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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공기업 이전 發 시장 탄핵 온다

2012년, 공기업 이전 發 시장 탄핵 온다
2011년 12월 01일 (목) 김종구 논설위원 kimjg@ekgib.com
어차피 국부(國富)는 한정돼 있다. 그걸 여기서 빼내 저기로 옮기는 일이 공기업의 지방이전이다. 국부 증감의 문제가 아니라 국부 이동의 문제다. 그래서 수도권 공동화는 필연적일 거로 봤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경기도의 지역이기주의’라며 뭇매를 맞았다. 결국 ‘잘 됐으면 좋겠다’며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리고 지금에 왔다. 그런데 역시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시작된다. 내년이라야 30일 남았다. 이전기관들은 벌써부터 이삿짐을 쌌다. 직원들도 살림집 알아본다며 전라도로, 충청도로 주말이 바쁘다. 충청도 행복도시는 부동산 가격이 들썩인다고 한다. 이쯤 되면 수도권에서도 이전대책의 청사진이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돼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청사진은커녕 땅도 못 팔고 있다.

이전부지 활용커녕 매각도 못해

진즉에 팔렸어야 할 부지가 37개다. 이 중에 7개-10월 말 현재-만 팔렸다. LH(성남)와 농업연수원(수원) 등 10개는 계속 유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수원)과 한국도로공사(성남) 등 14개는 입찰에도 못 부쳤다. 한국가스공사(성남)와 한국해양연구원(안산) 등 내년에 내 놓을 매물 6건의 전망도 막막하다. 빠져는 나가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말 그대로 빌 空(공) 자, 공동화(空洞化)가 오고 있다.

혹 수년에 걸쳐 팔린다 한들 기대할 것도 없다. 지난 2월, 국토부가 해외 매각 카드를 들고 나왔다. 수도권 핵심시설을 해외자본에 팔겠다는 구상이다. 황당했는데 그나마 실패했다. 6월에 다시 ‘국토 해양 투자포럼’을 열었다. 성남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고급주택단지로, 안산의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내놓겠다고 했다. 원칙도 없고 기준도 없는 급매물처리다. 차라리 ‘떨이’다.

잠시 5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05년 3월 4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말이다.

“수도권 공동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 재창조 및 재탄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공공기관 이전지역에는 정보벤처단지, 연구개발센터, 역사공원, 문화센터, 도서관 등 활용방안이 가능합니다. 수원(첨단연구개발단지)과 성남(IT 지식산업복합단지)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T 클러스터를 구축하겠습니다. 안양권(안양 의왕 과천)은 고품위 웰빙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로부터 6년,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수원에 첨단연구개발단지가 시작됐나? 성남에 IT 지식산업복합단지가 유치됐나? 안양권 어디에 고품격 웰빙공간이 추진되고 있나? 땅도 못 팔아 주택단지로 내놓는 마당에 무슨 연구단지고 웰빙단지인가. 모든 게 거짓말이다. 공기업 이전은 역시 국부의 지방 이전일뿐이었다. 그리고 수도권은 우려했던 그대로 공동화로 빠져들고 있다.

‘2012년판 과천시장’ 또 생긴다

이제 기다리는 건 여론의 분노다. 그리고 이 분노가 서서히 현직 시장들을 겨냥하고 있다.

‘나는 성경륭 위원장을 알지도 못한다’며 억울해하는 시장들도 있다. 이전 계획에 서명한 적이 없으니 맞는 말이다. ‘MB 정부로부터 부지매각의 어떤 권한도 받지 못했다’며 하소연하는 시장들도 있다. 부지매각 특별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너그럽게 봐주는 게 여론은 아니다. 늘 가까운 곳에서 분노의 출구를 찾으려고 어슬렁거리는 게 여론이다.

여인국 과천시장이 그 첫 번째 먹잇감이었다. ‘보금자리 주택 책임’은 겉으로의 명분이다. 그보다 더 폭넓고 골 깊었던 건 ‘종합청사 대책 불만’이었다. 예상보다 많은 9천67명의 시민이 서명해 ‘3선 시장’을 긴장시켰던 것도 이 때문이다. ‘33.3% 미달’로 끝났지만 공기업 이전에 따른 또 다른 시장 탄핵을 분명히 경고한 예고편이었다.

텅 빈 농업기관 부지를 떠안게 될 수원시장, 주인 잃은 공기업 부지를 지키게 될 성남시장, 연구원 떠난 연구기관 건물만 붙들고 있을 안산시장…. 누구든지 ‘2012년 판 과천시장’의 불행을 맞을 수 있다.

역사는 늘 엉성한 계획자와 엉터리 추진자가 떠난 자리에 엉뚱한 책임자를 남겨둬 왔다.

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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