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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래헌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기고] 박래헌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 박래헌
  • 기사입력 2019.10.24 21:21

 


 

 

수원 화령전(華寧殿)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35호로 지정되어 지난 8월 말 고유제(告由祭)를 지냈다.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된 후 56년 만에 보물로 승격하였다. 이날 고유제는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에서 전향축례(傳香祝禮), 제관취위(祭官就位) 등을 진행하였고, 경사를 정조대왕께 아뢰고자 어진을 모신 운한각에서 제관들이 술잔을 올리는 작헌례(酌獻禮)를 행하였다.

화령전은 정조대왕이 승하한 뒤 어진을 모실 영전 건축으로 1801년에 건립하였고, 당시 서울에서 궁궐 건축을 담당했던 최고의 장인 400여 명이 참여해 2달 9일 만에 완성하였다. 짧은 기간에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왕실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의 도시 발전 과정에서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고 창건 당시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의미에서 보물로 지정되었다. 특히, 전주의 경기전과 함께 궁궐 밖에 남아있는 드문 사례로 정조 이후의 모든 왕이 직접 방문하여 제향하였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순조는 재위 중 9번 작헌례를 올렸으며, 헌종, 철종, 고종도 화령전에서 작헌례를 올렸다.

화령전의 중심 건축군인 운한각(雲漢閣)·복도각(複道閣)·이안청(移安廳)은 ㄷ자형 배치구조로, 조선 후기 변화된 새로운 형식의 영전 공간구성을 보여준다. 또, 정전의 좌우에 온돌이 있는 협실을 두었으며, 여러 물품을 보관했던 퇴칸의 크기를 주칸과 달리한 건축구조로 되어 있다.

공간은 지역사회에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누군가에겐 삶의 애환이자 터전이며, 소통과 공감의 장 혹은 인생의 기회, 역사적 현장 등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를 것이다. 지역민이 공감하고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은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꾸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서 관광객만을 위한 무언가를 억지로 만든다. 지역민이 좋아하고 즐겨 찾으며 관광객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정조대왕의 효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었고 효를 실천하기 위한 터전으로 수원을 선정하였다. 정조대왕은 지극한 효심을 전하고 왕권을 강화하며 민생안정을 추구하고자 수원화성을 축성하였다. 자신의 개혁 터전이자 또 하나의 수도를 만들고자 화성행궁의 규모도 대대적으로 늘렸다. 순조 또한 아버지에 대한 효심과 그 뜻을 계승하고자 수원화성에 아버지 어진을 모셨다. 조선 시대 최고의 행궁인 화성행궁은 일제의 강제병합 전후로 대부분 철거되었고, 현재 복원된 화성행궁이 자리하고 있다. 화령전은 정조대왕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200년이 넘는 세월 오롯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조대왕의 사상과 정신이 온전히 깃든 화령전이야말로 훌륭한 우리의 관광자원이다.

이념 갈등과 소통 부재로 대립하고 있는 지금, 정조대왕이 추구한 사람과 사람이 화목하고 즐거운 사회, 즉 인인화락 사회를 만들어갈 때이다. 화합을 통해 지역 사회가 단단해지면 국가경쟁력도 커지게 된다. 올해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한 수원화성문화제는 정조대왕의 ‘인인화락(人人和樂)’과 ‘여민동락(與民同樂)’ 뜻을 담아 백성이 즐겁고 살맛 나는 축제로 시민과 함께 화합하였다. 또한, 보물로 지정된 화령전을 찾는 관광객들은 전 보다 많아질 것이며, 우리는 정조대왕이 추구한 애민사상, 개혁, 실사구시 등의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 우리 재단은 수원화성을 보존하면서 정조대왕의 뜻을 담은 프로그램을 발굴 개발에 힘쓰고 있다. 문화의 존재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며 재단의 역할은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20년 전 정조대왕이 추구한 가치를 미래로 이어나는 것이 우리 재단의 역할이며, 문화도시 수원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가을장마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다. 다행히 고유제를 올리기 바로 전 비가 그쳐 행사를 행할 수 있었다. 고유제를 지내는 동안 하늘은 개었고 화령전 뒤편으로 무지개가 떴다. 보물 지정에 대한 경사를 정조대왕에게 아뢰는 경사스러운 시간 정조대왕께서도 함께 기뻐하시는지 하늘에 무지개가 피었다. 고유제가 끝나자마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박래헌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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