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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던 빌라 시장 자극할까 잠재울까… 2·4대책 영향은

들썩이던 빌라 시장 자극할까 잠재울까… 2·4대책 영향은

조선비즈

백윤미 기자

입력 2021.02.06 06:00

지난 4일 발표된 정부의 대규모 공급 대책에 따라 빌라 밀집 지역의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안 그래도 크게 오르던 다세대·연립주택(빌라)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좋은 입지의 빌라 가격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과 함께 공공 재개발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줄면서 강보합세 분위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정부의 고밀 개발 소식에 빌라 가격이 1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상승률은 0.41%로 2009년 10월 0.67% 이후 최대다. 공공재개발 정책으로 주목받는 빌라 등 서울의 연립주택은 지난달 ㎡당 평균 가격이 504만4000원까지 올랐다. 2013년 4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연립주택의 ㎡당 가격이 500만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의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6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격은 0.41% 상승했다. 이는 2011년 8월(0.52%) 이후 10년여 만에 월간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0년이 넘는 노후 빌라는 0.45% 올라 상승 폭이 더 컸다. 서울 빌라 매매수급지수도 107.6을 기록해 2012년 12월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도 증가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357건으로 11월 4312건보다 20% 증가했다. 지난 5일까지 집계된 1월 거래건수는 3522건으로 아파트(3120건)보다 많은 상황이다.

이는 임대차 2법 등이 촉발한 전세난으로 아파트에서 밀려난 실수요층이 빌라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월 서울 주택의 중위 가격은 8억759만원, 경기는 4억611만원으로 각각 처음으로 8억원, 4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1만원이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4억원을 넘기며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정부의 공공재개발 기대감에 따른 투자 수요가 빌라로 몰려간 것도 빌라값 강세에 영향을 줬다. 정부가 지난 15일 서울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를 발표한 후 인근 빌라 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는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구역이다. 2차 추가 발표가 있는 3월 말까지 빌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난 여파로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는데 주택을 매수하려는 실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라면서 "아파트의 대체재로 가격이나 대출이 비교적 용이한 빌라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다만 2·4 대책 이후 빌라를 여전히 매수해야 하는 지를 둘러싸고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이 시행되는 지역의 부동산을 4일 이후 취득한 경우 주택이나 상가 등 우선 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재개발 등으로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주택을 거래하면 입주권 대신 현금청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금청산은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개발 기대이익에 따른 프리미엄을 주고 매수한 사람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또 매입 당시 재건축∙재개발과 관련 없는 주택이라도 4일 이후 계약됐다면, 훗날 공공 정비사업 추진 시 이런 조치가 소급 적용돼 아파트 우선공급권 대신 현금을 받고 수용 당할 위험도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마련된 대책만으론 수용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앞으로 어떤 면에서는 주택 거래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개발을 노린 빌라 투자는 원래도 위험성이 아주 높았다"면서 "지금은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책과 관계없이 빌라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4 대책의 핵심이 저밀도 노후화 지역의 고밀도 개발로 주택 공급을 꾀하는 것이기 때문에 빌라 밀집 지역엔 호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입지가 좋은 곳은 굳이 2·4 대책에 제시된 대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에 나설 필요가 없다.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 등을 받지 않고도 수익성이 날 수 있는 입지 좋은 곳은 지금처럼 민간 중심으로 정비사업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재건축이나 가로주택 정비 등의 방식이 대표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번 대책으로 저층 주거지 재개발이 가시화돼 해당 지역 빌라에는 비전이 생긴 셈"이라면서 "입지 좋은 곳의 신축 빌라는 실수

요 중심, 노후 빌라는 투자자들이 모이는 형태로 최근의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자 수요가 크게 들어오지 않더라도 실물 자산 가격이 오르는 국면이라 단독 주택 가격이 오르면 키 맞추기로 더 오를 수 있다"면서 "대책 여파로 극단적으로 빌라값이 하락한다기 보단 혼조세나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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