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 지난달 29일 밤 11시30분께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 박수영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심사한 경기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중 어린이집 만 5세 무상급식 예산 증액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그대로 의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산 심사결과에 불만을 품고 모두 퇴장한 상태였다. #장면2 : 지난달 30일 오후 12시30분께 경기도의회 제261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가 열린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신현석(한·파주1)의원이 단상에 섰다. 전날 예결특위의 예산 심사 결과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신 의원은 “민주당은 이번 추경예산에서 도민을 위한 예산심의가 아닌 당리당략을 위한 심의를 강행, 국비로 내려온 국민의 피땀 어린 혈세로 마련한 소중한 예산을 도민의 염원과는 상관없이 돌려보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예산안에 대한 찬반토론이 이어졌고,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한나라당 의원은 전원 항의표시로 본회의장을 떠났다. 허재안 의장은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추경예산안 심사 결과에 대한 도지사의 의견을 물었다. “동의합니다.” 재석의원 77명 중 찬성 71명, 기권 6명으로 추경예산안이 가결됐다. 김 지사는 “어린이집 만 5세 급식비 지원으로 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도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받게 됐다”고 말했다. 본회의장 밖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던 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은 ‘뒤통수를 맞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김 지사가 예산안을 선선히 동의하고 의미까지 부여하자 “당혹스럽다, 황당하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금종례(화성2)의원은 “기획조정실장이 ‘부동의’ 한 예산까지 도지사가 동의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면서 “한나라당의 입장은 생각도 안하고 일언반구도 없이 동의해 버리니 한나라당 의원들만 바보가 된 꼴”이라고 했다. 금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허탈감에 빠져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본회의 결과는 최소한 도정운영에 한해서는 김 지사와 한나라당이 공동운명체가 될 수 없는 인식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향해 ‘날치기’하라고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김 지사는 동지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 사전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김 지사의 최근 행보로 비춰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수순이다. 김 지사는 재선에 성공한 이후 한나라당이 반대해도, 실무 책임자인 간부 공무원이 ‘동의할 수 없다’고 힘겹게 버텨내던 사안까지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줬다. 도지사의 고유권한인 인사권 일부를 내줄때도 그랬고, 시장·군수의 책임을 도지사가 떠안게 되는 의원 발의 조례안이 개정될 때도 그랬다. 김 지사 측은 “의회민주주의 원칙을 지켜내려는 김 지사의 통 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의회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김 지사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김시갑(의정부4)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될 수 있으면 집행부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민주당과 각을 세우면서 까지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번 일에 실망스럽다”며 “이번 일로 내년 본 예산 심사 때는 김 지사의 역점사업과 관계없이 최대한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아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 참에 결별하고 각자도생의 길의 찾아야 한다는 강경론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격에 휩싸인 한나라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운영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일방적 지원’에서 ‘선택적 지원’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정재영(성남3) 대표의원은 “부동의는 아니더라도 조건부 동의라도 할 줄 알았는데 한마디 말없이 동의를 해 당혹스러울 뿐이다”며 “앞으로 김 지사를 비롯한 집행부, 민주당과의 관계 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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