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시공수원의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 입주예정자들의 개인정보가 뒷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테리어 업자들이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고용, 경품 제공 등을 미끼로 입주예정자들의 개인정보를 몰래 수집하는가 하면 일부 알바 직원들은 수집한 개인정보를 다른 업자에게 되파는등 입주자들의 개인정보가 여러 경로를 통해 팔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수원시 권선구 아이파크아파트단지 앞은 2·4단지 입주예정자들의 사전점검 마지막 날이어서 인파로 북적였다.

입주예정자의 차량이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경품을 주겠다"고 접근, 동과 호수는 물론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개인정보를 얻어냈다. 일부 알바 직원들은 고무장갑이나 키친타월 등 소소한 주방용품을 건네며 연락처를 받았고, 쌀 20㎏을 주는 경품에 응모하라고 꼬드긴 뒤 연락처만 받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일부 직원은 입주자가 연락처 공개를 거부하면 차량 앞유리에 붙은 휴대전화 번호를 외워서 강제로 연락처를 알아냈다.

A인테리어의 명함을 나눠주던 한 알바 직원은 또다른 인테리어 업자라고 소개한 취재진에 "2천세대에 육박하는 2·4단지 입주자 중 이미 700세대의 연락처를 확보했다"며 "원래는 14만원인데 10만원에 개인정보를 넘기겠다"고 접근해 오기도 했다. 인테리어 업체와 부동산중개업소, 은행홍보를 위해 고용된 이들 알바 직원들은 수집한 개인정보를 빼내 다른 업자들에게도 유통시키고 있었다.

입주예정자 B씨는 "얼마 전 한 인테리어 업체 사무실을 방문했다 책상위에 입주자 수백명의 동, 호수, 이름,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문서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남부경찰서 수사과는 입주예정자들로부터 관련 사건에 대한 진정을 접수,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최해민·김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