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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의원 “한·미 FTA 깨라는 게 말이 되나? 철부지같은…”

김진표 의원 “한·미 FTA 깨라는 게 말이 되나? 철부지같은…”

기사입력 2019.12.17. 오전 10:17

[주목 이 정치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반개혁적’이라며 총리 기용 반대한 노동·시민단체에 대한 항변
-“나보고 친기업이라는데 부인도, 비판도 않겠다…법인세율, 상황 따라 정책 변수로 쓸 수 있어야”

-“기술 혁신형 스타트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담보 대출에서 투자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금융혁신 필요
서울 근교 정부 보유 골프장에 대규모 임대주택 짓자

국무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경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일각의 총리 후보 지명 반대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며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었다.

김 의원은 당초 국무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다 일부 노동·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부터 얘기를 꺼냈다. 그는 “4개월 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정부·여당으로선 지지 세력을 더 불리고 공고히 해야 하는데 조국 사태 때처럼 안에서 분란이 일어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 측에 고사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아쉬움도 묻어났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이 자신의 관료 시절 법인세 인하,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총리 후보 지명을 반대한데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2011년 자신이 야당 원내대표로서 한·미 FTA 비준을 이끈데 대한 비판에 “우리 정부가 체결했고 미국 의회가 비준했는데 야당이 됐다고 그걸 깨라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한 뒤 “그건 한·미 동맹을 깨라는 거잖아. 경제는 현실이다. 철부지같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날더러 반개혁적이라고 하는데 금융실명제·부동산실명제 작업에 참여하는 등 항상 개혁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장기 저성장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반전시켜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 혁신형 스타트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금융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인수위원장 격인 국정자문위원장을 지냈는데 총리 후보 지명에 일부 노동·시민단체가 반대한데 대해 서운하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죠.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모두 가장 큰 이유로 내가 관료 때 법인세율을 인하했다는 점을 들어 친기업 인사라고 하는데 부인하지도 비판하지도 않겠습니다. 세율, 특히 법인세율은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 변수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 경제부총리를 맡았죠. 그 당시 우리 경제가 얼마나 힘들었느냐 하면 외평채 가산 금리가 115bps(1bp=0.01%포인트)였어요. 정상적이라면 100bps를 넘지 않아요.

그렇게 된 몇 가지 상황이 있었어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불거진 미국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대선에서 이겼다는 것이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의 평가였어요. ‘효순·미선이 사건’으로 서울에서 성조기가 불태워졌죠. 그 장면을 CNN이 계속 내보냈어요. 그때 마침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죠. 그때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기자들이 ‘북한 핵이 위험한 것 아니냐’고 하자 ‘걱정 마라. 미국은 인명 피해 거의 없이 핵 시설만 싹 도려낼 수 있는 공격 능력이 있다’고 했죠.

그게 언론에 나가자 ‘한국에서 전쟁 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가산 금리가 올라갔고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 등급을 두 단계 하향하면서 한 달 후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했어요.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고 노무현 정부 출범 한 달 안에 가산 금리가 정크본드 수준을 뛰어넘는 160bps까지 올랐어요. 이정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을 고쳐 2년 후 법인세 인하를 실행하자고 했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집권해도 한국은 경제와 기업을 살리는 정책을 편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의도였죠. 그래서 법인세율 인하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미 FTA 체결 주역이라는 비판도 합니다.

“한국에서 전쟁 난다고 해서 그 불을 끄기 위해 미국에 달려가 우리 경제에 대한 설명회(IR)를 열었죠. 당시 반기문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영어를 잘하고 전략통으로 잘 알려진 3성 장군을 데려갔어요. 전쟁이 나면 반드시 이긴다는 목소리를 군인을 통해 하면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죠. 주효했습니다. bp도 내려갔죠.

한·미 FTA도 그래요. 미국 의회까지 비준했는데 야당이 됐다고 그걸 깨라는 게 말이 됩니까(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때 체결, 이명박 정부 때 국회 비준). 한·미 동맹을 깨라는 거예요. 그러면 한국 경제나 안보가 미국 핵우산 속에서 보장되는데 그런 철부지같은…. 또 부총리 시절 카드 사태 대처 문제로 참여연대가 날 미워하죠. 참여연대는 삼성·LG카드를 부도내라고 했어요.

부도내면 삼성과 LG가 망가지죠. 그러면 외환 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가 옵니다. 나는 ‘절대 부도내지 못한다’고 했어요. KDB산업은행이 비중이 가장 큰 LG카드를 인수한 뒤 1년 만에 주가가 뛰어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지분을 팔았죠. 참여연대 관점에선 그게 미운 겁니다. 원칙에 어긋났다는 건데, 경제는 현실이지….”

-지금도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우리 경제의 신뢰도가 아주 좋아 그럴 이유가 없어요.”

김진표 의원은 "기술 혁신형 스타트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담보 대출에서 투자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금융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범세 기자

-하지만 고용·소비·투자·수출 등 경제 지표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 25년 동안 매 정권 5년마다 성장률이 1%씩 떨어지는 장기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 첫해엔 3%대로 올라서 살아나나 했는데 작년에 2.7%였죠. 올해는 2%대 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장기 저성장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반전시켜야 합니다.

새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새 성장 동력을 만들어 냈는데 그게 기술 혁신형 스타트업입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중국·이스라엘 기업과 은행들이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살펴보세요. 스타트업 중 좋은 것을 찾아 투자해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인수·합병(M&A)을 통해 주된 수입을 올리고 있죠. 이게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과 자본이 하나로 통합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옛날식 사업을 해선 이익이 안 생겨요. 덩치가 큰 재벌로는 한계가 있죠. 미국의 재벌들은 사내 벤처를 활성화해 수익률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권한을 과감하게 하부로 이양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게 잘 안돼요. 우리는 국제 흐름에서 10~15년 뒤떨어져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새 성장 동력은 뭐가 돼야 하느냐, 석·박사급 엔지니어들이 창업 시장에 끊임없이 뛰어들어 도전하고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게 없으면 우리 경제를 장기 저성장 늪에서 반전시키지 못합니다.

왜 스타트업이고 벤쳐냐 하면 작고 빠른 놈만이 새로운 융합적인 영역을 만들어 내는 도전을 할 수 있지 공룡 기업은 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내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될 수 있는 후보 기업을 1000개 정도 골라내자고 정부에 제안했죠. 이런 걸 하려고 당 대표, 총리가 되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 ‘스타트업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규제가 많습니다. 타다 규제를 보면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둬서 그래요. 각 당이 ‘우리가 앞장서 택시업계를 죽였다’는 소리를 듣기 싫으니까 봉합만 하고 넘어간 겁니다. ‘스피커’인 택시 운전사들과 충돌하기 겁이 나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회 흐름과 분위기를 바꿔야죠. 노조와 택시 운전사들이 저항해도 설득하고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 고쳐야죠.”

-서비스산업발전법도 8년 동안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습니다.

“이제 돌파해야 합니다. 개업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인데 설득해야죠. 개인 병원들이 어려워지니 법인 체제로 바뀌어 갑니다. 그런데 개인은 영리고 법인은 비영리다? 그게 말이 됩니까. 필요하면 외국 자본과 기술도 들여와야죠. 의사들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직시해야 합니다. 의사가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요. 예방의학·진단의학·치료의학 모두 로봇이 잘합니다. 기업형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시장이 그렇게 재편되고 있죠. 그 변화를 거부한다면 그 사람만 망하는 겁니다.”

-금융 혁신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뭡니까.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문제는 금융 분야가 뒤처져 있다는 겁니다. 우리 금융사들은 일본에서 적산으로 물려받으면서 관치가 생겨났어요. 이후 민영화됐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다시 국영화했다가 또 민영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주인 없는 금융사가 됐죠. 노조가 다른 것을 보겠어요? 고용 안정성 중심으로 하다 보니 위험 큰 기업 대출을 기피하게 되죠.

금융사들이 제 역할을 안 하니 우리 기업들이 어려워지죠. 특히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금융사들은 영업 패턴을 완전히 바꿨어요. 상업은행 역할이 크게 줄고 투자은행 비중이 커졌습니다. 투자 은행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새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스타트업들의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재편했습니다. 우리는 이게 안 돼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바이오, 미래 자동차, 스타트업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죠. 이런 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재교육 시스템이 하루빨리 갖춰져야 합니다.

또 은행들이 ‘리스크 테이킹’을 안 하고 담보 대출만 하죠. 21세기에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스타트업들이 창업하고 난 뒤 몇 년 지나면 기술 개발이 한계에 봉착해요. M&A로 탈출구를 찾습니다. M&A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 일을 금융사들이 하는 거예요. 우리 금융사들은 그걸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안 돼요. 그래서 금융 혁신을 하자는 겁니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동산 문제의 기본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좋은 주거 조건을 가진 대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겁니다. 문제는 지을 땅입니다. 국토교통부에 아이디어를 준 게 있어요. 88·뉴서울 등 서울시청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에 정부가 보유한 골프장이 많습니다. 최고의 주거지입니다. 골프장당 임대주택 수만 가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정치판이 더 험해진 것 같습니다.

“갈등을 법과 제도 틀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선거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우리 정치는 각자 자기주장만 하고 아니면 굶어죽는다는 식으로 대결 정치를 합니다. 그 책임은 국민에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뽑으면 안 됩니다.”

-원내대표 시절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동물국회’를 막으려다 ‘식물국회’가 돼 버렸다는 지적과 함께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우리가 야당 땐 좋았죠. 그런데 여당이 되니 하나하나 걸림돌이 되는 겁니다. 그래도 동물국회보다 식물국회가 낫지요. 국회는 항상 열려 있고 끊임없이 대화해야지 국회 보이콧을 투쟁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선거에서 51 대 49가 됐다고 해서 51%를 얻은 당이 마음대로 하면 상설 국회를 둘 필요가 없죠. 선거에서 이겼더라도 49%를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담아 대화와 타협을 해야죠. 지금 위기입니다. 경제가 망하면 여야가 어디 있겠어요. 다 망하는 거지. 25년을 내리막 성장을 했잖아요.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성장률 2% 아래로 내려가고 그다음은 0%, 마이너스입니다. 필리핀·아르헨티나와 다를 게 뭐가 있어요. 이제는 진영 논리로 싸우는 것이 웃긴다 이겁니다. 이 빠른 변혁의 시기에 진보와 보수가 어디 있습니까.”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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