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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MB 깊이가 변했다

反MB 깊이가 변했다

입력시간 :2011.12.09 14:03



[이데일리 우석훈 칼럼니스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의 지지율이 10% 이상의 격차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시간이 워낙 빨라서 앞으로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변수가 생겨날지 아무도 모른다. 박원순 서울 시장까지 오는 이 과정도 몇 달 전까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돌발 변수 아닌가.

최근 시민단체에서 토론회 발제 하나를 요청받았다. 13년 체제, 즉 대선 이후에 어떤 식으로 한국의 정치 및 사회 지평이 옮겨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그 중심이다. 참 시간도 빠르다고 생각하는게, 총선과 대선이 어떻게 갈지도 잘 모르겠는데, 이미 그 후의 시스템에 관한 논의라니!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이미 내년 총선은 이긴 걸로 생각하고 있고, 대선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길 거라고 예측하는 분위기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워낙 높아진 게, 실제 거의 맞추는 게 없으니, 아예 여기에서 15% 혹은 20% 정도는 감안해서 보는 분위기가 많아졌다.

지난 4년간을 되돌아서 생각해보면,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 소위 반MB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었던 중앙공무원들이나 대기업 간부들 등 내 주변의 사람들이 딱히 정치적 입장을 바꾼 것 같지는 않다. 아예 투표장에 갈 것 같지 않던 20대들이 이제는 투표장에 가겠다고 한 게 변화가 좀 생긴 것이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이명박 대통령 별로 안 좋아했다.

이야기를 모아보면, 반MB 진영이 더 커진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인기는 확실히 떨어진 것 같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 늘 한나라당 찍는 사람이 이번이라고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영원한 동토’라고 불리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한나라당 외에 다른 판단을 할 거라고 믿을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근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반MB에 속한 사람들의 넓이는 몰라도, 그 깊이는 확실히 커졌다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에 펀드 형식으로 모인 돈이 순식간에 30억원이었고, 지난 수요일날 나꼼수 여의도 무료 공원에서 자발적 후불제 형식으로 걷힌 돈이 3억원이었다.

3만명 모였던 대전 콘서트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냈던 돈이 1억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 날 참석자가 대체적으로 10만명에 육박하지 않나, 그런 추정을 해볼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나 보수단체에서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돈을 지급하며서 사람을 동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반대편에서는 지금 돈을 내면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지불 의사’라는 개념을 사용해본다면,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정권 교체를 위한 지불 의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1인당 3000원, 여기에 교통 비용 같은 것들을 더하면 만원 정도는 언제든지 지불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28만부 정도가 판매된 김어준의 책 ‘닥치고 정치’의 열광도 이런 흐름 속에서 읽을 수 있다. 물론 촛불 집회 때에는 가볍게 100만명도 거리에 모았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대형 집회를 열기는 어렵다. 그러나 반MB의 정성의 깊이만 본다면, 그 때보다 훨씬 커졌다는 게 현장에 있는 내 느낌이다. 괴담에 대한 협박, 날치기, 종편 신설 같은 보수의 방패만으로는 반MB의 날카로운 열정을 막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학자로서 이 열망의 깊이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계측할 수 있을까, 이게 나에게 던져진 과제인 셈이다. 과연 내년 총선, 대선은 어떻게 되고, 그 이후는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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