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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기로에 선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1)]현재 모습은?

[변화의 기로에 선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1)]현재 모습은?

소방도로 공사로 '달라진 분위기'…하나 둘 '불 꺼지는 홍등가'

이원근·손성배 기자

발행일 2021-02-15 제7면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소방도로 조성 공사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수원시 고등동 성매매 집결지 골목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1.2.14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코로나·공사 등 영향으로 발길 뚝… 집결지 분위기 예년만 못해

업주 반발·사업자 부족으로 '정비 사업' 더디지만 조금씩 변모

 

수원역 주변 지역은 경기 남부 상업·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모습을 빠르게 바꿔가고 있는 반면 성매매 집결지는 그동안 건물주나 업소 운영업자, 종업원 반발 등을 이유로 수십년간 변화의 축에서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이용객 감소, 소방도로 개설 등으로 일대 거리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향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경인일보는 세 차례에 걸쳐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변화를 모색해 본다. → 편집자 주

설 연휴 막바지였던 지난 13일 오후 6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안쪽 골목에는 수십여명의 손님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다닥다닥 붙은 업소 안쪽으로 여성들은 의자에 앉아 분홍빛 조명 아래 화장을 고쳤다.

영업주들에게 침구류와 물티슈 등을 수레에 싣고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상인들은 설 대목을 놓칠 새라 바쁘게 영업장을 옮겨 다녔다.

일부 업소에서는 흥정이 벌어졌고, 흥정이 끝난 뒤 남성들이 업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로 집결지를 찾는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들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전체 이용객 중 80∼90%가 외국인 근로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뒷장'이라고 불리는 뒤쪽 골목은 외국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설 대목을 맞았다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뒤쪽 골목에 대한 소방도로 공사 등의 영향으로 집결지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집결지 종사자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며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15일부터 시작되는 소방도로 공사 영향도 분명했다. 수원시는 집결지 뒤쪽 2∼3m 폭의 도로를 6m 도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해 오는 12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골목길 화재 등 재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앞서 시는 14개 업소에 대한 보상 협의를 완료했다.

공사가 시작하기 전이지만 앞서 보상을 끝낸 일부 업소들은 불이 꺼진 채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공사가 시작되는 건물 앞에는 보상이 완료된 건축물에 불법 출입시 민·형사상 고발 조치를 안내하는 글이 게재돼 있었다.

명절 연휴 때면 업소마다 환하게 불이 켜져 있던 예년과 비교하면 집결지 일대 거리는 조금씩 변하고 있는 모양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지나고 수원역이 교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1960∼1970년대 업소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지난해까지 113개 업소에서 종사자 200∼300명가량이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를 근절하고 일대를 변모시키기 위해 시는 지난 2014년 성매매 집결지 정비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업주들의 반발과 민간 사업자 참여 부족 등으로 정비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업소 종사자 B씨는 "공사 이후 건너편으로 넘어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예 이곳을 떠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인근에서 30여년간 미용실을 운영 중인 C씨도 "예전보다 미용실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줄어 지금은 혼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근·손성배 기자 lwg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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