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위철환칼럼] 부동산 명의신탁과 횡령죄 -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위철환칼럼] 부동산 명의신탁과 횡령죄 -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기자명 위철환

입력 2021.03.07 19:38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주택 임대차 보증금 및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 직면하여 정부가 25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고 주택공급을 위하여 신도시 발표까지 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광명 시흥 3기 신도시에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사전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많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 과정에는 온갖 편법이 동원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중에 부동산 명의신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월에 주목할만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1.02.18 선고 2016도 18761, 전원합의체 판결)가 나왔는데 그 주요 내용은 이렇다. 즉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명의수탁자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래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갑은 2013년에 을로부터 을 소유의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갑은 그 부탁을 승낙하여 2014년에 을의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했다. 그러다가 갑은 2015년에 이 아파트를 제3자에게 임의로 매도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었다. 을의 고소에 의하여 갑은 횡령죄로 기소되었는데, 제1심은 갑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제2심은 원심과는 달리 명의수탁자인 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제3심은 횡령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해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는데 위 사건의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위탁 관계를 형법상 보호할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명의수탁자인 갑은 명의신탁자인 을에 대해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제2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016년에 대법원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임의 처분은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 6992 전원합의체 판결) 즉,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 이전 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어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대법원은 계약 명의신탁의 경우 횡령죄가 불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12.12.13. 선고. 2010도10515 판결) 즉, 계약명의 신탁방식으로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진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서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른바 계약(위임형) 명의신탁, 중간생략등기(제3자간) 명의신탁, 양자간(이전형) 명의신탁에 이르기까지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게 되었다. 이는 판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실명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페이스북

위철환 jb@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