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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박원순 시장 `내년부터 강남북 균형인지 예산제도 실험`

[뉴시스 인터뷰]박원순 시장 "내년부터 강남북 균형인지 예산제도 실험"
기사등록 일시 [2011-12-26 04:55:21]

"내년 초에는 뉴타운 문제 해법 큰 가닥 잡을 것
서울을 고향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 실험"

【서울=뉴시스】대담/한평수 사회부장 정리/손대선·이재우 기자 사진/강진형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서울시청에 입성했다.

시민사회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극적인 변신을 한 그를 두고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는 아직도 호평과 비판이 교차한다.

시정을 맡은지 2달 남짓 된 22일 뉴시스는 시청 서소문별관 집무실에서 박 시장을 만나 그의 고민과 희망, 그리고 소통의 방식을 물었다.

박 시장이 이날 강조한 것은 '현장 소통'이었다. 현장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시민사회운동가 시절의 습성을 두고 일각에서 '인기영합주의'라 비판받기도 하지만 어쨌든 서울시민 다수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시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이를 시정에 담겠다는 의미로 시작한 '청책(廳策) 투어'를 거의 매주 치르고 있는 그는 시청직원들과도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소통의 시간을 갖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시장이 틈나는대로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시민들과 실시간으로 문답을 주고받는 것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은 일이다.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보면서 집무실에서 그냥 잠을 청하다가 직원들에게 들켜 쫓겨나다시피(?)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시청 직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로 숨가쁜 일정을 소화내고 있지만 박 시장은 여전히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달 15일 민방위훈련 참관도중 자신을 '빨갱이'라 부르는 중년여성으로부터 불의의 폭행을 당한 와중에도 "온 세상에 사람이 다 있는데, 시장이 이런저런 사람 있는 것 이해해야한다"고 용서의 뜻을 밝힐 정도로 포용력도 내보였다.

하지만 현재 그에게 무소속이라는 자유로움은 없는 듯하다. 선거 당시 야권과 진보 시민사회가 보내준 전폭적인 지지는 당선 후 적잖은 부담으로 그를 짓누르고 있다.

복지증진을 공약으로 내걸고 시장자리에 올랐지만 현실적 장애물이 적지않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뉴타운 재개발과 고질화된 양극화 문제 해결, 만성적자 기미를 보이고 있는 시의 살림살이를 펴게하는 단초를 마련하는 게 그에게 당장 던져진 숙제다.

박 시장은 어떤 면에서는 변호사 출신답지 않게 눌변이다. 마주앉아 주고받는 사적인 정담에는 능하지만 대중이나 언론앞에서의 언변 자체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주어와 서술어가 뒤섞인데다 말을 잇고 끊는데 서툴러 행간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곡해하기 십상이다. 이 탓에 후보 시절에는 논란이 되지도 않았던 반값 등록금 문제 관련 발언 등이 당선 후에는 비판을 받기까지 했다.

박 시장은 내년도 시정의 초점을 뉴타운 문제 해결과 마을공동체 만들기, 그리고 낙후된 강북의 발전을 위한 균형인지 예산 제도 등에 맞춰두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시민복지의 틀 안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날씨가 추워졌다. 걱정이 많으실 것 같은데 시민들에게 해주실 말씀 해주신다면.

"지금 우리 시민들에게 가장 팍팍한 겨울, 계절인 것 같다. 주택난, 월세난, 사업불황, 양극화 또 우리 정치가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터치하고 또 좋아지는 앞으로 그런 반전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늘 희망은 절망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치가 하도 엉망이니까 그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 않은가. 또 경제도 마찬가지로 가장 힘들 때 새로운 변화가 일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이상 바닥으로 내려 갈 데가 없다는 뜻인지.

"맞다. 저는 본래 낙관주의자다. 그런 희망을 가지는 사람, 꿈을 가지는 사람이다."

-정치, 경제 모두 바닥을 쳐서 더 이상 내려 갈 데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그렇다."

-감시를 하던 시민단체 시절에서 이제는 감시를 받는 것으로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갑을이 정반대로 바뀐 셈인데 어떤가.


"그런 측면이 있다. 지금은 제가 정책 결정자의 위치가 됐다. 과거는 조언자의 위치에 있다가 훈수를 두는 게 아니라 바둑을 직접 두는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그만큼 책임이 커졌다. 그것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 됐다. 동시에 그러면서도 제가 NGO 활동가, 시민운동가 생각을 버리고 이렇게 되면 제 역할, 사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저를 선택한 것은 제가 살아오고 가져온 생각을 이 자리에서 펼쳐 보이라고 하신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안정된 관료 시스템을 잘 유지해 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양면을 잘 조화시키는 게 성공하는 시장으로서의 역할 아닌가 싶다."

-뉴타운을 추진 과정부터 지켜봤는데 사석에서 본 오세훈 전 시장도 뉴타운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 각 구청 다녀보면 지역마다 여건이 다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하다가 뉴타운이 정체되어 있다고도 본다. 뉴타운 관련해서 해법이 있는가.

"좀 답을 달라(웃음). 사실 제가 최근에 반대하는 분도 만나고, 찬성하는 분도 만난다. 그러면서 제가 정책으로 보고 받는 것과는 달리 현장상황을 많이 파악하게 됐다. 15명 정도씩 반대하는 사람들이 죽 얘기하고, 찬성하는 사람이 죽 얘기하면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요소들이 많이 있더라. 기본적으로는 과거 얘기는 하지 않겠다. 일단 지금 상황으로 보면 뉴타운 지정 받은 여러 지구들이 다 제각각의 상황인 것 같다. 주민 찬반의 갈등 정도도 다 다르고, 사업 시행 진척도도 다 다르다."

"어느 지역 조합장은 정말 훌륭하더라. 정보를 조합원들하고 충분히 공유하고, 선택을 통해서 능률도 높이고, 그래서 착공까지 6개월 걸렸다. 어떤 데는 3년, 5년이 돼도 제대로 진척이 안 된다. 아무튼 제가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있는데 내년 초에는 이런 것을 기초로 해서 (뉴타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을 건지 전반적인 방향을 말씀을 드리겠다. 아무래도 시민들이나 워낙 관계된 사람들이 많으니까. 지구마다 다르니까 지구의 특성과 해결방향을 일일이 다 경청하고, 자료 확보하고, 어떻게 해제해야 할 데가 있고, 어떤 데는 빨리 추진하도록 우리가 지원해야 할 데가 있다. 또 어떤 데는 주민 결정을 좀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아무튼 그렇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아까 해법 달라고 하셨다. 이번 임기를 수행하는 구청장들을 만나보니 이전 구청장들 때 하고 다른 게 주민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구청장들에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맡겨 두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 같은데.

"그것도 중요하다. 지금 구청장들끼리 TF팀을 조직했다. 문석진 서대문 구청장이 책임자다. 구청안에서 저보다 더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다. 일선에서 늘 만나니까. 제가 시장 되기 전부터 TF가 만들어져 있더라. 이분들의 말을 듣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것 알고 있다."

-서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강남북 불균형이다. 오래된 얘기가 있다. '강북 시민들이 세금 내서 강남 신도시를 만든 것 아니냐'는. 강북의 세금이 투입돼 강남의 도로를 만들고, 상하수도, 도시 기반 만든 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건 편을 가르자는 게 아니다. 세금을 내서 강남 도시가 좋아지고 성공해서 결실 얻고 있는데 그게 왜 강북으로는 안 돌아오느냐, 이런 느낌이 강북인들에게는 있다. 그렇게 말하는 구청장들도 있고. 강남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시장께서 요즘 내놓는 대안 중에서 강남북 불균형 해소 대책은 있는가.

"내후년부터 우리나라에는 성인지 예산이 도입된다. 남녀평등을 생각하는 예산이다. '얼마나 평등하게 됐는지 고민해라' 그런 내용이다. 그것처럼 '균형인지 예산 제도'를 도입하겠다. 예산을 투입할 때는, 어떤 사업을 할 때는 (강남북)균형발전을 달성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가를 살필 수 있도록 전제되게 말이다. 성인지 예산은 내후년부터 시작이지만 서울시가 내년 예산에 이미 그런 관점에서 실험을 해보라 말하고 있다. 균형인지 예산은 실무진 선에서는 얘기됐지만 공식적으로는 처음 얘기하는 것이다. 요컨대 서울시가 빙상경기장 짓는다, 그러면 어디 지을지 예상하고 어디에 배치되어야 그 지역사회가 좀 더 활성화 되고, 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보라는 것이다. 특별교부금도 가장 어려운 구청부터 조금이라도 더 드리는 걸로 계산해서 하라고 특별히 얘기했다. 노원구, 강서구, 금천구 이런 쪽은 서울시 책임이 없는 바가 아니다. 임대 주택 많이 지어드리고, 복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복지를 하면 시와 구청이 매칭을 해야 하는데 구청예산이 많이 든다. 그런데 구청장 개인이 뭔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예산이 너무 없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강남쪽에는 서울시에서 투자해서 도로망 잘 갖춰졌는데 상계동쪽은 투자를 하다 만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강북시내 가보면 옛날 도로 그대로 있어 시민들 살기에 너무 불편한 게 있다. 그런데 경전철, 도로확장에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경전철 부분이나 교통 해소 부분에 한해서는 토건사업이라고 뭐라 하지 말고 급한 거 있으면 그것도 해주면 어떻겠냐고 얘기하는 사람 꽤 있다. 그래서 도시인프라, 문화 인프라 말하는 사람들 있는데 일단 생활 속 교통인프라도 중요하지 않은가.

"교통도 복지의 개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생각한다. 특히 교통 취약 지구에서 여러 가지 경전철 얘기 등이 나오고 있다. 물론 경전철은 이미 하고 있는데도 있다. 다만 경전철이나 새로운 전철이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사실 운임도 장기적으로, 항구적으로 서울시 재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서 대안적 방법이 없겠나 생각하는 것이다. 큰 대규모 시설 같은 경우 한 번 하면 다시 철회할 수 없지 않은가. 용인이나 김해처럼 말이다. 굉장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서울시 지하철만 하더라도 대중교통 요금 때문에 1년에 거의 9000억원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다. 거기다가 또 더 짐을 다음 세대에 넘길 수는 없다. 물론 시민들을 위한 예산이긴 하지만. 그게 감당할 만한 게 돼야지 서울시가 파산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지금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를 둬서, 그런 기구를 통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센터는 시장이 제안하는 것도 검토한다. 사실 저도 욕심이 있지 않은가. 잘 하고 싶고, 또 지역현안 때문에 여러분들이 와서 많은 얘기도 하시지 않는가. 그럴 때 거기를 거쳐야 된다는 원칙이 있으면 저로서도 마음이 편하고 실수 안하고 민원성 압력도 해결될 수 있다. 공공투자관리센터 같은 경우는 50% 정도 밖에 통과 안 된다고 하더라. 기존 투자심사위원회는 거의 90% 통과됐는데 말이다."

-이번 첫 예산 항목 보니 가장 관심 가는 게 마을공동체 예산이다. 마을공동체는 어떤 모습인가. 옛날 전통 중에 두레가 있을 테고, 요즘에는 마포 성미산 공동체가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아이디어가 괜찮다. (성공한다면)어쩌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만들려는 배경은.

"과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고 일하는가? 옛날에는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살았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찌됐든 굶지 않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가 됐는데 행복지수로 따지면 굉장히 낮다."

"OECD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서 부산에서도 OECD주최로 회의가 열렸다. 영국의 '미니스트 오브 로컬 커뮤니티' 즉 지역공동체장관이라는 이가 있어서 그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에 갔다. 거기 회의자료를 읽어 보니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행복이 물질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역공동체에서의 소속감이더라. 요즘 대한민국의 행복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마을은 말 그대로 우주였다. 집안의 일원이 동네의 일원이었다. 친구 집에서 마음 편히 밥 먹고, 그 집 어머니가 놀다가 자고 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 그런 것이 거의 다 없어졌다. 공동체라는 소속감이라는 것이 안정감, 행복감을 증진하다고 본다. 지금 서구사회에서는 그런 것들을 증진하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 외로움은 무한경쟁사회에서 자살을 만들고 사람을 황폐화시키고, 절망하게 만든다."

"한국사람들이 자살률이 높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엄청나다. 무한경쟁은 사람들이 계산 할 수 없는 엄청난 피폐감을 준다고 본다. 지금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는 사라졌지만 나름대로 다행인 것은 그래도 마을단위마다 풀뿌리 단체들이나 자발적 봉사모임이 이렇게 저렇게 하고 있는 데가 많다. 그래서 이런 단체들을 촉진시키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주면 어떨까. 취임 때도 말했지만, 아마도 서울이 고향 같은 서울이 되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서울이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없는데 말이다. 저는 (마을공동체 복원이)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물어본 적이 없었다. 감사드린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이었다.

"'그게 뭐냐?'고 지나가는 말로 하면서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조직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정치조직이라.

"그렇다. 그런데 정치조직을 만들려면 오히려 기존의 관변조직이나 이런 것을 만드는 게 더 좋지 않나.(웃음)."

-마을공동체를 복지 쪽으로 생각하시는 것인가.


"가장 근원적인 복지다. 제가 계속하는 게 마음의 평정, 이웃과의 정 이런 것이 밥 한 끼 먹는 것보다 때로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로당이 있고, 어린이집이 있고, 장애인 복지 시설 현재는 이런 게 다 따로 따로 놀고 있다. 사실 어찌 보면 노인 복지시설, 경로당은 또 하나의 수용시설이다. 모두 외롭게 있는 것이다. 어린이집과 경로당이 하나로 있다면? 세대 간의 결합은 중요한 것이다. 아이들 재롱 보는 것이 할머니들한테 얼마나 기쁜 일인가.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아무리 좋은 시설 따로 만들어놔도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지역사회에서 뭔가 자기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함께 하고,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 마을공동체다. 가장 필요한 복지다."

-조직을 이끌어 나가다보면 관계된 기관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시의회인데, 최근 시의회와 불협화음도 일부 노출되는데.

"지금과 같은 좋은 관계가 역대 있었나?(웃음)"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화합 선언도 하고, 문제 해결 다 했습니다."(웃음)

"(정색하며)서울시의회가 또 너무 좋으면, 그건 시의원들이 역할을 못하시는 것이다. 때로는 긴장과 갈등이 있어야 견제와 균형이라고 하는 본래적 역할을 다하시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서로 역할에 따라서 가장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나름대로 그렇게 되도록 노력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예산이나 조직개편안이나 이런 것들을 조금씩은 변화가 있었지만, 크게는 저희가 원하는 대로 통과시켜 주셨다."

-시의원들이 민원도 많을 텐데, 시장도 표로 당선되셨듯이 지역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이 분들도 저처럼 선출직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일을 하신다. 공약이라든지 시의원님들의 요청사항을 전부 데이터베이스화 해 서울시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하게 수용해서 해야 한다. 때로는 의견이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중장기 사항은 뒤로 조금 미루거나 아니면 '우리가 대안이라도 만들자', '이 공약 대신에 이런 건 어떻겠느냐'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시장 없지 않았나(웃음)."

-정치질문 드리겠다. 시장께서는 정치조직이 없었다. 지난번 선거 때도 여러 도움을 정치권에서 폭넓게 받으셨는데 도움 받은 분들에 대한 평가 좀 해 달라. 그러니까 '이분들이 시민사회 단체에서 볼 때는 이랬는데 사실 보니까 이런 면도 있다' 식으로 말이다.

"행복했다. 물론 무소속으로 나왔지만, 민주당과는 경선을 치러 함께하는 단일후보 됐다. 특히 단일 후보가 됐을 때 '민주당이 과연 도울까?', '얼마나 도울까?', '다른 정당들은 어떨까' 이런 고민들이 있었다. 선거 캠프가 처음에는 시민사회 중심으로 꾸려졌다가 나중에는 야당 전체가 함께 했다. 대변인도 들어오고 전략본부에도 들어오고 저는 시민사회와 이쪽의 갈등이 첫 번째 걱정이었는데 잘 용해가 됐다.
두 번째는 민주당과 다른 정당과는 어찌될까 걱정을 했다. 그 때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이라든지 참 역할을 잘 했다. 제가 무소속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원이 한 500명밖에 안됐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뭐 선거운동원은 셀 수도 없었다. 당원들이 다 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당원이 뛸 수가 없었다. 제가 그쪽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500명이 정말 소중했다. 지역본부장을 민주당이 안 맡고 다른 정당이나 시민사회가 맡도록 개방했다. 그래서 다 교통정리가 됐다. 제가 지역유세 나가보면 예를 들어 사회는 민노당의 이상규 위원장이 보고 있고, 유세는 서로 잘 안 만나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오고, 아무튼 대 화합을 이룬 것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이 역할을 많이 했다는 것인가.

"모두가 역할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보고 희망을 가졌다. 그대로 가서 당까지 합쳐서 하면 정말 좋았었는데 또 (보궐선거)끝나고 나니까 조금 서로 싸우더라(웃음). 결국 한 개로는 못하고 두 개로 합쳐지는 양상인데 그래도 전 보다는 나아졌고, 또 이런 연대의 경험이 좋은 흐름으로 작동되리라고 본다."

-경선 같이 했던 박영선 의원 쪽은 어땠나.

"정말 똑똑하시지 않은가. 저랑 게임이 안 되더라. 박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처럼 저랑 경쟁했던 후보들을 보면 신기했다. (TV토론때)저는 (원고를)보고도 잘 안 되는데. (나 의원이)보지 않고서도 토론을 정말 잘해서 옆에서 정말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얘기를 잘하나(웃음). 기자들도 옆에서 보기에 아슬아슬 했을 것이다. 평소에 물론 대변인 하셨다거나 방송 경험이 있다고는 하는데 따지고 보면 저도 방송경험은 적지 않은데(웃음)….

-그러고 보니 시장 당선되시는데 구로구가 역할을 많이 했다. 이인영 전 의원, 박영선 의원 다 구로구가 지역구 아닌가.

"구로구도 지지율이 높았던 곳이죠. (두 분이)저랑 많은 곳을 같이 다녔다. 사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공약도 박영선 의원의 아이디어다. 제가 받겠다고 했다."

-최근 1급 이상 고위직 용퇴인사 가지고 뒷말이 무성하다.

"고위직 인사는 역대 시장에 의한 인사와 비교해서 많은 숫자라고 하는데 사실 이번에 (용퇴)하시게 된 분들과 한두 달 같이 일해봤지만 모두 다 훌륭하시더라. 정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서울시 조직이라는 게 시장 마음대로 배치할 수가 없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딱, 제한되어 있다. 사실 서울시 정도는 부시장이 다섯 명 정도 되어야 한다. 인구가 1000만에 공무원이 4만6000명이다. 그런데 (고위직)숫자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뭐랄까 '세대교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 끝에 (이번 인사를)한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의 색깔 지우기'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색깔지우기식이라면, 그렇게 따지자면 뭐 공무원들 다 그만두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고 오해였다. 제 뜻이 그렇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은 오히려 이번 정부가 남북 관계 잘 풀 수 있는 절호의 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첫 단추를 너무 잘못 끼운 상황에서 지금 미국, 중국, 일본은 정말 잘 대응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만 낙동강 오리알 됐다. 결국 북한은 지정학 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결국은 우리가 통일하고, 평화를 유지할 파트넌데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선거 중 관훈 토론회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 평화를 유지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이런 능력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 중의 하나라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큰 변고가 생겼는데 이 때 지금까지 잘못했던 것을 되돌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너무 머뭇머뭇 거리는 거 아닌가.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은 금방 조의를 표하기까지 했다. 미국이 뭐 김정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겠는가. 어찌 됐든 저는 중앙 정부의 역할은 중앙 정부가 하는 것이고, 서울시로서도 여러 가지 남북교류 기금도 있고요 인도적 지원을 지금까지 해왔고 그래서 서울시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지도 고민하려고 한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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