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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國運風水] 소망을 들어주는 나뭇가지야, 물을 찾아줘! -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김두규의 國運風水] 소망을 들어주는 나뭇가지야, 물을 찾아줘! -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아무튼, 주말]

풍수로 본 영화 ‘미나리’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2021.03.13 03:00 | 수정 2021.03.13 03:00

※ 이 글엔 영화 ‘미나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지인의 직업에 따라 미국 이민자 직업이 결정된다.’ 잘 알려진 우스갯소리다. 미국 이민까지 언급할 것도 없다. 1970년대 필자의 고향 친구들은 한때 왕십리와 성남에 집중적으로 정착했다. 설날·추석 때 명절 쇠러 온 언니·형·선배 따라 그곳 공장이나 노동 현장으로 취직했기 때문이다. 훗날 이들은 이곳의 재개발로 또 다른 변두리로 밀려났다.

영화 ‘미나리’에서 주인공 순자(오른쪽)는 냇가에 미나리를 심었다. 순자네 가족은 물을 찾기 위해 수맥 전문가를 데려오기도 한다. /판시네마

처음 어디에 뿌리내리느냐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필자가 가끔 ‘고향'이라고 언급하는 곳은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 시골 마을이다. 고향이라고 하지만 뿌리 깊은 곳은 아니다. 해방 전후 선친이 이곳으로 이사했고 그곳에서 내가 태어나면서 고향이 우연히 만들어졌다. 퇴직 후 취미 삼아 농사지을 요량으로 고향집과 전답을 관리했지만, 떠날 때가 되었음을 체감한다. 곳곳에 들어서는 축사들과 공무원들 탁상행정에 질렸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야 할까? 힘든 한국 삶을 포기하고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 가서 “서로를 구해주자(save each other)” 했던 부부 이야기가 영화 ‘미나리’다. 19세기 중반 독일에 기근이 들자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한다. “독일은 아버지의 나라, 미국은 자녀들의 나라(Deuschland Vaterland, Amerika Kinderland)”란 유행어가 생겨났다. 모두 가족과 자녀를 위한 이민이다.

어디에 터를 잡아야 할까? 첫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그려진 집터와 같은 곳은 피해야 한다. “늙은 소나무 뿌리 위에 집을 짓다니/숲 그늘 습한 땅에 터를 잡다니/방위도 살피지 않고 지형도 살피지 않고”. 백무산 시인은 ‘세한도’를 보고 “풍수가 보면 혀를 찰 집”이라고 탄식한다.

둘째, 풍수의 법은 “물을 얻은 것이 으뜸[득수위상·得水爲上]”이다(‘금낭경’). 농장을 만들고자 하는 남편 제이컵(스티븐 연)은 300달러를 요구하는 수맥 전문가를 물리치고 스스로 샘을 판다. 그러나 작물에 필요한 충분한 물을 확보하지 못해 고생한다. 영화 말미에 다시 수맥 전문가를 초청해 물을 찾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수맥 전문가가 들고 다니는 Y자(字) 막대기는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물 찾는 데 사용하는 도구다. 살아있는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활용하는데, ‘소망을 들어주는 가지(뷘셸루테·Wünschelrute)’라고 부른다. 19세기 독일 작가 아이헨도르프는 ‘뷘셸루테’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셋째, “이인위미(里仁爲美)”, “마을[里]에서는 공동체 정신[仁]이 아름다운 덕목[美]이다.” 축사들로 악취 나는 곳도 싫고, 아파트·땅 투기하는 곳도 싫지만 홀로 살 수는 없다. ‘미나리’ 가족의 경우가 그렇다. 아내 모니카(한예리)의 고민이자 불만이다. 교회를 통해 이웃을 사귄다.

넷째, “터의 길흉을 보려면 먼저 3대를 살피라[欲知其吉凶, 先看三代主]”라고 했다(‘성종실록’). 제이컵이 구입한 농장 전 주인은 사업 실패로 자살했다. 제이컵의 농사일을 돕는 폴(윌 패튼) 역시 이곳에 악귀가 서렸다고 믿는 사람이다. 할머니 순자(윤여정)는 이곳에 와서 중풍으로 쓰러진다. 결국 아내 모니카는 폴에게 악귀를 쫓는 의식을 부탁한다. 그래도 불행은 끝나지 않는다.

뿌리내리기는 힘들다. 구원의 실마리는 순자가 미나리를 심은 냇물이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곳이지만 그 물줄기를 끌어들인다면 큰 농장이 될 것이다. 제이컵과 아들 데이비드가 냇가 미나리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 것이 상징적이다. 영화 ‘미나리’에 대한 풍수학인의 관람법이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