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태성기자]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경기도를 '희생양'으로 삼아 완성되고 있다.
정부기관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수도권 기업을 이전시켜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세종시 블랙홀'은 수원 삼성 등을 제물로 선택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세종시 기업유치 방안을 보고받으면서 "수도권 기업을 빼오는 일은 없도록 하라"는 등 5대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여론무마용'에 불과했음을 뒤늦게 알아챈 도내 정치·경제계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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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삼성그룹에 삼성LED 본사에 대한 세종시 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LED 정문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 |
▲'도를 넘어선 삼성 이전'=정부는 세종시 수정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줄곧 수도권 기업을 탐해 왔다.
은밀하게 도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종시 이전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도내 기업인들을 초청, 간담회로 압박할 때부터 우려는 컸다.
특히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삼성그룹 일부 이전이나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그러나 삼성이 검토한 바이오시밀러 이외에도 그룹차원서 사활을 걸고 투자하고 있는 '삼성 LED'분야 이전을 압박하자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떠나는 향토기업 삼성 LED'=삼성 LED는 지난해 4월 LED분야 진출을 위해 삼성전자·전기가 합작형태로 수원서 창업한 향토기업이다.
삼성 LED는 창업 8개월만인 지난 첫해에만 8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림에 따라 삼성그룹은 물론 글로벌 LED 업계도 시장 선점 가능성에 주목할 정도다.
정부가 세종시 기업 유치 목표로 삼성LED 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정부의 세종시 수정을 위한 체면유지 차원의 삼성LED 이전 조치는 결국 1차 협력업체 100여개 등 도내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의 연쇄이전을 초래, 도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산업정책 마저 휘청'=정부가 이미 공언한 파격적인 세무·재정적 지원도 관련 산업 중소·중견기업들의 이전을 촉진시키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협력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산업단지 등은 '공동화'를 넘어, 지역내 흉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삼성LED는 경기도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피와 살'을 떼어낸 회사여서 수원은 물론 지역경제 기여도가 감소된다. 아울러 대기업과 도내 20여개 중견기업이 동시 견인하고 있는 'LED산업메카'로 손꼽히던 경기도의 신성장동력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서울 대기업들의 세종시 이전 소식도 수도권산업에 치명타다. SK 및 한화가 세종시 입주를 고려중인 신재생에너지 및 태양광 사업 등도 도내 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해 중복투자로 인해 국가산업발전정책에도 저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계 관계자는 "산업은 정부기관 만큼이나 집적화가 중요한 만큼 교육·과학 등 특화 및 분산이 가능한 부문만 세종시로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