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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자서전 현대중 직원 동원 ‘사재기’

정몽준 자서전 현대중 직원 동원 ‘사재기’
등록 : 20111002 19:12 | 수정 : 2011100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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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 “회삿돈으로 산 상품권 주며 지시”
‘나의 도전…’ 교보문고 판매2위…정 의원은 부인

»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신세계백화점내 교보문고에서 최근 펴낸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사인회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임직원을 동원해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자서전을 사재기하고 있는 것으로 2일 드러났다. 정 의원은 현재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이며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이사장이다.

<한겨레>가 그룹 계열사와 재단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 9월 초 출간된 정 의원의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김영사)의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그룹과 재단 쪽이 임직원에게 문화상품권을 대량으로 나눠줘 책을 사오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 수천명의 직원에게 회삿돈으로 산 문화상품권을 주고 정 의원 책을 교보문고에 가서 사오라고 지시했다. (사재기 의심을 받지 않도록) 책을 나눠 사도록 요령을 알려주고, 산 책을 도로 영수증과 함께 회사에 반납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17일 영등포 교보문고에서 열린 정 의원의 저자 사인회에도 현대중공업그룹사 직원들이 동원됐다”고 덧붙였다.

서점에서 책을 사재기하는 현장도 포착됐다. 2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는 한 남성이 한번에 정 의원의 책 10권을 사갔다. 이 남성은 아내를 시켜 5권을 문화상품권으로 계산한 뒤, 다시 반대편 계산대에서 5권을 문화상품권으로 샀다. 그는 한 사람이 책을 한꺼번에 여러 권 사면 베스트셀러 집계에 한 권만 반영된다는 출판·서점계 협약을 피하기 위해 영수증을 한 권당 한 장씩 따로 받아 갔다. <한겨레> 기자가 뒤따라가 신분을 묻자, 그는 서울아산병원(아산재단 산하) 직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에서 책을 사오라 시켰는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면서도 “다른 분들한테도 물어봤나? 이제 사러 오는 사람 별로 없을 텐데…”라고 말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한 계산원은 “정 의원의 책만 유독 문화상품권으로 사가는 고객이 많다. 한 번에 열댓권씩 사가는 경우도 꽤 된다”고 말했다.

실제 사재기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정 의원의 책은 9월 첫주에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에서 판매량 3위를 기록했고, 넷째 주엔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사재기를 하지 않은 온라인서점에서 정 의원 책의 판매순위는 저조했다. 최대 인터넷서점인 예스24에서 이 책은 9월 둘째 주 171위, 셋째 주 50위, 넷째 주 64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책의 저자가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자신과 관련된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부당하게 사도록 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출판유통심의위원회 윤철호 운영위원장은 “위원회에서 문화부에 신고를 하면 저자와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를 소환조사할 수 있지만, 끝까지 부인하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며 “다만 위원회의 신고만으로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제외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여러 분들에게 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와 관련 있는 기관의 책임자들이 사회적 규범에 맞춰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쪽은 “확인중인데,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