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집중호우를 비롯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신묘년이 어느덧 저물고 있다. 주유소 폭발 참사와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들에 대한 무더기 살처분까지, 올 한 해는 유독 경기도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일들이 많았던 해였다. 각종 사건과 이슈가 많았던 올 한 해를 경인일보가 바라본 경기 10대 뉴스로 정리한다. ┃편집자 주

▲ 지난 9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주유소 옆 세차장에서 유증기가 폭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폭발로 건물이 무너져 내려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열수기자
1. 주유소 폭발·유사석유 파문

수원·화성서 잇따라 터져 뿌리깊은 유사석유 불안 증폭

지난 9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주유소 폭발로 7명의 사상자가 나는 유례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심에서 발생한 주유소 폭발 사건은 3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고 그 가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경찰 조사결과 가짜 기름을 사용한 흔적인 기름탱크 2개가 주유소 지하에서 발견돼 주유소 사장까지 구속됐지만, 상처가 채 치유되기도 전에 또다시 주유소 폭발 사건이 터지게 된다. 수원 주유소 폭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며칠 뒤 화성시 기안동 K주유소도 폭발 사고로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경찰과 관련 기관 등이 대대적인 유사석유 단속과 근절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2.구제역 확산 '축산농 시련'

올 174만마리 살처분… 부실 매몰지·침출수 유출 후폭풍

하늘도 땅도 잔혹했다. 경기도를 덮친 구제역은 축산 농가들에 큰 시련을 가져다줬다. 올해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수만 모두 174만마리. 그 가운데 돼지가 167만마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예방접종 실시로 구제역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이후에는 매몰지 관리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됐다. 부실 매몰지가 속출했고 여름 집중호우로 유실과 침출수 유출 논란이 지속됐다. 살처분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피로가 쌓이고 이로 인한 사고도 속출했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구제역 돼지를 퇴비로 활용하다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도내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매몰지는 각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언제 또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관심 대상이기도 하다.

3. 경기도 강타한 '집중호우'

도내 9개 시·군 휩쓸어 39명·3천억 인명·재산피해 '상처'

7월 말 광주와 동두천·양주 등 도내 9개 시·군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39명의 인명피해와 3천억원의 재산피해라는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수백㎜가 넘는 물 폭탄이 떨어져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안타깝게도 서민들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과 농촌지역이었다.

순식간에 내린 비로 미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은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들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긴급자금을 지원받았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수해 현장에는 전 국민의 도움과 봉사의 손길이 이어졌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4. 브레이크 걸린 '용인경전철'

시설비 하루 이자 수천만원 부담 '지방재정 파탄' 실패작

부푼 기대를 안고 개통을 기다렸던 용인경전철은 여전히 멈춰 서 있다. 공사 하자에 따른 안전문제 등을 들어 준공을 늦춰왔던 용인시는 국제중재법원의 판정으로 시행사인 용인경전철(주)에 천문학적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재정 부담의 직격탄을 맞았다. 하루 이자로만 6천600만원, 여기에 공사비 원금을 조기에 갚지 못하면 연간 240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결국 용인경전철은 지방재정 파탄이 우려되는 실패작으로 드러났다. 경전철을 채택한 지자체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업 최초 진행시 책임을 맡았던 전직 시장, 시의장들이 현 시의회에 소환되는 수모도 겪었다. 수요 실패가 단순히 계산착오였는지 추진 과정에서 비리는 없었는지는 여전히 검찰에서 수사중이다.

5.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피랍 구출과정 총상 불구 침착한 대응 '캡틴 리더십' 빛나

올해 초 대한민국 소속 삼호 주얼리호가 해적들에게 피랍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인근 해역에 있던 최영함이 현장에 급파돼 약 5시간의 교전을 거쳐 21명의 선원을 전원 구출했다. 당시 석해균 선장은 구출 과정에서 총상을 입었지만 침착한 대응으로 선원들을 구하는데 큰 일조를 했다는 평가로 '아덴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석 선장은 부상을 당한 현지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수원 아주대로 옮겨져 어려운 치료와 재활 끝에 건강한 상태로 퇴원해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현재 석 선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초청 강의도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6. 평택소방서 2명 '의로운 순직'

가구전시장 화재현장 소방관 '참변' 열악한 업무환경 지적

평택소방서 119구조대 이재만(40) 소방위와 한상윤(32) 소방장이 지난 12월 3일 오전 평택의 한 가구전시장에서 진화작업 중 무너진 천장 구조물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소화기로 진화잔업을 하다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과 매장 안에 가득한 가구들로 인한 열기와 유독가스로 '철수하라'는 명령에 따라 빠져나오다 변을 당했다.

송탄소방서장으로 열린 이들의 영결식에는 동료 소방관과 각계 인사 등 400여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소방관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에 대한 지적도 함께 이어졌다.

7. 또다시 둥지튼 불법시설

23명 생명 앗아간 '씨랜드 참사' 주변 되살아난 안전불감증

1999년 여름, 화성 씨랜드에서는 화재로 인해 유치원생과 인솔교사 등 23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참사가 있었다. 불법 수련시설에서 빚어진 이 참사는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는 점에서 전 국민을 분노케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혼령들의 한이 아직 풀리지 않은 씨랜드 화재참사 현장 주변에서 또다시 불법 시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 시설을 조성한 이가 화재참사 당시 씨랜드 수련원 원장인데다 소유는 형 명의로 되어 있었다. 우리 사회의 도덕과 윤리, 양심이 사라진 기가 막힌 일이었다. 이후 해당 불법 건축물은 모두 철거됐지만, 국민들은 다시 살아난 기억에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8. 여당의 텃밭 '분당을 야당 승리'

진보정당 불모지서 인물론 부각 '손학규 효과' 다시 입증

야당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전 당 대표가 승리했다. '손학규 효과'를 입증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사실상 진보 정당의 불모지에서 승리한 것은 민심의 반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여야 거물급이 나온 분당을 선거에서 당시 손학규 후보는 '나홀로 유세'를 고집하며 '당 대 당' 구도보다는 '인물론'을 부각시켜 당선됐다는 면에서 눈길을 모았다. 여권은 분당을 패배에 큰 충격을 받았고 민주당의 대선주자 후보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보수층을 중산층이라는 이름으로 감싸안고 구체적 공약을 내세운 것도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있어서도 큰 교훈으로 남았다는 평가다.

9. 토마토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도미노현상 불안감 고조… 해당은행 임원 자살로 이어져

지난 9월 자산 2조원이 넘는 대형사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됐다. 금융위원회가 해당 저축은행을 7개 부실 저축은행에 포한시킨 것인데, 본사가 성남에 위치해 지역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영업 조치가 내려지자 성남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앞은 물론 전국의 각 지점에는 예금자들이 모여들면서 큰 혼란을 겪었고 금융기관 연쇄 영업정지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더욱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이미 터진 뒤라 그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혼란과 긴장이 지속됐다.

예금자들은 밤새 줄을 선 뒤 각 지점 앞에서 '돈을 달라'며 아우성을 쳤다. 이어 토마토저축은행의 한 임원이 목을 매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10. 이화여대 '파주캠 포기' 충격

5년만에 일방적 백지화… 파주시·주민들 '먹튀' 주장 반발

경기도와 파주시의 숙원 사업인 이화여대 파주캠퍼스가 물거품이 됐다. 이대 측에서 일방적으로 공식 포기 선언을 한 것인데 지역사회가 받은 상처는 대단했다. 38만 파주시는 물론 경기도민까지 분노한 캠퍼스 유치 포기는 법적 대응 논란까지 일었다. 당시 이대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월롱면 영태리의 반환 미군기지 캠프인 에드워드 부지 등 28만9㎡에 추진하던 이대 파주캠퍼스 조성사업 포기를 선언, 5년 만에 사업을 백지화했다. 캠퍼스 부지 매입가를 둘러싼 국방부와 경기도, 파주시간 협의매수가 불발돼 재정능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파주시와 주민들은 이대가 단물만 빼먹고 '먹튀'를 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조영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