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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7. 수원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박물관'

[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7. 수원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박물관'

승인 2022.05.05 오후 8:12

실제 크기의 대동여지도와 어린이 수상작들이 전시돼있는 중앙홀. 윤원규기자

언제쯤 자율주행 자동차가 거리를 달릴까? 드론으로 음식을 배달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이런 게 궁금한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 볼 것이다. 아마도 만족스런 대답을 듣긴 어려울 것이다. 보다 실감 나고 분명하게 대답을 듣고 싶다면 수원시 영통구 월드컵로 92(원천동 111)에 위치한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사공호상)에 있는 지도박물관을 찾아보라. 국토교통부 소속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은 우리나라 지도를 제작하여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일을 한다. 네이버, 다음, T맵, 네비게이션 등에 나오는 여러 가지 지도들은 이곳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작한 지도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먼 옛날에는 발로 걸어 높은 산에 올라 산줄기와 강줄기의 모습을 살피고 그 안에 있는 마을들을 그렸다. 천문관측 기술이 발전한 조선 시대가 되면 별을 보고 위도와 경도를 측정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현대의 지도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하지만, 제작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먼저, 현 위치를 선정한 다음, 비행기로 GPS 항공사진을 촬영하여 사진과 실제 지상점을 일치시켜 좌표 얻어낸다. 이어 디지털 사진을 보고 지형지물을 선과 기호로 그려 1차로 완성된 지도를 가지고 현지에 가서 직접 대조해 보고 지리조사 내용 등을 입력하여 디지털지도를 최종 완성한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마주하다

원통형의 박물관 중앙홀에 들어서면 눈에 익은 지도가 걸려 있다.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이 대형 지도는 고산자 김정호(1804?~1866?)의 ‘대동여지도’다. 살아 꿈틀대는 산맥과 강, 고을과 고을을 잇는 상세한 도로가 경탄을 자아낸다. “사실 대동여지도는 1장의 지도가 아닙니다. 22책의 책자로 이루어져 접었다 펴는 ‘절첩식’ 지도인데, 모두 펼치면 우리나라 전도가 되는 것입니다. 전체를 펼치면 세로 6.7m, 가로 4m이며 축척은 대략 16만분의 1이 됩니다. 선생님은 ‘지도유설’에서 지도를 ‘위기가 발생할 때 적을 막고, 강폭한 무리를 제거하는 데 활용하며, 평상시에는 백성을 다스리는 데 활용하는 것’이라 하셨지요. 1402년 태종 2년에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고지도인데 세계 속의 조선의 위상을 표시한 지도입니다. 반면 1861년에 만들어진 이 ‘대동여지도’는 한반도 전역을 자세히 그린 과학적인 지도로 국가 운영에 필요한 고급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한상호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들으니 지도가 담고 있는 것이 지리 정보만이 아님을 분명히 알겠다. 역사관으로 들어선다. 우리나라 전도와 도별도, 도성도, 군현지도를 비롯해 서양과 일본의 고지도가 전시관을 채우고 있다. 한 학예사가 전주성을 세밀히 그린 지로를 가리키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선대원군은 우리나라 지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분입니다. 한동안 김정호 선생 부녀를 처형한 인물로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일제가 1934년에 펴낸 ‘조선어독본’의 ‘김정호전’에 병인양요가 일어났을 때 대원군은 국가의 기밀이 누설될 것을 우려하여 대동여지도 지도판을 압수하고 김정호 부녀를 옥에 가두었다가 결국 옥중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대동여지도 판각과 지도가 온전하게 남아 있고, 지도제작을 도운 인물들이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원군은 정밀한 지도를 제작했지요. 이것이 1872년에 대원군의 명을 받아 전국 459곳의 군현에서 제작한 지도들입니다.”

독도의 위치와 지명 등 상세한 독도의 지리정보가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지도에 담긴 나라사랑

현대관에서 만난 지구본의 사연도 흥미롭다. 160점의 지구본 중에서 학예사가 가리키는 지구본의 색깔이 좀 특이하다.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유심히 살펴보니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와 호주와 영국이 붉게 칠해져 있다. “혹 영국의 식민지가 아닌가요.” “맞습니다. 지구의 곳곳에 영국의 식민지가 있었죠. 그래서 ‘태양이 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입니다.” 지구본에서도 제작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윤경철 박사가 2004년에 지도박물관에 기증한 것인데, 만인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기증문화의 미덕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대항해시대에 서양 사람들이 동해를 ‘SEA OF KOREA’로 표기했고, 울릉도를 ‘판링도’, 독도를 ‘천산도’로 불렀다. 일본사람들은 동해를 ‘조선해’로 울릉도를 ‘죽도’로 독도를 ‘송도’로 표기하였다. ‘동해’와 동해에 위치한 ‘독도’를 우리 영토로 그린 서양의 고지도가 여럿 전시되어 있다. 또렷하게 ‘조선해’라 쓰인 일본의 고지도를 보며 국제사회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할 것을 주장하고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 강변하는 이웃에 둔 우리의 처지와 자세를 생각해본다. 현대관의 중심 주제가 ‘독도’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광복 이후 제작된 독도 지형도에서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한 지도제작자들의 단호한 의지가 느껴진다. 독도에 20개의 이름을 가진 바위섬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작은 바위섬에도 이름을 붙인 까닭이 무엇일까. 지도는 이름, 소유권자를 분명히 인식하게 해 주는 것이다.

야외전시장에는 고산자 김정호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실제 크기의 대동여지도와 어린이 수상작들이 전시돼있는 중앙홀./대한민국 경위도 원점. 윤원규기자

■무인자동차가 다니는 지도를 어떻게 만들까

지도를 제작하는 기계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거리와 위치를 측량하는 것을 ‘각측량기’라 하고, 높이를 측량하는 것을 ‘레벨’이라 한다. ‘3D 지도’는 무엇일까. 2차원의 평면 지도에 높이와 속성, 색깔 등 다양한 정보를 결합하여 제작한 3D 지도는 현재 대도시 30개 지역이 구축되어 있다. 디지털지도는 ‘오토캐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야 볼 수 있으므로 접근이 어렵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PDF 형태’의 지도로 만든 것이 ‘온맵’이다. 이런 지도가 구축되면 자동주행차와 드론이 우리의 일상에 들어올 것이다. 지도로 통일을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선하다. 2007년부터 통일을 대비하여 북한 전지역을 1/50,000 축척으로 계속 제작하고 있다. 오늘의 북한을 볼 수 있는 지도책을 펼치며 통일의 꿈을 꾸어본다.

“아직도 후진국들은 자기 나라의 지도가 없어 국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해마다 우리 국토 전역을 비행기로 사진 촬영하고 그 사진에 위도, 경도, 높이, 지명 등 다양한 정보를 입력하여 지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토지리정보원이 만든 지도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나 네비게이션 회사들이 구입 및 편집하여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치지형도, 3차원지도, 온맵은 무엇일까. 수치지형도는 컴퓨터(오토캐드)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지도를 말한다. 3차원지도는 영화처럼 도시 전체를 입체로 볼 수 있는 지도이며, 온맵은 쉽게 볼 수 없는 수치지형도를 PDF파일로 만들어 쉽게 보는 지도다. 이렇게 만든 여러 가지 지도를 편집하여 토양의 성질을 표시한 지질도, 관광 명소를 표시한 관광지도, 비행기, 선박이 다니는 길을 표시한 항공지도, 해양지도를 만들고 있다. 정밀도로 지도는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 도로와 주변시설의 정보를 3차원으로 표현한 첨단지도다.

정밀도로지도, 차량항법 시스템 등 현재와 미래의 지도를 체험하고 만날 수 있는 현대관. 정밀도로지도 모형. 윤원규기자

2004년 11월에 개관한 지도박물관은 1종 전문박물관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도 그리기 대회를 열고 있는데, 전시된 그림에서 아이들의 반짝이는 창의성을 엿보는 즐거움도 크다. 박물관은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에게는 지리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궁금하다면 지도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라. ‘어린이 지도여행’을 클릭하면 금방 지도와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지도에 관심을 가진 성인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정보가 들어있다.

야외 전시장을 찾아 김정호 선생 동상 앞에 선다. 후손들에게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준 위대한 선각자 앞에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한다. 동상 옆에 대한민국 경위도 원점을 표시한 특별한 시설이 있다. 지구상의 위치는 경도와 위도로 나타내는데 대한민국이 경위도 상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측량한 ‘대한민국 경위도 원점’이다. 대한민국 경위도 원점은 우리가 보는 지도를 그릴 때 늘 기준이 되는 점이다. 평면 위치의 기준을 측정하는 삼각점과 높이를 측정하는 수준점도 확인할 수 있다. 지도박물관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운 공간이다.

지도의 기원, 고지도부터 현대지도에 이르기까지 지도의 발달과정과 세계지도 변천사가 전시되고 있는 역사관. 윤원규기자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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