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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기증

유물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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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3일 (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사운(史芸) 이종학(1927~2002)은 수원 출신의 서지학자이자 사료수집가다. 젊은 시절 고서점을 운영하며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서적과 자료들을 모았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 정부가 회피해 온 독도문제와 관련, 사재를 털어가며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 등 그야말로 온몸을 던졌다. 1980년대 초부터 일본을 50여차례 드나들며 일본 국회도서관, 고서점 등에서 독도가 대한민국의 땅이라는 증거가 담긴 지도와 자료들을 끈질기게 찾아냈다.

이 자료들로 인해 1997년 울릉도에 독도박물관이 생겼고, 이종학은 독도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그가 수집해 기증한 독도박물관 전시 자료들은 일본 스스로 독도는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확실히 기록했던 역사적 증거물들이었다.

이종학이 수집한 방대하고도 귀중한 자료들은 독립기념관과 현충사, 북한 그리고 수원박물관 등에도 기증됐다. 수원박물관내 사운 이종학사료관은 그가 수집한 자료 2만여점을 수원시에 기증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부가 전시되고 있다.

최근 후손들이 잇따라 보물급 유물들을 지방자치단체에 기증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용인이씨 문중이 성리학의 대가인 이세백(1635~1703)의 초상을 비롯해 16~19세기 유물 112점을 경기도에 기증했다.

이중 이세백과 그의 아들 이의현(1669~1745) 부자의 전신 초상은 1점당 2~3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보존처리후 기증유물을 경기도박물관에 전시하고, 이세백·이의현 초상화는 문화재청에 보물지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실학자 성호 이익의 방계 후손인 故 이돈형 박사 유족들도 보물 제1673호인 ‘천금물전’ 10책을 포함해 총 167종 336점의 유물을 안산시에 기증했다. 기증한 유물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15억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사는 지난 1994년 ‘성호사설’ 등 이익의 저서와 성호가문 일문문고 1천여권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바 있다.

유물 기증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희귀한 유물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욕심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상 대대로 소중하게 간직돼 온, 또는 상당한 값어치가 나가는 유물과 자료들을 선뜻 내놓는 기증은 숭고하게 느껴진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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