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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茶道) 여인 고향순, 차(茶)로 마음을 다스린다

다도(茶道) 여인 고향순, 차(茶)로 마음을 다스린다
[향기나는 수원사람들] 고향순 가향산방 대표
김준영 기자

가향산방에서 만난 그녀는 아주 온화한 사람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함은 주변을 가라앉히고 평온하게 해주었다.실내 또한 그녀의 기품을 반영하듯 수수한 다기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런 분위기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차(茶)를 통해서 마음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마음을 갈고 닦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배우는 거죠. 다도에서는 이것을 ‘문을 없앤다’고 해요”

▲ 고향순 가향산방 대표 ©김준영 기자
반야로차도문화원 수원지부 지부장 겸 가향산방의 대표인 고향순 씨는 “차를 공부하는 것은 불교용어로 ‘문’을 없애는 과정”이라고 말했다.‘문’이라는 것은 불가에서 일컫는 ‘탐욕과 근심’이며, 차도는 이러한 ‘문’을 줄여나가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그녀는 “스님들이 좌선을 통해서 도의 경지로 간다면 나는 차선을 통해서 수양을 쌓는 것”이라며 “차도(茶’道)를 통해서 내가 만들어낸 ‘문’을 없애고 삶의지혜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가향산방’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28-3(행궁주차장 옆)에 위치해 있다.

“누구나 부담없이 들러 차담을 나누었으면 해요. 제가 가향산방 문을 연 이유도 많은 이들이 차를 접하고 다도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으니까요”

그녀가 처음 가향산방을 열었을 때는많은 이들이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써 시작했다. 차방을 찾는 이들에게는 차와 다도를 무료로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공부방으로 쓸 수 있도록 해 주었단다. 학생들에게 공부방을 마련해 준 것도 좋은 일인데, 따뜻한 차와 다도를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마음의 평온을 얻어갔을까?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음의 안식을 선물하는 고 씨에게 다달이 내야 하는 월세는 버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꾹 참고 1년 가까이 기부형식으로 차방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가향산방을 오가던 한 벗이 ‘한 푼이라도 벌면서 운영하는게 좋지 않느냐’고 권했고 우여곡절 끝에 명품 차와 차도구를 판매하기로 했다.

그녀는 “제가 차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차를 주게 된다”며 “1년 정도 하다보니까 생활이 힘에 붙였다. 월세라도 내야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찻집으로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복은 짓는대로 간다고, 고 씨의 생활고를 알게 된 일부 지인들이 지원공세를 보내왔다. 모두 그녀가 평소 기부형식으로 덕을 베풀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인터뷰 중에도 여러 이들이 차방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차에 정신을 올곧게 해주는 그런 게 있나보다”며 “생활에 굴곡이 있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게중심을 잡도록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 고향순 가향산방 대표 © 김준영 기자

“녹차, 티백으로도 근사한 맛 연출할 수 있어”

그녀는 인터뷰 중 “보통 인식들이 ‘녹차’라고 하면 쓰고 떫은 맛의 차를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며 “티백만으로도 얼마든지 부드러운 녹차를 마실 수 있다”고 귀띔했다.

쓰고 떫은 맛의 녹차를 부드럽고 담백하게 마실 수 있다니, 더군다나 티백 녹차로도 근사한 맛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녹차의 맛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의 적정 온도란다. 70℃의 물에서 가장 많은 양의 아미노산 성분이 우러나오며, 이 온도에서 녹차를 우려 마셔야 가장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반면에 70℃보다 높은 뜨거운 물에서는 ‘카페인’과 ‘타민’이 먼저 우러나와 쓰고 떫은 맛이 난다.

일반 사람들이 쓰고 떫은맛의 녹차를 마시게 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뜨거운 물에 녹차 티백을 푹 담궈 우려마시니 제대로 된 녹차 맛을 즐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티백을 뜨거운 물에 푹 담글수록 쓰고 떫어진다”며 “70℃의 물에 담그고 빼기를 반복할 경우 훨씬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고 전했다.

▲ 고향순 가향산방 대표 © 김준영 기자

“커피는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

그녀는 “녹차와 커피에는 똑같이 카페인 성분이 들어있으나 근원이 다르다”고도 했다.

녹차는 식물의 ‘잎’을 주성분으로 하는 반면, 커피는 ‘열매’를 주성분으로 한다. 그녀는 이를 ‘나눠주는 에너지’와 ‘보호하려는 에너지’로 보았다.

“열매는 ‘종족번식’을 위한 거잖아요. 자신을 보호하려는 ‘에너지’인데 따고 볶아서 갈아 마시니 얼마나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겠어요. ‘커피’는 이러한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심장에 무리를 줄 거예요”

고 씨는 “커피를 많이 마실 경우 심장에 반드시 무리가 온다”고 경고했다. 이는 커피가 가지고 있는 독성 뿐만 아니라, 생활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길항작용’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는커피는 마시는 순간 체내에 흡수되면서 급속도로 정신이 맑아진다고 했다. 이같은 효과는 인위적으로 생활리듬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심박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으로 올 수 있다는 것.

그녀는 “커피의 카페인은 순간적으로 흡수되지만, 녹차는 아주 서서히 흡수된다”며 “한국인의 빨리빨리 성향 때문에 커피문화가 이처럼 확산되었지만, 사실은 녹차가 한국인의 기질과 맞다”고 말했다. 요즘그녀는차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신년에는 차에 대한 교육을 두루두루 펼치고 싶은 게 욕심”이라며 “박물관, 도서관, 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차 문화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서 청춘을 엿볼 수 있었다. 잡티 한 점 없는 피부는 나이도 잊은 듯 했다. 확실히 차가 좋긴 좋은가 보다.

가향산방 전화: 031) 247-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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