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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문화와 커피하우스의 행복

커피문화와 커피하우스의 행복
[열린세상]이달순(수원대 명예교수·hellosports.net 발행인)
2011년 12월 12일 (월) 편집부 suwon@suwon.com

대학 1학년 때 문화사 교수의 강의는 인기 절정이었다. 그의 커피론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커피는 육식을 많이 하는 서구인들이 체내의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마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메뚜기가 날아올 듯 푸성귀로 가득한 식사를 하는 우리에게는 체내에 기름기가 없어 위나 내장을 갉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동다방에서 멋진 아가씨들이 냉커피를 빨대로 빨아 마신다면서 빨대의 유래도 설명했다. 값싼 립스틱을 바른 접대부들이 그것이 지워지기 때문에 사용한 유물이라는 것이다.

여대생들과 미팅하는 자리에서 들은 풍월로 유식을 뽐내느라고 커피를 마다하고 홍차를 주문했다. 처음 보는 종이백을 찢어 찻잔에 부었다가 망신당하고 빨대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 “창녀의 유물이요 사라지라”고 외치면서 빼앗아 던지려던 생각은 실천해 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커피는 음식과 달리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진정으로 나눌 수 있는 음료에 속한다. 사람들은 친구와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 이제 커피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가장 많은 사람이 즐겨 마시는 음료가 됐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추운 겨울날에 소파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면서 막 끌어 오르는 커피 향을 맡으면서 행복감에 젖어들기도 한다.

커피는 원래 15세기 중엽 아라비아에서 어느 수도원의 거주자가 커피나무를 관찰하면서 비롯됐다. 그리고 1510년 메카와 카이로에 전파되며 사교적인 음료로 각광을 받았다. 17세기 초 이곳을 방문한 유럽인들은 커피의 맛과 향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커피는 처음에 길거리나 장터에서 낱잔으로 판매되다가 커피전문점인 다방이 생기면서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1650년 영국의 대학타운인 옥스퍼드에서 유럽 최초의 다방이 문을 열었다. 미국에서도 1686년 하버드 대학이 있는 보스턴에 미국 최초의 다방이 문을 열었다.

위와 관련해 다방은 페니대학으로 불렀다. 누구든지 커피 한 잔 값인 1페니 또는 2페니만 내면 모든 신문을 읽으며 열띤 토론도 벌일 수 있으며 이른바 아카데미 커피집으로 유명해진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인 존 로크와 존 스튜어트 밀을 위대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곳도 커피하우스였다. 로크는 천부적인 권리를 주장했고 밀은 커피하우스 토론을 통해 여성해방과 자유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커피하우스는 뉴스의 갈증을 해결해 주는 장소이기도 했다. 로이드라는 다방주인은 뉴스에 굶주린 고객들을 위해 처음에는 정해진 시간에 뉴스를 낭독했다. 이와 같은 구어에 의한 뉴스는 주간의 로이드 뉴스로(1696)으로 변했고 다시 로이드 리스트(1726)라는 일간지로 발전했다. 미국의 벤저민 해리스는 1686년 보스턴 번화가에서 커피하우스 겸 서점을 운영하다가 최초의 신문(1690)을 발행하게 됐다.

커피하우스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사색과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죠엔 롤링이 해리포터를 쓴 곳도 서재나 도서관이 아닌 카페였다. 그녀는 집 근처의 니콜슨 카페를 찾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매일 두세 시간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과 물 한 컵만 앞에 두고 해리포터를 10년에 걸쳐(7편 1997~2007)썼다고 한다. 해리포터는 이 지구상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은 4억부나 팔렸다. 그녀가 해리포터를 집필한 니콜슨 카페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것은 물론이다.

커피하우스는 집과 직장에 이미 제3의 장소로 불리며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팔고 소중한 체험을 판다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커피하우스에 가보면 노트북을 놓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상대와 의사소통도 하고 사색하면서 커피향기와 함께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일부 고객들의 문제이다. 회합을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커피하우스에 단체로 들어와 담소하는 것은 좋은데 큰소리로 떠들고 테이블과 의자를 제멋대로 배열해 통로를 막고 화장실을 가려 해도 조금이라도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커피하우스의 질서가 정착되고 그곳에서 사색하고 창작하는 이들이 위대한 작품을 만들며 세계에 알려지고 그 커피하우스가 관광명소가 될 날도 있을 것이다. 커피하우스에서 행복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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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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