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의 우클릭, 유승민의 좌클릭. 이번 전당대회 정책 논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이다. ‘만년 소장파’였던 원 의원은 친이계 대표선수로 변신하면서 보수색을 강화했다. ‘박근혜표 감세론’을 디자인했던 유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후보 중 상당히 ‘왼쪽’에 쏠린 정책을 쏟아냈다. 유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며 정견 발표를 하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한 번 더 ‘좌클릭’을 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시사IN>이 7명 후보에게 공통 정책 질문지를 보내본 결과, 이런 차이가 두드러졌다.

전당대회 출마자 7명의 성향을 가장 선명하게 나누는 주제는 ‘MB노믹스’의 핵심인 감세 문제다. 특히 쟁점은 법인세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감세는 철회한다고 사실상 합의했다. 하지만 최고세율 구간 법인세를 예정대로 감세할지 없던 일로 할지는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논쟁이 격렬한 문제다. 쇄신파는 사실상 MB노믹스 후퇴를 뜻하는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친이계는 법인세 감세는 해야 한다고 맞선다. 박근혜 전 대표는 앞서 법인세 감세를 유지하자는 의견을 밝힌 바 있지만, 친박계가 통일된 의견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시사IN 양한모 그림


<시사IN>은 ‘법인세 감세 철회’에 대한 각 후보의 견해를 물었다. 권영세·남경필·유승민 의원이 감세 철회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쇄신파 대표 격인 남 의원의 감세 철회 의견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친박계인 유 의원과 ‘사실상 친박’인 권 의원도 법인세 감세 철회를 강하게 지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친이계에 속하는 나경원·박진 의원은 비교적 동의하지 않는다며 감세 기조 유지를 주장했고, 이번 전당대회의 친이계 대표선수 격인 원희룡 의원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해 가장 강경했다. 계파색이 옅은 편인 홍준표 의원은 “정부와 협의하겠다”라고 답해 확답을 피했지만, 홍 의원 역시 법인세 감세론자다. 3대4(감세 철회 대 감세 유지) 구도인 셈이다. 한편, 소득세 감세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감세 철회에 동의했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쇄신파가 내놓은 첫 작품이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이다. 국가재정 2조원 투입을 고리로 해서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재정을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자는 발상은 보수 정당에서는 낯설다. 그래서 등록금 정책에 대한 찬반 역시 한나라당 신주류와 구주류를 가르는 경계가 된다.

권영세·남경필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적절”

권영세·남경필·박진·유승민·홍준표 의원이 큰 틀에서 제도의 취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나경원 의원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이 필요하다며 한 발 뺐다. 대다수 답변자들은 ‘대학 구조조정과의 병행’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했다. 남 의원이 “재정 투입 규모를 늘려야 한다”라며 가장 강경했고, 유승민·홍준표 의원은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해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원희룡 의원은 “대학 구조조정과 자구 노력이 먼저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선동적 구호다”라며 재정 투입이라는 제도 취지 자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 역시 구주류가 된 친이계의 기본 입장과 일치한다.

8월 말이면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로 보느냐, 복지 포퓰리즘으로 보느냐에 따라 주민투표에 대한 의견도 갈릴 수 있다. 후보자들에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권영세·남경필 의원은 주민투표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나경원·박진·홍준표 의원은 주민투표가 필요하며 당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개인적으로 주민투표에 반대하지만, 여기까지 합법적 절차를 밟은 이상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원희룡 의원은 어떨까.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에 나서면서 전면 무상급식을 아예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적이 있다. ‘소신’대로라면 주민투표를 찬성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원 의원은 주민투표 지지 의견을 냈다. “소신은 변함이 없지만, 한나라당 출신 시장이 심판을 받겠다는,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당이 힘을 뺄 수는 없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대검 중수부 존폐 문제를 두고는 남경필·박진 의원이 폐지 의견을, 권영세·나경원·원희룡·유승민 의원이 존치 의견을 냈다. 홍준표 의원은 “행정부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해 사실상 존치 의견을 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구성되는 지도부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천 방식은 어떤 형태로든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수밖에 없다. 나경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제도는 ‘보스’에 줄서기를 하는 폐단을 줄이고 시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앞선 현직 의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제도라는 단점도 만만찮게 지적된다.

나경원·남경필·박진·원희룡·유승민 의원이 이 제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의원이 “현직에 지나치게 유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일정 부분 전략 공천을 병행해야 한다”라고 조건을 달았다. 권영세·홍준표 의원은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역시 현직 기득권 문제가 가장 큰 근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