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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인-염태영

심재인-염태영

수원시장 6·2 지방선거가 흥미롭게 짜였다. 지난 민선 15년의 고정 틀을 깼다. 구각을 넘어 새 지평을 열겠다는 결의가 엿보였다. 수원의 고루한 전통을 지나, 글로벌시대를 보는 세대교체 깃발이 크게 나부꼈다. 전환점에 선 새로운 수원사(史)를, 다시 쓰겠다는 두 사람의 강한 열망에서 보면 그렇다. 수원을 바라보는 신(新) 사고는 이렇게 둘 다 일치했다. 하지만 시정(施政)을 향한 프레임(개념틀)은 거리가 컸다. 한 사람은 하드 쪽에, 다른 하나는 소프트 쪽에 무게를 뒀다. 수원은 과연 바뀔 건가.
‘심재인’이란 입지전적 인물이 집권 한나라당 간판을 걸고 출마의 변을 울리더니, 이번에는 스스로가 차세대를 내세우며 고고성을 울렸던 ‘염태영’이 민주당 공천을 확정지었다. 예상은 했다. 두 사람의 수원시장 대결구도는 어쩌면 100만 수원시민의 선택을 분명히 해줬다는 데서 가볍다. 한 사람은 자신의 표현대로 살림꾼이다. 그런가 하면 또 한 사람은 수원을 한 번 확 바꿔보겠다는 자칭 야망의 사나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나 오늘의 수원 당면과제인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이루어야 한다는 시민 욕구다. 15년의 전임 두 시장은 수원의 붙박이였다. 그리고 ‘수원적’ 역린에 묶여 사고의식이 수원 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출신학교로 얽혀 양쪽 선후배로 갈렸다. 옴쭉달싹못하게 묶어 놓았다. 그래서 그동안 좁은 수원을 더 좁게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출신 고교조차 남·북으로 자리하고 있어, 갈라놓은 남·북 학교의 대척점은 장안-팔달문 안으로 선을 그어 놓았다. 이 얼마나 답답한 수원인가. 이미 250년 전에 개혁군주 정조는 정약용을 내세워 화성을 이루면서 행궁을 짓고, 부군 사도세자의 묘를 바라보는 효(孝)문화의 극치를 이뤄냈다. 수원의 개혁 얼은 이미 그때부터 시작했으니 오늘의 지방자치 낡은 틀을 알았다면 비웃었을 것이다.
심재인 후보는 新관료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의 출생 배경에는 공직자 부친이 있었다. 아버지 등살에 스스로가 조달해야 한다는 교육비 자체 해결은 어릴 적부터 정직과 자립을 삶의 모토로 삼는 동력이 됐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 말 속에는 옛 공직자의 고난의 행군을 새삼 바라보게 하고 있다. 심재인의 공직자상(像)도 여기서 형성돼, 지금의 시장후보라는 수원공동체를 키워갈 자신을 키우게 했다. 그는 지금 외치고 다닌다. “지방자치는 ‘삶의 질’ 향상이지 괜스레 공허한 정치 흉내 내기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시민들이 새삼 귀가 솔깃한 얘기로 들리는 이유다. 전임 두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진짜 살림꾼을 만난 것 같다는 반응은 그래서 높다.
‘염태영’은 이에 비해 전혀 다른 시각을 지닌 정치인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수원을 ‘가치의식’으로 분석하는 것부터가 달랐다. 시민사회 언저리를 읽어낸 운동가답게 그의 폼은 다분히 정적 아닌 동적이다. 또 권력의 정점 공간에서 바라본 ‘나무 아닌 숲’을 보는 식의 미래관도 그 발상이 전혀 다르다. 전형적인 신세대라 할 만큼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과연 어떻게 엮어나갈지 궁금한 대목이다. 두 후보의 상반된 기질 속에는 그들이 자라온 삶의 가파름을 바라보게 했다.
민선 5기로 표현되는 미래 수원시장은 과연 지난 15년의 흩나간 행정질서, 정파적 수원 고유의 ‘우리끼리’ 문화를 어떻게 정돈할 것이냐가 큰 이들의 과제다. 게다가 두 후보의 배후에는 전·현직 지사가 후광으로 버티고 앉아있다. 강한 개성의 현 지사 김문수가 심재인 후보의 버팀목으로, 또 염태영 후보의 뒤에는 손학규라는 직전 지사가 받치고 있어 두 전·현직 지사의 ‘대권’ 꿈도 수원시장 선거에 어른거린다.
어쨌든 이번 수원시장 선거는 또 다른 수원 개막을 예고하는 변환점으로 꼽혔다. ‘다듬는 수원’과 ‘나래를 펼 수원’이란 각기 다른 목적을 안고 ‘세대교체’의 깃발을 두 후보는 높이 올렸다. 역사의 전환점에는, 그러나 늘 진통이 뒤따르게 돼 있다. ‘지방자치’라는 공통의 분모 속에는 그래서 ‘가치’라는 또 다른 나래가 따라붙게 마련이다. 나무를 보는 후보와 숲을 바라보는 형국이 두 후보서 읽히는 콘셉트라면 그 선택은 역시 유권자 몫이다. 분명한 것은 그러나 정조의 250년 전 수원을 내다본 개혁의 물결을 다시 반추할 수 있는 기회는 왔다. 고루했던 ‘수원적’ 틀을 벗는 토대 위에 수원개혁과 잇닿은 이번 선거의 핵이다. 지방자치의 묘미가 바로 이런 데 있다. 그만큼 수원은 바뀌었고, 계속 바뀌어 갈 것이다. ‘시장’이란 자리를 연약하게 보면 한없이 연약하지만 강하게 바라보면 한없이 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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