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정치 바로세우기로 새해 맞이하자

정치 바로세우기로 새해 맞이하자
데스크승인 2011.12.29

한해를 마무리하며 지나온 2011년을 되돌아본다. 연간 무역규모 1조16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세계 7대 무역 강국으로 우뚝 선 금년은 1960년대부터 추구해온 경제 개방 정책의 역사적 성과다. 경제 개방 정책은 한·EU FTA에 이어 한·미 FTA 비준안이 11월 29일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됨에 따라 또 하나 새 역사의 장을 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적 성취의 이면에는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경제적 실패들이 얼룩져 있다. 양극화 논쟁이 이제 국민 45% 하층민 불만으로 확산되었고, 1천조원 가계 부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줄어드는 일자리, 토마토 제일 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에 한숨소리 높았다. 그러나 그곳에 정치는 없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를 불러온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포퓰리즘 논란과 함께 복지논쟁을 본격적 가시권으로 불러들였다. 정치권이 표심 따라 우왕좌왕하는 중에 복지선심 경쟁이 가열되고, 도대체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국민을 위한 복지가 무엇인가 하는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대한한국 60년이 이룩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는 복지정책과의 긴밀한 동반을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여당·야당은 국가백년지대계의 복지를 망각하고 지지율 긁어모으기에 몰두했다.
결국 다수 국민은 정치 불신을 넘어 정치 허무주의의 벼랑으로 내몰린 형국이다. “기성정치는 아무 것도 믿을 게 없다. 기성정치는 거짓말만 하고, 패거리 싸움이나 하고, 국민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 그런 정치 더 이상 필요 없다” 하는 절망적 허무감이 한국사회를 강타한 한 해였다. 한마디로 안철수 신드롬이 그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5% 지지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 안철수 말 한마디에 박원순 후보는 가볍게 시장 당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대의정치와 정당정치의 기본 토대가 허물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는 판국이 연출됐다.
정치 중립의 공정한 감시자 위치에 머물러야 할 시민단체들이 그 정치적 공백을 메우고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적 출세를 하려 한다면 감옥이나 위원장 등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정치적 후진성이 보기에 딱했는데, 이번에는 공정사회 감시자, 시민단체들이 아예 정치 난장의 한복판으로 역주행을 해버렸다. 당황한 정치권은 위기를 절감하고 비상대책이니 통합정당 출범이니 하며 분주하다. 그러나 아직 시민단체나 특정세력 눈치 보기 수준 이상의 국민을 위한 정치는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비전이나 정책, 능력 검증과정 없이도 이미지 하나만으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안철수 신드롬의 출현은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데 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 국제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안정, 빈부 격차 완화, 소외계층 해소, 다문화사회 통합, 사회적 약자 보호, 삶의 질 향상과 복지사회 실현 등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경제·사회적 문제들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구체정책으로 구현하는 꿈과 희망의 정치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2011년 대한민국은 꿈과 희망 정치의 실종을 온몸으로 겪었다. 왜 그랬을까. 무엇보다 먼저 정권을 국민으로부터 수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빈곤한 정치지도력이 도마 위에 올라있다. 당리당략의 망국적 싸움질만 한 정치권 탓도 크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그 대통령과, 그 정치인을 선출한 국민 자신에게 있다. 훌륭한 정치는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 분열과 갈등, 선동과 감언이설의 사이비 정치인을 거부해야 할 민주시민의 정치적 책무를 소홀히 했다. 무기력한 정치를 질타하고, 정치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도록 만드는 민주시민의 적극적 참여도 없었다.
새해 2012년은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중요한 해다. 누적돼 있는 경제, 사회, 문화, 교육 현안들은 강력한 꿈과 희망의 정치를 기다리고 있다. 최우선 화두가 되어 있는 복지정책 역시 정치적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갈 과제다. 김정일 사후 남북한 문제를 비롯한 외교 안보 정세 대처는 고도의 정치력을 요구한다. 새해 급선무는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정치 바로세우기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자각하는 주체적 민주시민 역량에 달려있다.

이진배/전 문화관광부 차관보,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