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예술은 지속돼야 한다] 1. 예술공간 봄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입력 2021. 01. 10 오후 5 : 26
14일까지 예술공간 봄에서 진행되는 이건주 작가의 '한 처음에' 전시 전경
“더는 설 자리가 없다.”
지난해 내내 문화예술인들이 쏟아낸 말이다. 코로나19는 관객과 예술가를 멀어지게 했고, 예술인들의 설 자리를 빼앗았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계절, 코로나19 속 변화한 시대에 맞춰 새로운 시도로 예술활동을 이어가거나, 예술의 자리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예술가와 단체 등을 찾아간다. 우리의 삶이 이어지는 한, 예술은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예술공간 봄’은 다른 미술관, 전시장과 달리 바쁘게 다음 전시를 준비 중이었다. 14일까지 진행되는 이건주 작가의 개인전 <한 처음에(In the Beginning)>가 종료됨과 동시에 곧바로 또 다른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전시장 2층은 공간 확장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코로나19가 없던 지난 2018년과 2019년은 매년 300여명의 작가들이 전시를 기획하며 6개의 전시장이 빈틈없이 작가들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 곳에서 열린 전시는 50여 회에 불과하다.
변한 건 전시 횟수뿐만이 아니었다. 전시 발표회와 전시장에서 진행된 작가들의 설명이 사라졌다. 행위 전시는 미뤄지거나 아예 취소 되기도 했다.
전시 횟수가 적고, 일정이 변경되다 보면 전시를 기획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윤숙 예술공간 봄 대표는 작가들의 전시 공모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 “단 한 명의 관람객만 와도 괜찮다”는 게 그의 말이다.
10일 이윤숙 대표가 예술공간 봄에서 진행되는 이건주 작가의 전시 '한 처음에'를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작가는 전시를 통해 작품 과정과 자신의 생각을 마무리할 수 있고, 다음 작품의 영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피드백을 통해 작품을 보완해 나간다”면서 “관람객들은 작품의 질감, 전시장 조명에 따라 작품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고, 또 진정으로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작가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일반인들의 관심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4월 경기문화재단이 도내 미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작품구입 및 활용’과 같은 프로젝트는 예술인들의 생계 걱정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살 기회였다. 구입된 작품을 전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는 곧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전시장을 이어나가고, 기획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그가 어려움 속에서도 작가들의 작품을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런 행위가 누군가에게 삶의 원동력이 될 거란 생각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림을 찾는 이들은 분명히 있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아주 많습니다. 작가들이 위축되고 활기를 잃은 상황에서 전시를 이어나가는 것은, 작가에겐 작품 활동을, 그 어떤 관람객에겐 살아갈 의지와 영감을 주는 원동력 아닐까요?”. 그의 기대감 대로 2021년 문화예술계에 봄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10일 이윤숙 대표가 예술공간 봄에서 진행되는 이건주 작가의 '한 처음에'를 설명하고 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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