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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사과방문’ 잘했다

염태영, ‘사과방문’ 잘했다
데스크승인 2011.12.01

염태영 수원시장이 예하 직원의 폭언과 관련, 시의회를 방문해 사과한 것은 잘했다. 사과란 가벼운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큰 결단이랄 수 있다. 그만큼 쉬운 것 같으면서 어려운 것이 사과다. 게다가 공직기관 간의 사과는 전통적으로 형식을 중시했던 우리의 관습으로 보아 더욱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민주화를 지나 자치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방자치’는 말할 것 없이 주민이 주인되는 체제를 뜻한다. 관료시대로 상징됐던 공직의 우월시대를 넘어 수평의 시대로 바뀌었다는 말과도 같다. 지역공동체의 ‘의회’ 출현은 그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민의 산실, 지방의회는 그만큼 지워진 책임과 함께 권한 또한 넓고 크다. 누구보다 관료집단이 ‘의회’를 주민공동체로 높이 사야 할 까닭이다.
우리는 오랜 중앙집권적 체제와 관료집단의 권위주의로 인해 관료사회의 우월성은 어느새 관성화했다. 그래선지 아직도 공직자의 권한 확대는 가시질 않고 오만에 가득 차 있다. 또 ‘기관장’이란 말로 묘사되는 지방에서의 단체장 역시 늘 상위적 위치로 낙인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방자치 20년이지만 지금도 그런 폐쇄적 권위의식은 이 땅에 아직도 많이 깔려 있다. 싫든 좋든 이를 이기며 살아온 오늘이다. 더구나 ‘수원시장’이란 자리는 수부도시라는 우월감에 차 전통적으로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왔다. 지방자치 이후에도 관성화된 그 자리에 대한 위엄은 한 치도 가시지 않고 주민 위에 군림하기 일쑤였다. 염태영 현 시장의 당선은 그러나 고답적 수원 개혁 기치의 선봉자로 받아들여 오랜 만에 개혁 성향 시장으로 뽑은 결과가 됐다.
우리는 염태영 시장의 의회 방문 사과를 여느 일 같으면서도 새롭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염 시장은 선거과정의 자질적 검증에서도 서민과 함께 한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샀다. 이번 수원시 한 공무원이 시의원을 상대로 한 폭언적 작태는 그 점에서 수원의 과거를 씻고 새로운 미래 수원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읽고 싶다. 그 중심에는 ‘염태영’이라는 진보의 새 시장이 있었다. 진보란 말할 것 없이 정체된 과거를 벗고 미래를 여는 시대 변화의 활력소다. 역시 염태영은 그 점에서 겸손했다.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수원의 주민 대표기관 의회를 찾아 머리를 조아린 것은 그래서 수원시민의 당당한 시장임을 모두에게 확인시켰다. 전에 볼 수 없는 ‘수원시장’의 새 모습임에 틀림없다.
흘러간 단체장인 시장들을 지방자치 전후로 우리는 많이 지켜봤다. 스스로가 높아지려는 단체장은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었다. 염 시장의 의회 존중 사과는 그래서 주인인 시민의 눈에 그처럼 아름답게 비쳐질 수가 있었다. 시정(市政) 운영에 다소 실수가 있어도 좋다. 시민과, 아니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같이 즐기고 어려움을 살필 때 바로 그것이 우리 ‘지방자치’의 본질이며 성년자치다운 모습인 것이다. 마침 올해가 성년 자치의 해다. 이날 의회 의장실 방문사과와 함께 피해당사자까지 찾았다는 것 또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권위주의’ 시대와 주민시대를 확연히 가르는 장면은 한편 수원시민과 시정이 함께하는 참모습으로 보여 보기에 좋았다. 말 없이 수원을 바꾸어가려는 ‘염태영’의 참된 겸손이 녹아나는, 시민-시장이 마주치는 손뼉소리로 들려 오래 듣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