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여름 햇살만큼이나 화사한 전시회가 열린다. 용인미술협회 회원으로 그동안 ‘물빛사랑 창립전’(2003, 수원청소년문화센터)을 시작으로 ‘한국회화의 위상전’(2011, 서울미술관) 등 20여회의 단체전을 통해 작품세계를 알려온 정현미씨(용인 풍천초등학교 교사)가 첫번 째 개인전 ‘꽃물들이다’展을 개최한다.
30일 개막해 다음달 10일까지 오산 물향기 수목원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정씨는 어린 시절 할머니집 마당에 피었던 동그랗고 탐스럽게 피어나는 불두화, 돌담 옆의 족두리꽃, 댓돌 사이에서 피어나는 채송화 등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꽃들이 소담히 담긴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정씨가 장독대에 걸터앉아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던 유년을 추억하며 그린 수채화 작품들로 꽃이 가진 화려함이 돋보이지만 단백함이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10년 전 수채화동아리 활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는 정씨는 “물감, 파렛트, 이젤을 사던 날 그것들은 방바닥에 늘어놓고 설레임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처음으로 짠 물감으로 봄이면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살포시 차오르는 연두 빛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찬란한 꽃잎을, 터키 블루의 싱그러운 여름 빛깔 그리고 가을의 눈부신 햇살까지 새삼스레 바라보며 화폭에 담았다”고 고백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10년 동안 꼬박 화지와 마주하며 붓질을 해 온 그의 작품에는 농축된 서정성과 담담하면서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잘 녹아있다. 특히 보는이들로 하여금 화지 속 자연스러운 꽃들을 통해 잃어버린 오랜 향수와 유년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능숙하고 세련된 기법이 부각되지는 않지만 그림에 대한 애정이 담긴 수채화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은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정씨는 “나를 잃어버린 듯하여 주저앉고 싶을 때 그림이 간절한 바람이 되고 내 삶의 위로 가 됐다”며 “가끔씩 뒤돌아보면 그 곳엔 세월의 흔적을 모아둔 그림이 있어 행복하고, 어느새 내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제 여기에 그림들을 펼쳐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의 (031)378-1261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