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브레이크 없는 지방권력 15년]<上> 방만한 인력운용/<中> 위기의 지방재정/<下>

[브레이크 없는 지방권력 15년]<上> 방만한 인력운용/<中> 위기의 지방재정/<下>“이렇게 고치자” 전문가 제언/

[브레이크 없는 지방권력 15년]<上> 방만한 인력운용

[동아일보] [지방선거 D-29]구청 실-국 만들어 공무원 늘리고… 감원은 서류상 시늉만

“사회복지 등 행정수요 늘어”

용인 5년새 공무원 수 50%↑… 인구감소 평창, 공무원 31%↑

인사-수당 비리는 개선안돼


##사례1

경기 용인시는 2004∼2008년 5년 동안 공무원 정원이 평균 50.7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인시의 인구는 평균 23.83% 늘었지만 공무원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2.13배 높았다.

##사례2

부산 북구의 일부가 1995년 사상구로 떨어져나가면서 북구 인구는 1985년 36만3100여 명에서 올해엔 31만4200여 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공무원은 1985년 514명에서 올해 624명으로 늘었다. 실·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구 단위 직제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부산 서구도 도심의 인구가 줄어드는 공동(空洞)화 현상으로 1985년 22만6800여 명의 인구가 올해엔 12만5700여 명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공무원은 425명에서 541명으로 늘었다.

이들 지자체는 공무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용인시 관계자는 “수지, 죽전지역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기흥, 수지, 처인구가 신설돼 공무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공무원 증가가 불가피했던 이유로 △사회복지 등 다양한 행정수요 증가 △여권 업무 등 국가사무 위임 △지방자치제에 따른 의회기구 신설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군살을 빼기 위한 공직사회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 공무원 수 유지 위해 편법 동원도

국회 입법조사처가 3일 발간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인력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08년 공무원 평균 증가율이 20%를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25곳이나 됐다. 인천 서구(43.83%), 제주도(38.51%), 경기 화성시(36.52%), 강원 원주시(33.07%)의 공무원 증가율이 특히 높았다.

강원 평창군의 경우 같은 기간 인구는 3.54% 줄어들었지만 공무원은 31.86%나 늘어났다. 이처럼 인구가 줄었는데도 공무원 수가 늘어난 지자체가 86곳이나 된다. 입법조사처 박영원 조사관은 “서울시와 강원 원주시 등 43개 지자체도 인구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무원이 과도하게 늘어난 곳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공무원 1인당 인구수가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로 꼽혔다. 경북 울릉군의 공무원 1인당 인구수는 29명인 반면 인천 부평구는 650명이나 됐다.

일부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총액인건비 등의 제도를 통해 공무원 증원에 제동을 걸자 서류상 정원을 줄이거나 그대로 둔 채 실제 일하는 현원만 늘리는 편법도 쓰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27개 지자체는 올해 인건비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한 뒤 부족분은 나중에 추경예산에 반영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업 예산에 비해 인건비는 추경예산을 통해 재배정하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추경편성 횟수를 연 1회로 제한하고 추경을 2회 이상 편성하면 다음 연도에 ‘페널티’를 주는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인사 비리, 부당 복지 혜택 여전

지자체의 인사 관리가 민선 단체장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시 서모 시장은 일부 승진 대상 직원의 근무성적 평정 서열을 변경하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무원들이 복지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전남도는 지난해 3월 감사원 감사에서 2004년 1월∼2008년 12월 5년간 공무원 732명에게 가족수당 4억2600만 원을 부당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가족수당을 부당 수령한 공무원은 전체 대상자 1724명 중 42.4%나 됐다.

전국 지자체가 ‘맞춤형 복지제도’로 운영하는 복지포인트 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복지포인트 제도는 공무원에게 체크카드 같은 복지카드를 지급해 주어진 예산(포인트) 범위 내에서 본인에게 적합한 복지혜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조사처의 조사에 따르면 복지포인트 관련 기준을 자치법규에 규정한 지자체는 전체의 37.8%인 93곳밖에 되지 않았다. 또 일부 지자체는 운영규칙이나 지침에서 정한 복지포인트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일부 지자체가 멋대로 복지포인트를 큰 폭으로 올렸다가 행정안전부의 권고를 받고 다시 낮춘 일도 있다.

입법조사처는 복지포인트 등 지자체 공무원의 후생복지 관련 사항을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이 방향으로 개정되면 주민들은 공무원들의 복지혜택 수준을 항상 파악할 수 있고 지방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지자체가 임의로 복지포인트를 높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브레이크 없는 지방권력 15년]<中> 위기의 지방재정

[동아일보] 자체수입 빈약한 기초단체…축제 등 전시행정엔 펑펑

교부금-국고보조로 충당…결국 중앙예산 갉아먹는 셈


《#사례1 대전 유성구청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유성구 봉명동 온천문화의 거리에서 이팝나무 꽃 축제를 열었다. 통상 5월 10일경 행사를 개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행사를 10일가량 앞당겼다. 그러나 이상한파로 꽃이 전혀 피지 않은 상태에서 축제를 치렀다. 유성구청은 축제 예산으로 5억 원을 집행했다. 돈은 돈대로 썼지만 관람객은 줄어들었다. 지역에선 유성구청장의 6·2지방선거 재출마와 이 행사 개최를 연결짓는 시각이 많다. 유성구의회 의원들은 행사에 앞서 “유성구는 구 예산 250억 원가량이 부족해 지방채 발행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인데 축제에 거액을 쏟아 부었다”고 비판했다.

#사례2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 11월 유명 개그맨의 사회로 신청사 개청식을 열었다. 공사비가 3000억 원이나 들어 호화청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성남시는 개청식 이후 대규모 공연과 불꽃놀이까지 했다. 성남시는 이날 행사에만 2억여 원을 썼다. 성남시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청중 앞에서 시장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공식적인 행사가 몇 개 안 된다”고 털어놨다.

#사례3 2012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한 전남 여수시의 재정자립도는 28.8%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박람회를 준비하느라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는 1734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미 2006년과 지난해에만 총 405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박람회장까지 연결되는 도로를 왕복 4차로로 확장하는 예산 388억 원 중 230억 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자체의 낭비성 예산 지출이 계속되면서 지방재정이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 세입은 주는데 지출은 오히려 증가

5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방재정 위기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인해 경기가 둔화된 데다가 감세 정책 등으로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은 2008∼2012년 약 18조6000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출은 오히려 줄지 않아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입법조사처 분석 결과 2010년 총지방재정 세입 139조8000억 원 중 지방세와 세외 수입 등 자체 수입의 비중은 56.8%인 79조4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2006년(60.3%)에 비해 3.5%포인트 낮아졌다. 그만큼 중앙정부에 기대는 의존재원의 비중이 높아진 셈이다. 특히 자체수입 비중이 높은 서울과 광역시에 비해 군(18%)과 구(35.4%) 단위의 자체수입 비중은 크게 낮았다. 전국 지자체의 올해 예산 중 자체수입을 제외한 의존재원은 지방교부세(25조5000억 원)와 국고보조금(29조7000억 원) 등이었다. 2009년 지방채 발행은 9조7817억 원으로 전년(3조7382억 원)에 비해 161.7%나 증가했다.

○ 지방재정은 여전히 방만 운영

재정지표는 나빠지고 있는데도 지방재정은 방만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이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 선출 이후 축제와 전시행사 체육대회 등에 쓰인 예산을 분석한 결과 2003년 관련 예산은 1994년에 비해 1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는 “최근까지도 이런 예산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거액을 쏟아 부어 호화 청사를 지은 경기 성남시, 용인시처럼 1995년 이후 59개 자치단체가 청사 신축에 2조4883억 원을 썼다. 이 중 3583억 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기초자치단체의 자체수입 비중이 3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청사 건립과 낭비성 행사의 예산을 상당 부분 중앙 예산에서 충당해온 셈이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지자체가 당장 재정파산(fiscal bankruptcy)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의 90%를 넘는 지자체의 예산대비 채무 비율이 5% 미만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동원해 정부 교부금을 끌어다 각종 행사 등에 사용함으로써 중앙재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입법조사처는 “지자체의 예산편성 및 집행과 지방채 발행을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의무화해 자치단체장의 재정에 대한 권한을 일부 제한해야 무책임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재정 악화에 책임이 있는 자치단체장에 대해 주민소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개선을 명령하는 직무이행명령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레이크 없는 지방권력 15년]<下>“이렇게 고치자” 전문가 제언

[동아일보] “중앙-지방 인사교류 통해 ‘끼리끼리 문화’ 고리 끊어야”

잇속 챙기는 ‘토착세력’

불필요한 수당 없애고

기본급 항목 재정비해야

비리 부르는 정치 입김

지역구의원과 파워게임

정당공천 배제 검토해야

재정난에도 통큰 씀씀이

경쟁시스템 도입해

교부세 차등지급 필요


《주민 수는 줄어드는데도 공무원 수는 늘어만 간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면서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호화 청사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짓는 게 권력화된 지방행정의 현주소다. 갈수록 공고해지는 소지역 이기주의와 폐쇄적인 인사 교류 시스템도 지방행정의 권력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방행정을 현장에서 경험한 전직 단체장과 전문가들로부터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 공무원 잇속 챙기기와 결합한 소지역 이기주의

공무원 봉급은 2년째 동결됐지만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대폭 인상해 ‘편법 인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슬그머니 잇속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은 호화 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신들이 근무하는 건물을 좀 더 크고 화려하게 꾸미고 싶다는 지자체 공무원들과 치적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시장, 군수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강은순 인제대 겸임교수(60·전 경남 거창군 부군수)는 “단체장들이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호화 청사 짓기에 나서고 있다”며 “주민 복지를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청사 건립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재정과 인구, 기존 청사, 개발 여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더욱 세밀한 청사 건립 기준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민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복지포인트 등 공무원들의 수당 중 필요한 부분은 기본급에 포함시키고 불필요한 항목을 없애야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이 공무원들의 잇속 챙기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승우 강남대 행정학과 석좌교수(62·전 경기 이천시장)는 “공무원 조직의 폐쇄적 인사 교류와 소지역주의가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인사 교류가 되지 않다 보니 지역에 순혈주의가 깊이 뿌리내리면서 공무원들도 패거리 문화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일선 시군구가 폐쇄적 인사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고급 인력이라 할 수 있는 행정고시 출신은 중앙부처만 선호하고 말초신경격인 지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문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간 교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 지방자치 훼손하는 정치 입김

권두현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62·전 경기도 행정2부지사)은 “정당에서 기초 단체장까지 공천하기 때문에 지방자치가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내 토착 정치세력이 시장 군수 선출 권한을 행사하면서 돈으로 공천을 따내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는 결국 단체장이 뇌물 수수 등의 비리를 저지르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단체장이 선거로 선출되면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갈등을 빚는 것도 지방자치 활성화의 저해 요소로 지적된다. 둘 다 동일 지역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어 선출직 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이 단체장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파워게임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권 사무총장은 중앙당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단체장을 공천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창원 교수도 “보수냐 진보냐를 따질 필요 없는 생활 정책을 추진하는 구청장과 지방의원까지 정치에 영향을 받게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기초단체만이라도 정당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수 확보 없이 지방자치 불가능

군(郡) 단위 지역의 70%가량이 자체 세수입만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나눠주는 보조금이나,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되는 특별교부세를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방정부가 세수입을 늘리는 시스템을 갖춰 성과를 내면 그에 비례해 특별교부세를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경쟁시스템이 도입돼 지자체들도 수입원 창출에 나서고 그에 따른 지방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김봉렬 전 전남 영광군수(77)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세원 확보 방안이 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전 군수는 “체납세 징수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광역단체에 배분되는 지방소비세를 기초자치단체에 일정 비율 환원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소모적인 행사나 축제 개최에 많은 예산을 쓰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전 군수는 “일부 지자체가 일회성 축제를 줄이고 있어 다행”이라며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행사는 인근 지자체와 손을 잡고 규모를 키워갈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예산을 줄이고 지역 경제를 살려 부족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