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덕과 보첼리, 그리고 문화도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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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인 2000년. 수원에서 때아닌 공연티켓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티켓 한 장의 가격이 무려 20만 원이다. 당시 프로야구 입장료 5천원의 40배다. 그런데도 시민들이 몰렸다. ‘웃돈을 주더라도 구입하게 해달라’던 당시 수원지법 안모원장의 읍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공연의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시각 장애인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다. 인기 절정의 그가 동양 최초의 무대로 대한민국, 그것도 지방 도시인 수원을 택했다. 협연자도 대단했다. 소프라노 조수미, 지휘자 정명훈. 사람들은 그때 그 공연을 ‘죽기 전에 봐야 할 연주회’라고 불렀다. 공연 준비부터가 이미 낯설었다. 공연장인 야외음악당으로 향하는 모든 소음이 차단됐다. 통신사의 협조로 호출기(일명 삐삐)가 먹통이 됐다. 공군은 공연 2시간동안 모든 비행을 중단시켰다. 1만 5천석 규모의 공연장이 방음벽으로 뒤덮인 건 물론이다. ‘보기 어려운 가수’를 위한 ‘보기 드문 준비’였다. 그 중심에 심재덕 시장이 있었다. 그의 재임 시절, 수원은 ‘문화도시’였고 그는 ‘문화시장’이었다. ‘2000년 공연’은 그런 수원의 명성에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7년 뒤인 2007년.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국회의원이 된 심재덕을 만났다. 수원에서의 공연을 마친 뒤풀이 연회에서였다. ‘시장님, 보고 싶었어요’라며 조 씨가 심 시장을 포옹했다. ‘난 이제 시장이 아닌데…’라며 심 시장이 웃었다. 조씨의 대답이 이랬다. ‘우리한테는 영원한 시장님이세요. 문화도시 수원에 문화시장님.’ 그때 수원은 문화도시였다. 보첼리, 조수미, 정명훈이 다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격세지감이다. 이후 10년, 수원이 달라졌다. 공연의 목표은 수준에서 관객 수로 바뀌었다. 훌륭한 공연보다는 유권자 많이 모이는 공연이 우선됐다. 보첼리와 조수미가 섰던 그 무대에 걸 그룹이 서고 아이돌이 섰다. 넥타이 차림의 관객들이 밀려나고 오색 풍선을 흔드는 팬 클럽이 몰려왔다. 20만 원짜리 입장권 대신 무료관람 초대권이 뿌려졌다. 이렇게 달라진 수원에 내달 3일 폴 포츠가 온다. 그는 클래식 가수가 아니다.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그를 기다린다. 연미복 차림의 포스터를 오랜만에 봐서일까. ‘잘 나가던 문화 혁명도시 수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없어서일까. 반갑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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