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또 다른 혁신행정 ‘새빛민원실’ 시민 감동했다
NSP통신, 조현철 기자, 2023-06-20 17:28 KR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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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과 공무원 등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식물카페 느낌의 수원시 새빛민원실 전경. (사진 = 수원시)
(경기=NSP통신) 조현철 기자 = 경기 수원시(시장 이재준)가 또 다른 혁신행정으로 시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민원이 있어 시청을 방문해도 담당부서가 아니라며 여기저기 시민들을 뺑뺑이 돌리며 스트레스를 주던 핑퐁행정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 10일 문을 연 새빛민원실은 이같은 핑퐁행정을 과감히 깨부수며 25년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공직자들이 시민들의 민원을 두팔 걷고 해결하고 있다.
수원시청 본관을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위치한 새빛민원실은 세련된 카페의 느낌이 물씬 풍기며 이곳이 관연 공공청사가 맞나 싶을정도로 밝고 화사하다.
살면서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를 수원시민들이 자신도 한번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새빛민원실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웃주민들의 이야기를 소개 한다. <편집자 주>
◆모호한 업무 경계를 가르는 베테랑
새로 시작된 새빛민원실의 핵심적인 역량은 부서간에 명확하지 않은 업무를 조정하는 부분에서 발휘된다. 민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도시 정비 및 개발과 관련된 민원의 경우 다양한 법과 제도로 얽혀 있는 데다 이해관계도 복잡해 담당 부서를 정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민원인이 담당부서를 찾아 헤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시는 ‘베테랑 공무원’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중이다.
개소 10일 만에 새빛민원실로 접수된 민원은 부서 간 업무 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영통구의 한 일반음식점의 옥외영업 신고를 접수한 환경위생과에서 관련 규정을 검토하던 중 업무 경계가 모호한 점을 발견, 새빛민원실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다. 공동주택의 행위신고사항은 구청장에 위임된 업무이지만 해당 위치가 공동주택 내 공용부분인 만큼 시청의 관할일 수도 있었다.
담당 부서들의 의견이 달라 명확하게 업무를 가를 수 없는 상황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공무원이 조정에 나섰다. 시청 담당 부서에서 관련 서류를 구청으로 보내고 구청에서 의견을 회신함으로써 민원을 조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중재했다.
경계가 모호한 업무는 다른 기관과 연계된 사안에서도 발생한다. 민원인 입장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베테랑 공무원의 업무 조정은 복잡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지난 5월 초 화성지역 농업인이 제기한 민원 해결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모내기 철이지만 가뭄으로 물이 부족하자 수원시의 저수지에서 물을 방류해 달라는 민원이었다.
수원시에서는 이미 전년보다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민원이 제기된 부분의 현장확인과 조치를 완료한 상태였다. 하지만 새빛민원실 베테랑 공무원들은 화성시와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실무협의반을 운영하며 적극적인 협의에 나섰다.
실무협의를 통해 농민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농번기라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일정 기간 수문을 더 개방하기로 결정, 사안을 해결했다. 덕분에 적절한 시기에 모내기를 한 민원인은 적시에 처리를 지원해 준 수원시와 베테랑 공무원에 수시로 감사함을 전했다.
‘내 일’처럼 고민하는 민원 컨설턴트
베테랑 팀장들이 수원시 새빛민원실에서 민원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 수원시)
새빛민원실은 원스톱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행정적인 절차와 진행이 익숙하지 않은 민원인들을 대신해 민원인의 입장에서 행정 처리를 조언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새빛민원실에는 한 민원인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위한 행정 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 수원에서 축산물가공업을 시작하려 한 그는 허가를 위해 수원시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관련 업무는 수원시 소관이 아닌 경기도의 소관이었다.
민원을 접수한 베테랑 공무원은 민원인이 앞으로 처리해야 할 절차를 정확하게 안내해 민원인이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업을 하려는 건물을 직접 열람해보며 용도변경 관련 문제와 폐수배출시설 신고 등 필요한 사전 조치와 서류 등을 안내한 뒤 도청의 어떤 부서를 방문해야 하는지까지 명확하게 설명했다.
막막한 상황에 처한 시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을 전해주는 역할도 새빛민원실이 해내고 있다. 지난 5월 말 한 민원인이 기초생활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방문했다. 70대 노인인 그는 아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 중이었으나 아들이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뒤 생계가 막막한 상태였다. 식당은 폐업했지만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었다.
새빛민원실에서는 민원인의 상황을 확인한 뒤 방법을 함께 모색했다. 부동산이 있지만 부채 내역을 증빙하고 은행 거래내역을 발급해 자격 심사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알렸다. 또 치료를 위한 의료비 지원 등이 가능할 수 있다고 안내함으로써 막막하고 절박했던 노모를 안심시켰다.
이 밖에도 그물망 사이로 빠져나간 복지 민원을 해결하며 희망을 전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잘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로 가득한 체납 과태료 처분 통지서를 들고 온 외국인 주민에게는 압류 해제를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해 어려움을 덜어줬다. 또 수술비 마련이 어려웠던 주민을 위해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찾고자 시청 내 다양한 부서에 문의한 결과 수술비 지원 방법을 찾아 해결하는 등 다양한 민원 해결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경청하고 공감하고 방법을 찾는 ‘감동 행정’
특히 민원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시간과 마음을 내 함께 방법을 찾는 것은 수원시 새빛민원실의 강점이다.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한 일들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경청만으로도 민원인들이 만족하기도 한다. 새빛민원실의 경청과 적극적인 민원 해결 태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46년 전에 입양을 보낸 아들을 찾고 싶었지만 방법을 모르던 70대 노인이 새빛민원실에서 희망을 발견한 경우가 그렇다. 지난 5월 새빛민원실을 찾은 한 할머니는 가방에서 낡은 호적등본을 꺼내 보여주며 입양된 아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기억해 뒀던 입양기관의 위치가 수원이어서 찾아가 봤지만 40년 이상 흐른 지금은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고 숱한 날들을 헤매다가 새빛민원실로 오게 됐다고 했다.
수원시는 입양 관련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입양가족을 찾을 수 있는 업무 권한도 없지만 29년 경력의 베테랑 공무원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1시간여가 넘는 시간 동안 입양과 관련된 기관 여러 곳을 확인한 끝에 입양사후관리서비스를 지원하는 한 기관을 통해 아들의 입양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46년 만에 아들이 네덜란드로 입양됐다는 소식을 접한 할머니는 그제야 얼굴색이 밝아졌다. 새빛민원실에서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 행정서류는 물론 입양인 찾기 신청 서류 작성까지 도운 뒤 민원처리가 마무리됐다.
행정기관이 지도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민간부문의 협조를 얻어 해결한 민원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초 한 노인이 아파트 경로당 개소가 지연되고 있다며 새빛민원실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행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단지에 경로당을 의무시설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운영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입주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이 공동주택단지에서도 기자재 구비 등을 이유로 개소가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별다른 행정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지만 베테랑 공무원들이 현장을 찾아 관리사무소와 노인회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덕분에 20여일만에 경로당 설치신고서 접수가 이뤄졌고 해당 공동주택 거주 노인들이 다음달부터는 경로당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새빛민원실 베테랑 공무원 최영희 팀장은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민원의 반 이상이 해결된다”며 “경험과 노하우를 더해 성심껏 민원을 처리한 뒤 한결 가볍고 수월한 얼굴로 돌아가는 민원인을 보면 새빛민원실이 시민을 빛나게 해드린다는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새빛민원실, 소통하는 혁신행정 개척
이재준 수원시장이 새빛민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수원시)
새빛민원실은 이재준 수원시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7월 민선8기를 시작한 이 시장은 시민들과의 만남에서 빼놓지 않고 ‘혁신민원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민원 처리를 위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지 않고 민원인이 카페 같은 공간에서 기다리는 동안 베테랑 공무원이 민원을 처리하고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다짐이었다.
이후 조직과 기능을 다듬어 수원시청 민원실은 투트랙 방식으로 지난 4월 10일부터 운영됐다. 각종 증명서 발급, 지원 신청, 민원서류 접수 및 분류 업무 등은 통합민원실에서 진행하고 새빛민원실에서는 원스톱서비스를 시작했다. 새빛민원실은 민원인이 편안히 앉아 궁금증을 해소하는 상담 창구 역할과 부서 간 민원 업무 조정을 하는 역할을 베테랑 공무원이 주축이 되어 처리했다.
베테랑 공무원은 25년 이상 근무한 행정직, 건축직, 토목직, 사회복지직, 환경직 등 다양한 직렬로 구성됐다. 덕분에 하나의 민원을 처리할 때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두 번 세 번 방문하지 않도록 하는 원스톱 처리가 가능해졌다.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유일무이한 민원 친화적인 소통 서비스다.
새빛민원실을 더욱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어줄 공사도 마무리 단계다. 외부 정원 조성 공사가 이달 말 끝나면 새빛민원실 오픈식도 진행될 예정이다. 또 다음달부터 통합민원실이 본청 1층 오른편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어서 7월이면 시청 1층 로비가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앞으로 새빛민원실은 시민들에게 혁신적인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무 부서간 연계와 화합을 이끌어 정책 방향을 정리하고 갈등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소통을 기반으로 더 나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SP통신 조현철 기자(hc1004jo@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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