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정문앞 삼거리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 노인 10여명이 한달 가까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흔에서 여든의 노인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지난달 14일부터. 이들은 인근 금성아파트 거주민들로 집앞 빈터에 지상 6층짜리 건물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발, 직접 피켓을 들고 나섰다.

7일 시위 현장에는 1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김없이 나와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피켓과 현수막에는 '일조권침해 반대', '주민피해 조사없이 편법 건축허가 누구를 위한 관청인가', '돈으로 허가받은 신축빌딩 결사반대' 등이 쓰여 있었다.

노인들은 털모자, 목도리를 비롯해 스티로폼 상자까지 동원해 추위를 피하고 일부 노인들은 술로 추위를 쫓아내고 있었지만, 영하의 추위를 피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시위에 참가하는 인원은 모두 20명으로 이들은 조를 나눠 교대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건축현장으로 들어서는 문을 막고 앉아 있다.

노인들이 이렇게까지 시위에 열을 올리게 된 까닭은 6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면 햇빛을 보기 힘들뿐 아니라 금성아파트 좁은 진입로에 그늘이 생겨 겨울철 꽁꽁 얼어붙을 경우 통행이 불가능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건축주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를 의식, 처음에 건축 사실을 숨긴 것도 어르신들의 화를 불렀다. 26년째 금성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준희(71) 할머니는 "처음에는 '지저분한 것을 청소하는 거다. 새로 나무를 심으려는 것뿐'이라고 노인들을 안심시키더니 버젓이 건축허가서를 붙여뒀다"며 "노인들을 우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건축주 노모씨는 "법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고 구청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라며 "조만간 어르신들과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노인들의 시위는 9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9일로 집회허가일이 끝나 수원남부경찰서에 집회신고를 연장하러갔지만, 이미 노씨가 도로점유허가를 받아둔 상태여서 집회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