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 공격에 대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해 사건의 중요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7일 한겨레21 최근호(온라인)에 따르면, 청와대는 특히 청와대 행정관 박아무개(38)씨가 선거 전날 저녁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사실,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해커들 사이에 대가성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21은 사정 당국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달 초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인 공아무개(27·구속)씨 검거 직후부터 경찰 최고 수뇌부와 청와대가 교감을 한 뒤 경찰 발표 문안을 확정했다”며 “그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범행이 비롯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 디도스 공격을 둘러싼 돈거래 내역 두 가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미리 협의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런 합의 내용에 따라 지난 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하루 앞선 8일 한 언론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과 술자리에 함께 한 내용을 폭로해 발표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고 한겨레21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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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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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9일 경찰의 발표에서는 청와대 행정관의 술자리 참석 내용을 시인했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해커들 사이의 돈거래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었다.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 사이의 돈거래 사실은 지난 14일 한겨레21의 첫 보도로 알려진 뒤에야 경찰은 그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를 인정했다. 청와대와 경찰이 감추려고 했던 두 가지 주요 사실이 결국 언론을 통해 모두 알려지게 된 셈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경찰과 청와대 쪽의 사전 교감 사실과 관련해 “지난 1일 경찰 최고위급 간부에게 ‘손발이 맞지 않아 못 해먹겠다’는 전화가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치안비서관으로부터 걸려오면서부터 본격적인 조율이 시작됐다”며 “청와대와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씨의 신원이 한나라당 의원 비서로 언론에 공개돼 당시 청와대는 패닉에 빠졌으며 이어질 경찰의 돌발행동을 우려해 비서관급에서 수석급으로 핫라인을 격상했다”고 말했다고 한겨레21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박영선 의원은 “(지난 9일에 발표된) 디도스 수사 발표문이 조현오 경찰청장실에서 고쳐졌다”고 폭로했었고,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조현오 경찰청장이 계좌 관련 정보의 공개를 반대했다”라고 말했다고 한겨레21은 보도했다.
청와대 쪽이 경찰의 수사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청와대 행정관 박씨가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이던 김씨와 식사를 함께했다는 내용을 경찰이 포착하고 이를 수사선상에 올린 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겨레21은 “지난 4일 이후 경찰이 계좌 추적을 시작해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돈거래와 관련한 단서를 잡은 것도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이유로 보인다”며 “경찰의 수사망이 청와대와 한나라당까지 좁혀온 데 대한 청와대의 반응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돈거래 사실을 공개하자는 수사 실무진의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한겨레21은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경찰 간부는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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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황운하 수사기획관이 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에 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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