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로 건립된 장애인종합문화예술공간인 에이블아트센터에서 만난 장병용 이사장은 "장애인도 예술로 동등하게 소통해야 한다"며 "장애·비장애 구분없이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센터가 자리잡고, 구심점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도내 자리한 한 작은 공간이 이곳의 문화·예술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국 팔도에서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복지강국으로 알려진 핀란드에서도 문화예술 교류를 목적으로 방문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곳은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 자리잡은 장애인종합문화예술공간인 '에이블아트센터'. '에이블아트(Able Art)'라는 말이 낯설기도 하지만 이 말은 '가능성의 예술' 또는 '장애의 예술'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에이블아트운동(장애인문화예술운동)은 이미 1970년대 일본에서 시작돼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에이블아트센터가 장애인문화예술운동의 중흥기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돈이 되는 사업도 아니면서 자신의 모든 열정을 바쳐 이곳을 운영하고, '장애인문화예술'의 중요성에 대해 전 국민적 공감을 호소하고 있는 장병용 이사장을 만났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복지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의 소통 장이자 내면을 표출할 수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소통할 곳이 없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그래서 장애, 비장애를 넘어 동등하게 예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게 됐다"고 에이블아트센터의 설립취지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선뜻 실천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장 이사장은 이를 공감하는 것을 넘어 실천하고, 우리 이웃들에게도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몸소 말해준다.

"벌써 10여년 전이다. 세계 각지를 다니며 선진국의 장애문화예술 단체 및 시설의 운영을 둘러보다가 일본의 '민들레집' 공동체를 알게 됐고 그 안에 장애인문화공간인 '하나아트센터'를 보며 이를 모티브로 지금의 에이블아트센터를 만들게 됐다"는 그는 이후 센터 건립을 위해 바자회 및 등불문화마당, 자선콘서트 등을 열고 교인들의 헌금도 모았다. 예술가들은 도예품, 미술품 등의 작품을 스스럼없이 내놓았고 좋은 뜻이 알려지며 400여명의 후원자까지 생겨났다. 해외후원회도 조직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7월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욕심 같아선 최고의 시설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장애인시설은 여러 민원 등으로 인해 외진 곳에 초라하게 자리잡은 경우가 많은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곳을 만들기 위해 주택가 주변이지만 이곳에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장애예술인 음악아카데미 및 오케스트라, 시각예술프로그램 등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사업과 교류 및 협력사업이 추진된다. 한 달에 한 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없이 모두가 즐기는 하우스콘서트가 열려 지역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는 "순수한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운영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다름 아닌 예산문제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여러 예산지원을 받아 꾸려 왔는데 내년 예산 확보가 힘들어 사실상 비상사태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공식적으로는 2009년 사단법인 에이블아트로 법인허가를 받아 출발했지만 이미 2000년부터 지역문화운동을 전개하며 10년 넘게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 온 상황에서 지금이 가장 고비라는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면면을 보면 서울대 미대 출신, 해외유학파 출신, 교수 출신도 있을 만큼 그야말로 맨파워를 자랑한다. 더 많은 보수도 포기하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나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주춤해질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센터를 찾는 장애인들에게도 더 많은 지원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토로한다.

끝으로 그는 "장애인들의 특별한 문화를 일깨워가는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장애인들의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데 좀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이 잇따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윤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