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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 길

[경기춘추] 길
2011년 12월 02일 (금) 전자신문|12면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 박흥석 한나라당 수원장안당협위원장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보이는 길’을 따라 형성돼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젠 SNS가 소통의 대명사가 되어 ‘보이지 않는 길’을 활용하고 점령하는 것이 더 중차대한 시대로 변했다.

지난 주 베트남에서 시집 온 다문화 며느리들과 김장을 함께 했다. 미싱일을 한다는 이들은 익숙한 솜씨로 속을 넣으며 “한국이 너무 좋다. 정이 많다. 김치없이는 못산다”는 말을 이어갔다. 몇 시간 계속된 봉사에 힘도 들건만 얼굴엔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독거노인을 위한 봉사의 현장은 이렇듯 힘겨움 속에서도 웃음꽃이 피게 마련이지만, 그밖의 세상은 온통 ‘아우성’이다. 비단 국회뿐만이 아니다. 책상에서도, 손안에서도 아우성은 그칠 줄 모른다. 새로운 세상을 연 SNS세계는 이분법적 사고를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그것은 이제 ‘국민’이라는 단어보다 ‘시민’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져 가는 세태를 반영하는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른다.

SNS는 이제 우리의 시각을 끌어모으는 ‘소리없는 길’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정보고속도로가 열리면서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다. 바야흐로 ‘보이지 않는 길’위의 전쟁이다.

누가, 어느 세력이 보다 빠르고, 명쾌하고, 자극적으로 이 길을 점령하는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길! 인류의 역사와 문화는 그동안 보이는 길을 따라 형성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문명은 물길을 따라 태동했고 육지길을 따라 발전해 왔다. 전쟁을 위해서도 숱한 길이 생겨났고 유통을 위한 길도 인류의 발전을 촉진시켜 왔다. 최근 들어서는 하늘 길도 모자라 땅 속으로 다니는 길도 생겨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길을 통해 세상의 빛을 나눠 주었고, 석가모니 또한 길을 통해 여덟가지 인간이 가야할 길을 제시했다. 길은 이처럼 인간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모든 길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생겨난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에도 ‘보이는 길’을 뚫는 일은 모든 지역주민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현안임에 틀림없다.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인덕원~수원~통탄간 복선전철 유치 촉구 서명을 받을 당시 온 가족까지 끌어내 서명에 동참케 한 할머니, 붕어빵을 사들고 와 격려해 주신 아주머니, 아예 서명부를 들고 상가를 직접 돌아다닌 노점상 아저씨의 열정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쯤되면 자기지역 길닦기에 리더들이 사활을 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산 확보는 그들의 능력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때로는 이를 위해 정치인 사이에 물밑싸움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처럼 보이는 길은 그동안 중요한 소통의 장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성적 가치에다 감성적 가치가 결합된 SNS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소통의 대명사는 사이버 공간이다. 생활과 대화에 필요한 정보를 전파하고, 습득하고 때로는 격렬한 사이버 논쟁을 벌이는 이 길은 이미 우리가 가야 할 필수덕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보이지 않는 길’을 활용하고 점령하는 것이 더 중차대한 시대로 변했다. 세력다툼의 장도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깃발을 점령하려는 투사(?)들도 갈수록 양산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잠시라도 이 길을 벗어나서 살 수 없도록 바꿨다. 이 길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슈별로 각양각색의 의견이 증폭되고, 충돌하며 난상토론이 빚어지기 일쑤다.

눈을 뜨면 가야하는 이 길! 정신없이 펄럭이는 깃발을 보면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노래한 청마(靑馬)유치환 시인의 마음이 담길수는 없을까?

/박흥석 한나라당 수원장안당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