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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정말 자태가 고고하셨다지.”

“선생님은 정말 자태가 고고하셨다지.”

[명인열전 1] 판소리 명창 한송학



‘명창(名唱)’, 소리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부른다. 그러나 명창이란 요즈음처럼 이런저런 소리를 잘한다고 해서 붙여지는 명칭이 아니다. 예전의 명창이란 ’판소리‘를 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판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명창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했다.

▲ 구례 수락폭포 - 명창이 되려는 소리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명창이 되려면 먼저 ‘득음(得音)’을 얻어야 한다. ‘제비 몰러 나간다.’ 광고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로 유명했던, 고 박동진 선생은 득음에 대해서 생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득음이라는 것은 소리하는 사람이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뜻하지. 한 마디로 귀신소리 물고기소리만 못하고 다 해야 득음이 되는 것이여”

물고기소리를 빼 놓고는 다해야 득음이 된다니.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명창이 되기 위한 노력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득음의 길, 험하고 험해

득음을 얻기 위해 소리꾼들은 ‘독공(獨功)’이란 소리 공부에 전념한다. 그 소리공부인 독공이라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 가서, 소리가 폭포소리를 뚫고 울릴 때까지 노력을 하는 ‘폭포독공’, 굴 안에 들어가 굴을 막아놓고 소리로 굴의 문을 막은 돌무더기를 터트리고 나온다는 ‘동굴독공’. 이 모든 독공들은 모두 전설적인 일화를 갖고 있다.

판소리는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는 대가닥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즉 경기 충청간의 소리인 ‘중고제(中高制). 섬진강 서편의 소리인 ’서편제(西便制), 그리고 섬진강을 경계로 동부의 소리인 ‘동편제(東便制)로 구분을 했다. 이런 ’제‘라는 것은 지역적인 소리의 구분이라고도 하고, 소리의 형태의 구분이라고도 한다.

즉 중고제는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송서율창의 소리 같은 형태를 말하고, 서편제는 여성스럽고 소리의 끝이 길게 뻗는다는 것. 거기에 비해 동편제는 남성적이고 호탕하며, 뒤를 막는다는 것이다.

▲ 동굴독공 - 인간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동굴독공. KBS다큐멘터리 '중고제' 장면 캡쳐

이런 지역 간의 특징은 명창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전승이 되었다. 한수 이남과 금강 이북의 소리를 흔히 ‘중고제’라고 한다. 그 중고제의 명창들은 한 때 이들이 출연자 명단에 없으면, 극장 대관도 어려웠다고 할 정도로 전국의 소리판을 누볐다. 그들이 얻은 득음의 길은 험하고, 명창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했다.

수원의 명창 한송학

우리지역의 명창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러나 정노식이 조선창극사에서 극찬한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명창 <한송학>이다. 한송학은 본명이 아니다. 그의 자태가 청송무학(靑松舞鶴)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푸른 기상을 갖고, 한 마리 춤을 추는 학처럼 고고한 자태를 지녔다는 말이다.

한송학 명창은 수원릉 안에서 조선조 헌종 때에 태어났다고 한다. 수원릉이란 아마도 지금의 ‘융건릉’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송학 명창은 화성 용주사에서 수년 간 소리공부를 했다고 한다. 절에서 공부를 한 명창들은 한송학 외에도, 중고제의 창시자인 염계달 명창(여주 신륵사)과 김창룡 명창(부여 무량사) 등이 있다.

▲ 폭포 뒤에서 소리를 하며 그 폭포 밖으로 소리가 터져나와야 득음을 했다고 한다니

한송학은 뛰어난 풍채 뿐 아니라 고종 시대까지 당대의 소리판을 울린 명창이다. 새타령과 흥보가에 특히 능했으며, 장끼타령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고 한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는 한송학의 장끼타령 더늠이 전해지고 있다.

“한송학 명창은 정말 자태가 고고하셨다고 이야길 들었지. 아마도 당당한 자태로 인해 수많은 여인들을 울리기도 했을 것이여. 그런 명창들이 부르던 소리가 실전(失傳)된 것이 정말 아쉽지만 말이지”

하주성 국장(swi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