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책 벌레 박원순

책 벌레 박원순
책은 그의 음식이자 위로가 되는 친구
책 읽으면 항상 기록하고 정리
시정에도 큰 도움
가장 인상 깊은 책은 그를 법률가로 이끌었던 ‘권리를 위한 투쟁’
박원순 서울시장은 책 벌레다. 그의 방배동 자택에 쌓여 있는 책만 해도 수 만권이 넘고 그것도 모자라 친척집 공장 창고에 몇 만권이 더 있다. 인터뷰를 위해 박 시장의 집무실을 찾았을 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방의 한 쪽 벽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책장 속에 빼곡히 꽃혀있는 수많은 책들이었다.

"제가 책 욕심이 참 많습니다.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며 길을 걷다가 논두렁에 빠질 정도였으니깐요

'책은 청년에게 음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 위안이 된다'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책은 박 시장의 젊은 시절부터 항상 함께 했다. 서울대 사회계열 진학 후 시위 참가를 이유로 4개월 간 감옥에서 보낸 시간과 출소 후 학교에 복학하려 했지만 받아주지 않아 다시 1년 동안 방황의 시기를 보낼 때 책은 그를 위로해준 친구이자 오늘날 그의 정신세계를 형성한 큰 자양분이 됐다.

박 시장은 책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유독 많다. 그중에서도 하버드대 객원연구원 시절 법대 도서관의 책을 모조리 읽었던 일화는 그의 병(?)적인 책 욕심을 설명할 때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당시 저에게 필요 없는 판례집이나 비즈니스에 관한 논문집을 빼고는 다 읽었죠. 그 때 제 아내가 책 읽는 것을 도와주려고 복사를 하다가 기절한 적도 있어요. 복사기에 나오는 열이나 냄새가 그렇게 독한지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생각할수록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죠.”

박 시장은 제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정리되지 않은 지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는 독서를 할 때 항상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이미 십 수권의 책을 펴낸 다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정리하는 습관 때문에 가능했다.

“제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사실 전사나 다름없습니다. 독서와 스크랩만큼은 전투적으로 하거든요.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꼭 독서 노트를 정리해요. 이 전쟁은 책에 국한되지 않죠. 신문ㆍ잡지ㆍ주간지 모두 스크랩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독서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시정을 펼쳐나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박 시장은 “물론"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정리할 때 한 가지 주제를 정합니다. 예를 들어, ‘리더십’이라는 주제하에 온라인으로 독서노트를 정리해 놓으면 훗날 ‘리더십’이라는 단어로 검색했을 때 제가 읽고 모은 자료와 당시의 경험들이 펼쳐지는 것이죠. 필요한 단어를 찾아가면 제가 정리해 놓은 수많은 자료들이 주르륵 쏟아지는데 시정을 펼칠 때도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책 벌레 박원순에게 마지막으로 지금껏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과 가장 애착이 가는 저서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기억에 남는 책이 적지 않아 선택하기 쉽지 않지만 한 권 고르라면 독일 법철학자 예링(Yhering)이 쓴 ‘권리를 위한 투쟁’이란 책이 가장 인상 깊습니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고 그 수단은 투쟁’이라고 썼는데, 저를 법률가로 이끈 명구이기도 하죠. 제가 쓴 책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입니다. 오늘날 실업과 일자리를 얘기하지만 시대에 대한 통찰력과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갖는다면 일자리는 많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