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대표 농산물 먹거리 만들래요”
- 박건 기자
- 승인 2019.11.05 19:37
수원시농기센터 농식품 창업아카데미를 찾아서
농식품 융복합 창업아카데미 가공실습 장면./수원시 제공
농기센터, 올해 첫 창업아카데미 개설
16주간 농식품 융복합 창업교육 진행
식품트렌드·개발전략·마케팅 전수
수강생 중 5명 모여 협동조합 추진
수원의 토종 농산물로 선물세트 기획
농기센터 “창업 아이템 등 도움 제공”
“‘수원’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농산물 먹을거리를 우리 손으로 만들겠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된 수원시에서 농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는 농업 인구와 경작 면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수원시 농업기술센터는 경쟁력을 갖추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이른바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위한 길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인들을 도왔다. 그 결과, “농업이 답”이라고 외치는 숨은 재주꾼들이 뭉쳐 수원의 대표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김인분(62) 씨는 40년 넘게 토종느타리버섯과 고추를 생산하는 농사꾼이지만 농사는 늘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어느 해는 고추가 색이 잘 들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졌고, 어느 해는 버섯의 작황이 좋아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졌고, 잘게 찢어야 하는 토종 느타리버섯은 손질이 편리한 신품종에 자꾸만 자리를 뺏기곤 했다.
그런 농작물로 부각을 만들어 지역판매장에 내놓으면 인기가 높아 상품화하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원시내에서 양봉업을 하는 김병주(52) 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도심 속 밀원식물을 활용해 화서동과 우만동 등 수원시내에서 꿀을 생산하는 그는 꿀젤리와 꿀견과 등을 만들어 지역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가하곤 했다.
그런데 꿀보다 꿀젤리 등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훨씬 좋아 본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해 보려 고민해도 시작하기 위한 사업정보는 막막하기만 했다.
이들은 수원시농업기술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농식품 융복합 창업 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수원에서 생산되는 농업자원과 소재를 발굴하고 상품화를 지원하고자 지난 3월부터 16주간 농식품 융복합 창업 아카데미 교육을 진행했다.
23명의 수강생이 전문가들로부터 식품트렌드, 원료의 특성, 개발 전략, 가공기술, 실습 등을 배웠다. 또 가공창업 인허가 절차, 위생관리 및 HACCP 인증, 원가분석 방법, 마케팅과 디자인 전략 등 실제 창업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았다.
이후 열정과 열의를 가진 수강생들에게는 실제 창업을 위한 제품개발과 마케팅을 전략코칭까지 지원됐다.
이 과정에서 5명이 ‘숨꾼협동조합’을 설립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도라지정과 등 선물용 식품을 만드는 안현숙(59) 씨, 꽃차 등 꽃을 활용한 가공식품 박미숙(52) 씨, 허브소금을 만드는 젊은 허브농장주 박가영(28) 씨가 함께 하기로 했다.
‘숨은 재주꾼’을 줄여 ‘숨꾼’이라는 이름을 만든 이들은 금곡동에 공동 판매장으로 활용할 창업공간을 임대하고 즉석판매를 위한 제조·가공업 영업 허가 신청 등 제반 준비사항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솜씨는 있지만 디자인과 마케팅 등 상품화를 위한 정보가 부족했던 구성원들은 각자가 만들어 내는 상품을 적절하게 조합해 ‘수원의 대표 선물 꾸러미’를 만드는게 목표다.
구성원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강의를 다닐 만큼 솜씨를 인정받는 실력자들이라 만날 때마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꽃차를 마시며 부각을 먹을 수 있는 상품,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도라지정과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꿀젤리 등을 조합해 선물세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환경이 열악해질수록 몸에 좋은 것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소비자가 많은 도시에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인 가공식품 사업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으면 판매액 일부를 이웃돕기로 환원하고, 향후 체험관 등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그리고 있다.
창업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와 교육을 지원받은 이들은 상품화와 창업 과정에서 농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그러나 안전성 확보 등 식품사업의 전문적이고 다양한 진입장벽이 대규모 업체에 유리한 구조인 만큼 공공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유주방이나 가공센터 등 투자비용이 큰 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의미다.
협동조합의 막내이자 청년 여성농부인 박가영씨는 “초기 투자비용 등이 많이 들어 상품화를 고민하던 중 마음이 맞는 분들과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만큼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 수원의 대표 농산물을 공급해 도시에서 농업을 6차산업화 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사를 지으며 창업 아이템이 생겨도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내 농업인 지원은 물론 도시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농업인의 날(11일)을 하루 앞둔 10일 탑동 시민농장에서 도시농업 작은마당을 개최해 도시민과 농업이 상생하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건기자 90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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