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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년특집-김정일 사망과 2012 총선·대선>돌발 北風에 선거판 ‘리셋’… 여도

<2012 신년특집-김정일 사망과 2012 총선·대선>돌발 北風에 선거판 ‘리셋’… 여도 야도 ‘得失’ 촉각곤두

‘reset[riːset] : 계기(計器) 등을 초기상태(0)로 돌리다.’

일상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영어 단어다.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의 상태로 돌리는 명령어 또는 버튼이다. 사용 중이던 컴퓨터가 과부하로 먹통이 됐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리셋 버튼을 눌러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4·11 제19 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12·19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20년 만에 겹치는 2012년을 맞아 한국 정치가 리셋 상태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쏟아졌던 수많은 총선·대선 전망과 전략들이 폐기처분될 처지다.


2007년 대선 이후 3년 넘게 유지돼 온 ‘박근혜(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대세론’을 한방에 날려버렸던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돌풍’과는 상황이 다르다. 리셋 버튼을 내부에서 누른 것도 아니고, 그 파급력도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지난 12월17일 ‘37년간의 철권통치’의 상징이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올해 치러질 총선과 대선 등 국내 정치에 싫든 좋든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총선·대선 ‘시계 제로’ = 선거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2012년 ‘4·11 총선’과 ‘12·19 대선’ 판도가 완전히 다시 짜이게 됐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분단국가의 현실상 역대 어느 총선, 어느 대선에서도 북한은 변수가 됐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공공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사(急死)하는 바람에 당분간 북한 체제가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조차 ‘김정은 체제’가 내부 권력투쟁 없이 안착할 수 있을지, 이 과정에서 북한이 격한 도발을 감행하지 않을지, 갑작스러운 체제 붕괴를 맞지는 않을지 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말 그대로 북한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의 총선과 대선이 치러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북한 문제가 다른 어떤 선거 이슈 못지않게 선거의 판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며, 그로 인해 선거 판도의 유동성 역시 크게 증폭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최근 선거에서 확실한 약효를 보였던 ‘정권 심판론’, 2012년 양대 선거의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돼 온 ‘복지 확대론’, ‘양극화 해소론’ 등의 파괴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단지 이런 이슈들만으로 선거판이 규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이점은 많은 선거 전문가들이 이 같은 불안정성·유동성 증가가 어느 정당, 어느 대선주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 장례가 끝난 뒤 북한이 어떤 경로를 걷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팅 업체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지난 12월2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이슈, 외교·안보 이슈는 여권에 유리하다’는 가설은 이미 깨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3월26일)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치러졌던 2010년 ‘6·2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반면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외교·안보 위기는 곧 경제 위기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 사망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반여(反與) 성향을 보이고 있는 2040세대가 북한발(發) 충격으로 균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불가예측성은 정당뿐 아니라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관건은 ‘한반도 문제 관리능력’ = 이정희(정치학) 한국외대 교수는 “개별 정당,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양대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 이상 국민들은 ‘어떤 사람을 뽑아야 남북관계를 잘 관리할까’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국민의 참여 열기가 높은 상황에서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선거 환경에 의외성이 커졌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보여줬던 경향과 다른 리더십을 원하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며 “어느 정당과 대선주자가 남북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느냐가 국민들의 선택에 주요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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