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보편적으로 알려진 단어, 해트트릭을 제목으로 썼지만 이명박 정권이 기록한 자살골 회수는 세골을 넘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친박 의원 죽이기, 미디어 법, 외환관리 실패로 인한 달러낭비, 미국산 쇠고기 파동, 용산 철거민 참사, 국민적 갈등과 충청권 민심의 이반, 그리고 여타 지역의 역차별 불만을 야기한 세종시 수정안, 안상수 원내대표의 교만으로 비롯된 불교 갈등, 국민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 등 하나 같이 민생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고를 낭비하고 국격을 실추시켜 국민의 우려와 탄식을 자아낸 정권의 실패작들이다.

그런 산더미 같은 악재를 짊어진 채 중간 평가 성격을 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부 여당이 가득이나 흉흉한 민심을 억지로 달래가며 공천 작업에 착수했으나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면 은밀히 추진했던 남북정상회담일 것이다. 얼마나 거창한 선물을 제공하려고 우리 관광객을 죽이고 근로자를 억류하는 북의 김정일을 만날 계획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중단된 금강산 관광 문제, 개성공단 활성화는 몰론, 그 외의 선물보따리를 안겨줌으로서 평화협정이라도 맺는 깜짝쇼를 연출하여 일거에 판세를 뒤집으려던 계획이 있었으리라는 심증은 있었다. 그리고 그 제안에 대한 대답이 천안함 침몰 사고였다면 왜 그 동안 이명박 정부가 끙끙 앓으며 갈팡질팡했는지 해답이 될 듯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치명적인 자살골을 들자면 공천에 의한 친박 죽이기, 세종시 수정안, 그리고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성급한 “북의 소행 배제” 예단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첫 걸음은 친박 죽이기였다. 이회창 선진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다급하게 동반자 예우를 약속했던 이명박이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공천권을 남용해서 친박 의원들을 학살한 결과는 자기편 선수 이재오, 이방호, 박형준 등, 자기 편 주력 선수들을 죽여버린 결과로 돌아왔으니 자살골 치고는 엄청난 자살골이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이 등을 돌려 버리는 바람에 시작부터 절름발이 여당이 되고 말았다.

그쯤에서 박 전 대표 죽이기를 포기하고 경제 살리기에나 전념했더라면 그래도 좀 나았으련만 집요한 성격은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또 다른 자살골을 명중 시켰다. 대선 때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 열두 번도 넘게 완벽한 세종시 만들기를 약속했지만 하루아침에 공약을 뒤집고 기업도시로 만든다는 미명하에 원안고수가 분명한 박근혜 날개 꺾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민심이 더 먼저 행간에 깔린 속셈을 간파,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철벽에 부딪쳤고 설상가상으로 사탕발림으로 제공하려던 기업 유치 계획은 여타 지역의 역차별 불만을 불러 일으켜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손해만 봤다.

그리고 마지막 자살골은 바로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예단이다. 60년 이상을 북과 대치해온 국민의 정서는 군과 관계된 사고는 우선 북을 의심하는 것이 당연지사였고 실제 대부분이 진실로 드러났었다. 더구나 연평도 해전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분쟁이 그치지 않았던 서해바다 북방한계선 근처에서의 사고는 가장 먼저 북의 소행을 의심하는 것이 순서일진대 이명박 정권은 무슨 속셈이었는지 성급하게 북의 소행은 아닌 것 같다는 예단을 내렸고 그 순간부터 국민은 의혹에 싸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국가안전보장 회의의 주요 멤버 거의 전부가 병역미필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예단의 배경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가득이나 갈팡질팡하는 군 당국의 발표는 비등한 의혹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되어 정부와 여당을 장병들의 목숨과 국가 안보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이라고 싸잡아 욕하기에 이르렀으니 이명박 정권에는 설상가상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어제(9일)무죄가 선고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은 우리나라의 위대한 검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악재다. 한 전 총리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판결이 난 지금도 아리송하지만 검찰이 바보짓 한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인을 범죄 혐의로 조사를 할 때는 미리 증거를 확보해 놓고 기소를 해도 정치적 탄압이니 표적 수사니 하며 말이 많은 법인데 그런 풍토를 익히 잘 아는 검찰이 물증 확보도 없이 야당의 정치인을 기소한 것은 지방선거라는 행사를 앞두고 야당의 강적 하나를 제거할 목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되 위대한 검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자살골이 아닌가 싶다.

자기 편 주력의 다리까지 분지르고도 여전히 계속되는 친박 죽이기는 이미 지방선거 공천 독식으로 예상되는 일이지만 세종시 수정안과 천안함 사고 수습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제자리를 맴돌던 세종시 수정안은 천안함 사고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쳐 말 그대로 두 동강이가 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돌아볼 여유도 없는 천덕꾸러기가 됐고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운 천안함 침몰사고는 4월로 예정되었던 깜짝 쇼를 물거품으로 만든데 그치지 않고 단 시일 내에 원인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어렵게 되었으니 두고두고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니 이 또한 이명박 정권에는 독약이다.

친박 죽이기 세종시 수정안은 충청도 표심을 외면하게 만들고 선거의 여왕에게 개입하지 않을 훌륭한 명분을 주었다. 그런가 하면 천안함 침몰 사고는 정부 여당의 형편없는 안보개념을 여지없이 노출시키고 정체성까지 의심 받게 되었으니 이번 지방선거가 여당에게는 지옥선거다. 신뢰는 일찌감치 집어 던졌고 약속은 한 가지도 지킨 게 없는데다 안보마저 믿을 수 없으니 대체 뭘 내걸고 선거를 치르려는지 모르겠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설마 또 박 전 대표 원피스 자락 붙잡고 읍소하려나? 그러나 이미 천명한 대로 절대 개입할 일이도 도와줄 일도 아니다. 매 맞을 놈은 맞아야 하고 쫓겨날 놈은 쫓겨나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자살골이나 넣는 못난 놈들이 심판 받는 꼴을 냉정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