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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의 대권-도정 사이

김문수의 대권-도정 사이
데스크승인 2011.06.01

김문수 지사의 대권 결단 시기를 싸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특히 경기도민의 입장에선 직접 관련이 깊은 데다, 그의 재선 2기가 불과 1년도 채 안 된 짧은 기간이어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김 지사는 지난 1기 4년 동안에 너무도 많은 일을 벌여놓았다. 도정이 상당부분 2기에 넘겨졌다. 그러다보니 굵직한 사업들은 말할 것 없고, 도민의 ‘일상 삶’ 자체에까지 직간접으로 깊은 영향을 맺고 있다. 일테면 경기 남북을 잇는 교통의 총아라 할 GTX 건설 사업은 1천100만 도민 모두에겐 혁명적 꿈을 심어 놨다. 그러나 한편에선 벌써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또 수원을 중심으로 한 경기남부 곳곳의 도시 건설이 LH공사의 빚으로 원점화되다시피 하면서,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어디 그뿐인가. 김 지사 1기 취임 후부터 올인한 수도권 ‘규제철폐’는 중앙정부가, 하는 둥 마는 둥 도민들 약만 올려놓고 있다. 이 규제 완화야말로 누구보다 ‘김문수’의 전매특허처럼 떨어졌다. 이 모든 것들은 김문수 지사와 같이 엮여 있어 그가 떠난 자리는 바로 도민 생활에 커다란 영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있다. 수도권인 경기도가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을 관통하면서 엄청난 정치적, 이념적 변화 모습을 불러일으켰다. 30∼40대 중산층이 중도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은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당 반란’으로까지 묘사되는 4·27 재보선은 전통적 보수우파를 깨고 급격히 돌변했다. 이미 6·2 지방선거 결과는 불과 1년 만에 경기도 지방정치 지형을 바꿔놓았다. 경기도의회를 여소야대로 돌려놓고 지방정부인 시장·군수의 3분의 2가 야권서 지배했다. 한나라당은 31개 시·군 단체장 중 3분의 1인 10명밖에 없다. 그것도 가평, 양평, 연천 등 시·군세가 취약한 지역이다. 특히 도의회 한나라당이 3분의 1로 왜소화되면서 도정기능을 무력화시켰다. 김문수의 강한 견제를 필요로 하고 있다. 게다가 진보교육감의 출현은 민주당 의회와 한통속이 돼, 교육기관 지원이 진보교육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수의 텃밭이 상전벽해랄 만큼 격세지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러다가 경기도는 견제 없는 1야당 독주, 민주당 텃밭으로 바뀔 공산이 점점 커가고 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김문수 지사의 대권 열기가 날로 더해, 엊그제는 외자유치 현장(중국, 필리핀)까지 나아가 도정보다 대권에 ‘김문수’는 격정을 더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권길에 나선다는 데 도민들로서야 나무랄 생각은 물론 없다. 대권은 단순한 본인의 ‘정치진로’란 뜻에서가 아니다. 전임 두 지사들이 못 이루었던 꿈을 세 번째나마 김문수 지사라도 이루었으면 하는 소망이 도민 누구에게나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에 없이 김문수에 ‘재선’ 길을 뽑아준 도민들로서는 한 번쯤 돌아볼 때가 됐다. 타고난 성품이 일을 좋아해 그렇긴 하지만, 벌여 놓은 도정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다고 당장 대권 포기하고 제자리 도정에 돌아오라면, “현재도 도정을 잘 하고 있다”고 할 테니 할 말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또 ‘인기가 더 올라가지 않으니 그러는 것 아니냐’ 하며 서운해 할까 봐 조심스러운 입장이 바로 요즘 도민이 ‘김문수’를 바라보는 어정쩡한 눈치다.
때마침 그제(30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7·4 전당대회 핵심 쟁점인 대권·당권 분리 규정을 현행대로 결론지었다. 김문수 지사가 소리 높여 주장했던 뜻대로 되지 않은 셈이 됐다. 서운할 거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집단은 김 지사처럼 청렴하고, 소신 있고, 바른 말 잘하는 깨끗한 정치인이 이기게 돼 있지 않다. 세상은 그런 정치인을 좋아할지 몰라도 세상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정치다. 분명한 것이 있다면, ‘김문수’의 지금은 다른 대권주자와는 사뭇 다른 처지다. ‘자기 뜻대로’만이 아닌 공인의 입장, 그것도 한국 정치·경제 중심축을 맡고 있는 경기도민 삶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대권·당권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지난 4년, 그리고 앞으로 4년을 맡긴 소박한 삶을 지키겠다는 약속이다. 정치적 결단을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