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동산 정치, 지금이 손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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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2020.04.20 10:30 기사입력 2020.04.20 10:30
[아시아경제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잔치는 끝났고, 길거리에는 무수한 부동산 공약(空約) 쓰레기만 남았다." 지난 4·15 총선 직후 지인들과 나눈 선거 후일담 중 나온 얘기다.
선거때마다 위정자들이 쏟아내는 빈 약속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선거마다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부동산 공약'은 단골 메뉴다. 이번 총선 역시 한 포털의 검색에서 '부동산' 키워드 검색량은 5.8(최대 검색량 100 기준)로 '조국(1.34)' 전 법무부장관, '북한(2.67)' 등 다른 정치 이슈의 빈도를 압도했다고 한다. 또다른 포털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가 선거를 앞두고 90일 내내 1위를 차지했다고 전한다. 부동산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거로 대표되는 정치에서 결코 외면하기 힘든 유혹이다.
실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은 공약의 1순위 메뉴였다. 참여정부는 "강남 집값만은 잡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집권 5년 내내 부동산을 본격적인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명박 정부는 저렴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달콤한 공약을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는 철도 위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약속을 공약집에 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전 세 정부가 내놓은 공약은 하나같이 실패로 귀결됐다. 참여정부는 결국 강남 집값과의 패배를 인정했고,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는 용두사미가 됐다. 박근혜정부의 철도위 주택은 첫삽조차 못뜨고 백지화됐다. 이번 정부 역시 다르지 않다.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집값 잡기'다. 문재인정부 3년동안 쏟아진 집값 잡기 대책만 19차례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무주택 서민' 아니면 '다주택 투기꾼'이라는 정치 프레임 속에 양분됐다.
최근 치솟던 집값이 잡히는 분위기다.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 집값은 3월 이후 뚜렷한 하락세다. 수도권 외곽지역 풍선효과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그런데 과연 집값 하락이 정책의 성공이라고 반길 때일까. 과거 사례를 보면 집값 하락은 거의 예외없이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2008년 금융위기 때 집값은 하락했다. 기업과 가계가 도산의 위협에 처했던 시기다. 현재의 상황 역시 그때와 닮아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은 집값 하락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가계부채 규모가 일정한 수준을 넘어선 상태에서 집값이 급락하면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부진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굳이 이 경고가 아니더라도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 내집마련이 쉬워질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단편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부분 중산층의 자산이 '집 한채'에 집중된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과도한 자산가치 하락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실물경제에 타격이 된다. 직장을 못구하고 소득이 줄고 빚은 쌓였는데 집값이 떨어진들 내집마련 길이 가까워졌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 부동산 정책도 고민에 빠졌다. 과도한 집값 하락을 부추길 규제 일변도 정책을 밀어부칠 수도, 그렇다고 기존 정책을 뒤집고 집값 방어를 위해 부양책을 쓸 수도 없게 됐다. '가격'에만 집착한 정책이 가져온 딜레마다.
다만 발상을 전환하면 최근의 시장 상황은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가격'의 굴레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중장기 부동산 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무조건 규제를 풀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책에서 반시장적 요소를 걷어내고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의 틀을 만들라는 것이 시장의 요구다.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예측은 가능한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집값 떨어졌다고 규제 확 풀고, 집값 올랐다고 시장을 옥죄는 정책이 반복되서는 안된다. 정권 바뀔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지는 부동산 정치에 국민은 지쳤다. 이제 그만 정치에서 부동산을 놓아줄 때다.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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