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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선거전을 앞두고 권력집단들의 정치개입 방식을 놓고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한 자리를 놓고 여야가 선거전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서울시민들은 여전히 큰 걱정이 떠나지 않고 있다.
| ▲ 이욱열 강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사)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장 | 대하고도 중차대한 서울시 살림을 새로운 시장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공석이 됐으니 시장을 선출해야 하기는 하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고 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낼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열공 중이다. 자신이 어떤 지적을 받든 상관없이 선거에 이기고 보자는 식이다. 그것이 정당의 목적이니 할 말은 없지만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정당을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기만 한다.
이런 가운데 10월 선거의 달이 들어서고 야당은 시민후보라 하여 나선 박원순 후보와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 2강 구도로 최종 후보선정에 들어가 결국은 박원순 후보가 본선진출 선수로 선택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후보를 못 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정당정치가 위기에 몰린 것은 분명하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나경원 최고위원을 유력후보로 내세운 상태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들은 여당을 매우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선거결과야 서울시민들이 철저하게 가릴 것이지만 중요한 자리인 만큼 서울시장 자리에 대한 올인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더구나 전통적 여당 몫인 곳을 야당에게 물려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더구나 오 전 시장의 사퇴가 시민들의 탄핵이나 자신의 부적합한 업무수행 등 귀책사유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순전히 정치적 이유로 사퇴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역시 곱지 않은 상태다. 시정운영의 책임자가 의회와 타협하지 않은 성실하지 못한 처신에 대해 정치가로서 또 시장으로서 잘못된 처신을 했다는 것이다.
시의회 역시 잘한 것은 없지만 ‘타협’이 실종된 서울시정의 파행을 시민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도 이번 선거에서 표현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정당정치에 대한 심각한 염증이 걱정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민이나 국민들의 삶에 희망을 주지 않는 한 언제나 비참한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드디어 청와대가 선거개입을 시작한 모양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일 야권 유력 후보의 ‘약점’을 에둘러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야권이 ‘선거 중립성 훼손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야권은 특히 범야권 통합 후보 단일화 경선을 하루 앞둔 시점에 임 실장의 발언이 나온 점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임 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벌어진 ‘박원순 변호사의 대기업 기부’ 논란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머뭇거리지 않고 답을 이어갔다. 가장 문제가 되는 발언은 “대기업 기부가 순수한 나눔의 차원이 아니라면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비록 가정법이지만,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박 변호사가 대기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임 실장은 이어 자신의 과거 경험을 들어가며 박 후보가 받은 대기업 기부금이 떳떳하지 않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국회에 있을 때 보니, 한나라당이 ‘대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자세를 취하면 후원금이 없다”며 “그런데 ‘총수가 청문회 나와라’라고 하거나 기업 힘들게 하는 법을 만들면 후원하겠다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재벌로부터 받은 기부가 대기업 비판에 대한 ‘입막음용’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당연 시비가 있다면 가려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이 선거전략에 있어 정책대결보다는 상대방의 흠집을 드러냄으로써 반사적 이익을 얻자는 쪽으로 기운 것이라면 매우 위험하다.
임기 말의 무력한 청와대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총대를 짊어지는 행태이다. 그러나 선거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이번 선거 역시 철저하게 서울시민들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면 된다. 선거중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서울시민들이 원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먼저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선거라는 것이 항상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민과 국익을 위해 보다 잘하려는 노력의 가장 큰 이유가 그 근본이 바로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대후보를 깎아내려 자당 후보를 돋보이게 하려는 것은 매우 치졸한 행위다. 국정운영의 책임자들이 이런 정황을 모를 리 없는 상태에서 더더욱 이런 표현들을 내놓는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더구나 ‘안철수 신드롬’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 이런 네가티브적 발상은 더더욱 위험한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