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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감싸줄 텐가

언제까지 감싸줄 텐가
데스크승인 2011.12.29 엄득호 | dha@joongboo.com

지성인들의 요람, 상아탑이 흔들리고 있다. 대학은 그렇지 않아도 학생수 감소와 교육개방 등 국내외 여건이 날로 어려워지고 그 권위마저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진리와 학문의 전당인 대학 간부들이 공금을 빼돌려 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한 사건은 국민들의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이번에 적발된 수원여자대학의 비리는 가히 충격적이다. 7개월여간 진행된 경찰수사 결과는 놀랍다 못해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지성집단이라는 대학이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리 유형을 살펴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설립자의 장남인 수원여대 기획조정실장은 장비 납품을 독점하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억대의 돈을 받아왔다. 특히 문제의 기획조정실장은 학교 건축물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2억5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사법 처리된 바 있는 인물이다.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된 뒤 출소된 후에도 버젓이 금품을 받아 챙긴 것이다.
그러나 대학 이사회는 어떠한 징계조차 하지 않고 눈을 감고 있었다. 교과부가 감사를 통해 이모씨에 대한 해임을 권고했지만 대학 측은 눈 하나 꿈쩍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씨의 해임을 요구한 대학 간부를 학교에서 쫓아내는 웃지 못 할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 후에도 기획조정실장은 학교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으로 학내 안팎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비리는 기획조정실장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재단이사장 최모씨는 재직 중이던 2005년부터 6년 동안 교내 은행과 구내식당 등에서 받은 대학 발전기금 4억1천500만원을 법인회계로 무단 편입하는 수법으로 빼돌렸다. 또, 재단이사 이모씨는 친척 명의로 전세버스 업체를 설립한 뒤 6년 동안 스쿨버스 운영을 독점하며 학교로부터 3억5천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근무하지도 않은 직원을 등재하는 수법으로 13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대학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매점과 구내식당을 운영하며 식자재 구입비 명목으로 2천만원을 횡령했다. 또 설립자의 장녀이자 전 대학 부학장은 대학이 부담해야할 복지기관 운영비를 대학 교비로 충당하기도 했다. 대학 비리에 가족과 측근들이 무더기로 개입된 셈이다.
이처럼 사립대학의 비리는 족벌경영, 교비 유용, 학사비리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진과 학내 구성원 간에 갈등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고액의 등록금을 낸 학생들만 수업 부실 등 피해를 당하고 있다. 또 이번에 적발된 사학비리는 단순히 재단 일가족, 총장, 교수 등의 개인비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재정부실과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대학 비리가 계속되자 교과부가 비리대학 입학정원 감축 카드를 들고 나왔다. 비리에 연루된 대학들은 최대 10%까지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제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감사결과를 토대로 위반행위를 제재해 왔다고 하지만 정확한 기준이 없어 애매모호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눈여겨 볼만 하다. 위반 행위에 따라 어떤 제재를 받는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교원을 위법하게 임용한 경우 유형에 따라 입학정원의 3~10% 이내에서 모집정지나 정원감축 조치를 내리게 했다. 대학이 법령을 어겨 학칙을 제·개정하거나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생을 징계하며 입원정원의 5% 이내에서 모집정지 또는 정원감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입학전형을 위법하게 시행하거나 그 시행과정에서 비리가 발견된 경우 입학정원의 5~10% 이내에 같은 처분을 받게 된다.
그동안 대학 비리의 일차적인 책임은 대학 측에 있다고 하지만 그 바탕에는 교과부의 책임도 작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시간이 지난 뒤에 슬그머니 사면해 주는 등 비리 사립대를 감싸주기 때문이다. 대학은 설립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제 역할을 다하도록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 스스로 책임을 지고 경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당국이 나서서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부실과 비리가 드러난 대학은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일벌백계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대학 내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대학의 미래가 정말 어둡다 할 것이다. |
엄득호/사회부장/dha@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