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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i-Fi] 敵보다 더한 `정치권 이웃사촌`

[여의도 Wi-Fi] 敵보다 더한 '정치권 이웃사촌'

● 공천 놓고 얼굴 붉히고…나보다 잘 나가면 배 아파

당권 출마에 저격수로 방해…선거구 통합 조짐에 신경전


최근 정치권에선 서울 영등포구를 한 지역구로 둔 권영세 의원(을)과 전여옥 의원(갑)의 화해가 화제다.

18대 국회 들어서 줄곧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전 의원이 권 의원을 지지하면서 화해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전 의원이 출마한 서울시 당위원장 선거에서 권 의원이 전 의원을 지원하면서 두 사람의 화해는 공식화됐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권 의원의 이번 지원은 친이계인 전 의원이 친박계와 불편한 관계를 맺어온 터라 더욱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치권에는 같은 지역과 정당에 속해 있으면서도 '적보다 더한 이웃' 관계를 유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 공천 때 각기 '자기 식구'를 단체장 후보와 시 · 도 의원에 공천하려고 경쟁을 벌이다 사이가 멀어진 경우가 대다수다. 또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한 의원이 주요 당직을 맡거나 장관으로 임명되면 다른 의원은 상대적으로 '무능한 정치인'으로 비쳐져 묘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경기 수원시가 지역구인 남경필 의원(팔달)과 정미경 의원(권선)이 대표적인 앙숙이다. 수원시장 공천 문제를 두고 간극이 벌어진 두 사람은 작년 전당대회에서 정 의원이 '남경필 저격수'를 자처하며 출마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서울 서대문의 정두언 의원(을)과 이성헌 의원(갑)도 경쟁이 치열하다. 18대 초 각각 친이 · 친박계 핵심 의원으로 분류되면서 계파 문제나 각종 현안에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두 사람은 작년 전대에 함께 출마,한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펼쳤다.

민주당에서는 광주 서구를 한 지역구로 두고 있는 조영택 의원(갑)과 김영진 의원(을)의 사이가 좋지 않다. 두 사람은 구청장 후보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다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무소속 후보에게 패해 당내외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결국 두 사람은 사과 성명까지 발표해야 했다.

전북 익산의 조배숙 의원(을)과 이춘석 의원(갑)의 관계도 비슷하다. 익산이 18대 선거 직후 인구가 분구 기준인 30만8000명을 밑돌아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두 의원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 의원이 손학규계인 반면 조 의원은 정동영계로 보이지 않는 계파 갈등도 두 사람 사이를 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동회/김형호 기자 kugi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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