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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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길에 오른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별관 정문에서 두 팔을 벌려 인사를하고 있다. News1 방인권 인턴기자 |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변호사가 범야권의 지원아래 무소속후보로 출마, 제35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무당파인 그의 당선 과정은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였고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오세훈 전 시장이 돌연 중도하차할 때까지만해도 박원순 시장의 당선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그의이름 석 자를 기억하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해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 내더니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치른 민주당과의 경선에서도 20~40대의 지지를 업고 당당히 이겼다.
박 시장의 화려한 등장 뒤에는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올해 한국 정치권을 뒤흔든 안철수 원장이 있었다.
안 원장은 박원순 시장에 앞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박 시장과의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준비되신 분’이라는 말만 남긴 채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뒷날 박 시장은 “지지율 5%에 불과했던 내가 50%에 육박하던 안 원장의 협찬을 받았다”면서 이 사건을 ‘박원순의 협찬 인생 이력서’에 추가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민운동가로만 알려진 박원순이란 캐릭터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수장으로 만든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정치 분석가들은 기성정치에 실망하고 분노한 ‘시민들의 결집’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원순 시장의 당선은 철저히 유권자들이 주도한 사건”이라면서 “박 시장의 배후에는 안 원장이 아니라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 역시 “기존 정치세력에 대해 불신을 갖던 시민들이 이제는 정치권 밖에서 큰 성과를 갖고 있는 분들한테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기존의 한국정치를 바꿔달라는 요구”라고 분석했다.
기성 정치권은 그런 시민들을 품에 안지 못했다.상식과 원칙이 무너지고 희망조차 잃어버린 사회. 기댈 곳 조차 없는 시민들의 선택은 ‘선거’를 통해 기성 정치를 심판하는 것이었다.
박원순 시장도 당선 소감에서 “시민이 권력을 이겼습니다.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습니다”라며 선거에서의 승리가 자신이 아닌 시민의 승리라고 인정했다.
그는 “야권통합 시민후보 박원순은 서울시민의 승리를 엄숙히 선언합니다. 민선 26년만에 ‘시민이 시장’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이 완성됐습니다”라고 당선의 감격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