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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원역 앞 성매매 업주들 “3년 시한 주면 자진철거”

[단독] 수원역 앞 성매매 업주들 “3년 시한 주면 자진철거”

등록 :2021-03-15 04:59수정 :2021-03-15 08:49

주민·시민단체 “올해 안 폐쇄” 압박

수원시 “자진폐쇄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

소방도로 개설에 들어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모습.

“살아갈 수 있는 방도를 준비할 시간을 달라.”

경기도 수원시의 관문인 수원역 앞 성매매집결지 폐쇄 추진이 7년째 답보 상태인 가운데,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3년의 시한을 주면 자진 철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60년 만에 폐쇄의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성매매집결지 업주들의 모임인 한터 전국연합회 수원지부 김종오(60) 지부장은 12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3년의 유예 시한을 주면 보상 없이 자진 철거하기로 회원들과 뜻을 모았다”며 “코로나19로 저희나 이곳 여성들 모두 어려움이 매우 크다. 코로나 때문에 지금 나가면 무엇을 하겠는가? 밖에 나가서 살아갈 수 있는 방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1960년대 들어선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파주 용주골, 평택 삼리와 함께 경기도 ‘3대 성매매집결지’ 가운데 하나다. 현재 110여개 업소에 종사자는 200~300여명으로 추정된다. 한터 전국연합회 수원지부에는 업주 71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2014년 염태영 수원시장이 공영개발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을 내걸면서 폐쇄 논의가 시작됐다. 수원시는 2019년 수원역 가로정비추진단을 성매매집결지 안에 설치하고 정비에 나섰으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시위가 이어지는 등 반발도 크다. 업주들이 ‘3년 시한부’지만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게 된 배경에는 수원역 역세권 환경 변화가 있다.

성매매집결지에서 4차선 도로 건너 북편에 위치한 고등지구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완료돼 수원역 푸르지오자이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오는 8월까지 4086가구 주민 1만여명이 입주한다. 또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팔달3구역도 재개발돼 1400여가구 아파트 건립 사업이 본격화되면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섬이 된다.

지난 8일 수원역 푸르지오자이 아파트에 입주한 주부 김아무개(38)씨는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성매매집결지를 보고 10대 두 아들이 ‘뭐 하는 곳이냐’고 물을 때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13일 입주한 주부 이아무개(42)씨도 “이미 입주민 2천여명한테서 집창촌(성매매집결지) 폐쇄를 통한 환경개선 주민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위치.

이런 변화 속에서 수원시는 최근 성매매집결지 업주 등과 2년에 걸친 대화 끝에 163m짜리 소방도로 개설에 어렵게 합의했다. 오는 6월까지 성매매업소 16곳도 처음으로 철거된다.

하지만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완전 폐쇄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푸르지오자이 아파트와 팔달3구역 재개발지구 주민들은 지난 10일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주민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고, 시민단체도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은동철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수원시민행동’ 사무국장은 “수원시에서 의지를 가지고 조속히 시민과 주민들과 협의 체계를 구성하고 올해 안 폐쇄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지부장은 “무조건 폐쇄는 우리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맞데모를 하자는 것을 지금 억누르고 있다. 역세권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과도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유은철 수원시 수원역 가로정비추진단 팀장은 “성매매 불법행위 단속은 경찰의 소관 업무다. 다만 수원시는 강제철거 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민들의 포용정책에 따라 자진 폐쇄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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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86739.html#csidx5a8512b9e0ec0f6a1735b791f22c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