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5층 건물. 그 위에서 오전부터 삼현육각의 소리가 들린다. 요즈음은 집에서 하는 굿을 보기 힘들다. 주변에서 ‘안면방해’니 ‘소음공해’니 해서 신고들을 하기 때문이다. 참 어쩌다가 새벽부터 울려대는 종소리며 떠나갈 듯 외쳐대는 확성기의 소음은 주변으로 흘러나와도 종교활동이고, 우리 굿은 소음공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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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에서 볼 수 있는 가신 중 으뜸이라는 성주를 상징하는 대성주 |
오전 11시 경부터 시작한 안택굿에 이어, 오후 8시 반에 성주굿이 시작되었다. 성주굿은 집안 가신 중의 으뜸인 성주를 모시는 굿이다. 무격의 손을 떠난 성주대는 가장에게 옮겨져 안방의 문 위에 좌정했다. 이렇게 자리를 잡은 성주신은 집안의 가장 높은 상위신으로 모든 가신을 다스리게 된다는 것이다.
가신 중에 으뜸인 성주(城主).
'성주신(成主神)‘은 집안에 있는 가신 중에서는 가장 상위신에 속한다. 집안의 대청 대들보나 안방의 문 위에 좌정하는 성주신은, '상량신(上樑神)', 혹은 '성조(成造)' 등으로도 불린다. 성주는 남신으로 집안의 대주라고 하는데, 성주를 맞이할 때는 안택굿을 올리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따로 ’성주맞이굿‘을 하면서 성주를 받기도 한다.
수원의 성주신의 형태에는 세 가지 류형이 있다. '대성주'는 대나무에 성주의 신위를 한지로 오려 만들어, 대청의 대들보 등에 올려놓는다. '무성주'는 한지로 만든 종이봉투에, 대주의 나이만큼 동전이나 쌀 등을 넣어서 안방 출입문 위에 붙인다. 끝으로 '떡성주'는 한지를 막걸리에 적셔 덩어리처럼 만들어 문 위에 붙이는 방법이다.
가신 중 으뜸인 성주신 맞는 굿, 도심에서 보니
성주신은 가장을 상징하는 신격으로, 가신 중에서는 가장 으뜸이다. 그래서 집안의 가장 높은 곳인 대들보나, 가장이 묵는 방의 문 위에 걸어 놓는다. 4월 27일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손아무개씨네 집에서 안택굿이 열렸다. 요즘은 주변의 반대가 심해 집에서는 굿을 할 수가 없기에, 이렇게 집안에서 하는 안택굿을 도심 한복판에서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어려움 가운데 집안에서 열리는 안택굿이다. 경기도 지방은 원래 강신무와 세습무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세습무는 도당굿을 중심으로 마을의 굿을 주로 담당해 왔으며, 강신무는 안택굿이나 지노귀굿 등을 담당해왔다. 경기도의 안택굿은 그 절차가 달라 나름의 지역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 안택굿의 과정 중에서 성주맞이굿이 행해진다. 성주대는 미리 만들어 굿 상 옆에 쌀을 붓고, 그곳에 모셔놓는다. 성주를 맞이할 때는 굿을 진행하는 무격이 먼저 성주를 모실 자리를 잡는 성주가림을 한 후, 성주대를 들고 축원을 한다. 그렇게 성주 축원을 하고 난 다음 집안의 가장에게 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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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를 올릴 자리를 알아보기 위한 '성주가림' |
가내의 평안을 위한 성주
성주신은 집안의 가신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 성주신은 단 한 개의 신위만이 존재한다. 이 성주신은 집안에 부정한 일이 있으면 나가버린다고 한다. 성주신이 나가면 다시 성주맞이굿을 해서 성주를 모셔 들이게 된다.
성주굿을 하는 무격은 연방 집안의 평안과, 가장이 하는 사업이 번창하기를 축원한다. 그리고 자녀가 모두 성공하기를 빌어준다. 굿에서는 이렇게 무격의 입을 빌려 축원을 해 주는 '신탁'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말만 들어도 기운이 난다고 한다. 아마도 성주를 맞이하는 것도 그렇게 믿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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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에 의해 성주의 신위가 안방 문 위에 자리한다. |
경기도 굿의 성주맞이굿은 대동의 축제이기도 하다. 굿판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그 집의 번영을 위해 굿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우리 굿이 열린 축제요, 공동체의 근본이란 것이 새삼 성주를 맞이하는 굿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굿’은 '굿(Good)'이라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