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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시장의 한탄 `이래놓고 어떻게 아이를 낳으라고…`

박원순시장의 한탄 "이래놓고 어떻게 아이를 낳으라고…"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 하늘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을 만나 밝게 웃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상암동에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현장방문을 했다. 안은 아이가 어색한 듯 울음을 터뜨리자 민망한 표정의 박시장. News1 송원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상암동 월드컵파크 아파트를 찾아 보육시설과 관련된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월드컵파크 10단지 내에 위치한 하늘어린이집(민간보육시설), 다온어린이집(가정보육시설)을 방문해 운영현황을 먼저 둘러봤다.

박 시장의 "어린이집 운영을 하면 다른 경제생활이 어렵지 않나. 국·공립 어린이집과 다른 차이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경란 하늘어린이집 원장은 "그냥 월급쟁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 시설은 차이가 없지만 주민들 인식이 다른 것 같다"고 답했다.

다온 어린이집 김경순 원장은 "포털에 모집공고를 낸지 3일만에 정원을 훨씬 웃도는 90명이 지원했다"면서도 "보조금이 있어서 적자를 기록하지는 않지만 시설들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계속 들어가고 있다"고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파트 지하 관리소에서 이뤄진 대화에 참여한 주민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보육시설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한 주민은 "9~12단지 전체가 2800세대에 이르는 큰 지역인데 보육시설이라고는 단지 당 하나뿐인 어린이집이 전부"라며 "사람들을 아파트에 받아놓고는 갈 수 있는 보육시설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처 가양동, 염창동은 물론 수색과 은평구 지역, 심지어는 자유로를 넘어 고양시 행신동까지 가서 어린이집을 구하고 있다"며 "상암동에 사는데 왜 경기도까지 가서 아이를 맡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민은 "유치원은 입학비가 200만원이 넘고 매달 60~70만원이 들어가 부담이 된다"며 "어린이집은 멀리라도 보낼 수 있지만 유치원은 그 돈을 낸다고 해도 보낼 곳이 아예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단지 근처에 (시 소유) 빈 땅이 많은데 시설을 좀 지어 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박 시장이 온다는 말을 듣고휴가를 냈다는 한 시민은 "두 아들의 아빠이기에 교육을 대부분 엄마한테 맡기고 있음에도 아이들 교육현실이 너무 답답해서 이 자리에 왔다"며 "아들 둘을 5~7세 3년간 유치원에 보내는 일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치원비를 월 150만원 잡고 3년을 보내면 7천만원이 들지만 아이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며 "국공립 유치원비율이 지나치게 낮은데 이를 개선해 보육비용도 줄이고 이용자도 늘려 달라"고 말했다.

급속한지역개발에 따른위험하면서도 부족한 교통시설과 항공대학교 연습생들의 비행으로 인한 소음 문제도 언급됐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박 시장은 "국가가 어떻게 이렇게 해놓고는 아이들을 낳으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사업이나 프로젝트 비용을 줄이고 보육 사업을 늘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별로 건축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데 그간 건축전문가들 중심으로 건축타당성만 심의해왔는데 이제는 보육, 교육 등 주민들의 여러 욕구가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제한된 예산이지만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시위라는 것을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나쁘게 본다. 시장도 그렇다"며 "그렇지만 먼저 현장에 찾아가서 보고 듣지 못할 경우에는 시민들이 먼저 요구해줘야 한다"고 말해 시 정책에 적극적인 시민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