학의 교수들이 진행하는 52개 연구과제에 16억원을 지원하는 등 대학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7명의 감사를 두고 7년간 투명하게 장학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건실하게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재단은 지난해 9월3일 수원세무서로부터 210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받고 무신고했으니 140여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세무서에서는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기부액이 영리기업 출자총액의 5%를 초과할 경우 증여세를 내도록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적용해 67%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에 재단은 같은 해 11월 감사원에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지난 9월 감사원은 ‘재단의 장학활동을 위한 기부행위는 인정되나 현행법상 증여세 부과가 적법한 절차라 구제하기 어렵다’며 재단의 심사청구를 기각했다.

◇구제 방법은 없나.
구원장학재단의 재단 주식과 부동산은 국세청에 압류된 상태이며, 140억원의 세금은 체납가산금이 더해져 16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와 함께 지난 19일 수원세무서로부터 ㈜수원교차로 주식 12만주 가운데 90%인 10만8천주에 대해 주식채권 인계요청을 받아 사실상 기부한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황씨는 “평생 모은 재산을 좋은 일에 써 보겠다고 내 놓았다가 봉변을 당한 것 같다”며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돈을 기부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돈을 뺏어 가고 돈 한푼 안 낸 사람들은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살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인가”라며 분개했다.
한국세무사회 박풍우 전문상담위원은 “현행법상 출자 총액의 5% 또는 10%를 초과할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는 방법도 있으나 사실상 해당 요건을 갖추기가 어려워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해당 조항은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세운 뒤 주식증여를 통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상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편법으로 경영권을 상속할 의도가 없는 중소기업이나 좋은 의도의 기증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어 관계 법령의 개선이나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황 이사장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내는 한편, 내달 중 변호인단을 구성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인터뷰 )황필상 구원장학재단이사장
“전 재산 잃는 것보다 재단 사라질까 걱정”
“남을 도우려고 하는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할 수 있습니까? 사실상 장학사업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국세청의 은행 예금 압류로 지난 22일 전국 20개 대학에 장학금 지급 정지 안내 공문을 발송한 구원장학재단 황필상 이사장(62)은 현행 증여세법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다음은 황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재단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난 25일이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날이었다. 수원세무서에 직원들의 급여를 줄 수 있도록 예금 계좌 압류를 해지 해 줄 것을 요구해 750만원을 받아 이번 달 급여는 지급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형태로 운영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법적 대응 방법은.
▲2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작성해 제출했다. 해당 세무서에 가압류된 예금 계좌에 대한 지속적인 압류 해지 요청을 할 것이며 관련 전문가와 변호인단 등을 구성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다.

-이번 일과 무관하게 재단은 존속되는가.
▲모든 재산이 날아 간다고 해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재단 만큼은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최원재기자 chwj74@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