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의 눈물이 고인 바자회 | ||||||
자원 봉사자들 열정 대단 인간애로 하나된 뜻깊은 시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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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당일 수원시 장안구 수일로 179번지 송원육교에서 시작해 조원솔대성당 앞에 이르는 120여 미터의 진입로 양 켠 임시 노점을 중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성당 좀 못 미쳐 왼쪽 언덕바지 위에 널찍한 들에 자리 잡은 양옥 건물은 의지할 곳 없는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생을 편히 보내는 보금자리로 경로수녀원이 무료로 운영하는 평화의 모후원이다. 지난 4일 일요일 이 곳에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이름으로 바자회가 열렸다. 수공예품이며 일용잡화며 옷가지 등이 나오고, 국수며 떡볶이 등 먹을거리 또한 푸짐했다. 평화의 모후원 마당엔 가설무대가 설치돼 흥을 돋구는 공연이 진행됐다.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아마추어다. 그래도 재미가 있었던 것은 평소의 소질, 즉 끼가 있던 이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와 뿜은 열정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상당수의 자원봉사단체 조직이 나와서 체계적으로 활동했다. 벽안이 신부님과 수녀님, 까만 피부의 수녀님들도 보였다. 수녀님들 역시 음식 심부름 자원봉사로 땀을 뻘뻘 흘렸다. 오후 2시쯤이었을까, 갑자기 진입로 쪽이 시끌벅적했다. 염태영 수원 시장님이 들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대가 있는 데까지 걸어오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진입로의 시민들이 붙잡아 사진도 찍고 하느라고 늦었다”는 것은 어느 수행원의 말이다. 시장님은 경품 추첨 등 무대행사에 이어 노인들과 환담을 나누는 등 많은 시간을 보냈다. 거동이 자유스럽지 못한 노인분들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함께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좋았다. 바자회를 적잖게 다녀보았지만 정말 이토록 감동 깊은 바자회는 난생 처음이었다. 평화와 감사의 한마당 축제가 이 날의 바자회다. 아! 그분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복도의 의자에 앉아 쉬노라니 “뭐 좀 사셨어요? 하는 말에 얘기가 시작됐다. 팔순 중반쯤 돼 보이는 그 분도 마침 의자에 쉬시던 참이었나보다. 조용한 목소리에 말수는 적었지만, 그분이 오늘의 바자회를 연 원장님의 어머니란 것을 알수 있었다. “서울에 있을 때도 늘 바자회 일로 고생하더니, 여기온지 얼마 안 돼서 또…” 하시며 말문을 닫는 눈엔 어느 덧 이슬이 맺혔었다. 이미 천주님의 딸이 된지 오래인데도, 생모로서 어쩔 수 없는 따님에 대한 연민의 모정이었던 것이다. 나는 천주교 수녀님들이 이런 양로원 사회사업을 하는 게 그리 어렵잖을 것으로 여긴 일상의 생각이 좀 잘못됐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자력으로 꾸려가는 것 같았다. 오늘의 바자회도 바로 그 같은 자체 조달의 일환인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날 바자회에 나온 상인들이 판매금액을 모두 다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평화의 모후원 운영에 보태 쓰도록 경로수녀회에 기탁한 것이다. 모두가 하나라도 더 팔려고 기를 썼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봉사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인간애로 하나가 된 휴머니틱한 바자회였다. 서로 이심전심 심금을 울린 바자회였다. 그래선지 그날의 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고 청명했다. 이지현 녹색복지회 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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