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칼럼/ 수원사생(寫生) 30년, 이유 없는 감동은 없다
- 새수원신문
- 승인 2019.10.21 09:23
“내가 천국에 가면 최초의 백만 년은 그림을 그리며 지낼 작정이다.” 윈스턴 처칠의 위트 섞인 술회(述懷)다.그는 선명한 자연의 색채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미술은 결코 어떤 사물의 기록이 아니다. 또한 순간적인 자연의 묘사도 아니다. 작가의 숨결이다.수원의 사생화가들의 단체인 수원사생회가 30돌을 맞았다. 1989년 지역사회의 미술인 저변을 확대하고 상호 간의 협조를 통해 개인의 미적소양을 개발하자는 뜻에서 출범했다.개성이 강한 화가들이 화구(畵具)를 챙겨 화합하며 사생(寫生)이란 장르에 긴 세월을 동행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성싶다.
아마도 모임을 이끈 역대 회장들의 각고의 노력과 80여명 회원들의 열성적인 참여가 낳은 산물일 것이다. 수원미술전시관에서 개최한 ‘30주년 특별초대전’과 많은 자료와 작품을 담은 ‘수원사생회 30년사’ 발간은 그래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분명 수원 화단(畵壇)에 한 획을 그었기 때문에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야외스케치나 작품개인전이나 단체정기전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수원구치소. 충주구치소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에 입원 환우들을 위해 작품을 기증했다.
이렇듯 작품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며 위로와 감동을 주고 나눔을 실천했다. 태양빛과 대기 속에서 탄생한 사생화의 에너지가 발산될 것이다.
사생화는 실재하는 사물을 보고 모양을 간추려서 그린 그림이다.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
사생화(寫生畵)의 본질은 햇빛아래에서 자연을 예찬하는 화가들의 순수한 노래이자 캔버스에 담은 시(詩)다. 매월 정기적으로 원활한 사생을 위해 전국방방곳곳을 버스로 이동한다. 스케치 여행에 사전답사는 필수다. 꼼꼼히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그래도 사생지(寫生地)를 찾아 종일 헤매거나 민박을 할 때도 있다. 태양을 사랑하며 빛과 색으로 세상을 표현한다.
유화, 수채화, 한국화, 드로잉 등 다양한 재료와 표현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컨템퍼러리(contemporary) 인상주의 작가들이다.
생생한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색채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풍경사생을 즐긴다. 자연을 마주하면서 자연환경의 미세한 움직임, 그 속에서 신비로운 색감의 변화를 탐구한다. 영상보다는 색채에서 오는 감성과 서정 세계를 표현한다. 수채화는 물도 색이요 빛이다.
“빛과 색의 환희는 바로 물을 자유롭게 처리함으로서 이루어진다.”라고 김주영 화가는 수채화의 참맛을 일러준다. “삶속에서 묻어나는 조형적, 공간적, 순간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게 한다. 자연의 질서와 배치에 경의를 느낀다. 그 오묘하고 신비로운 자연과 인간사이의 삶은 참 아름답다”라고 박영희 화가는 말한다.
그림은 창조다. 작가 정신의 의식적인 조형물이다. 그 조형이 얼마나 강하게 인간의 감성을 울리는지가 중요하다.
‘겨울 풍경’에 함박눈이 내려 산의 계곡이 하얗게 덮여있다.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눈이 떨어질 것만 같다. 자연을 보면서 그리지만 자연과는 별개의 그림이 만들어 진다.
그림이란 역시 기술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의 언어’가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기술을 연마하지 않아도 사람자체가 훌륭하다고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는 선·색·형태의 조합으로 의미나 감정 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하다. 화가들이 불러낸 선, 색채, 형상을 다양한 표현과 형식을 통해 화가의 감정을 다른 이들에게 동일한 감정을 체험하게 한다. 이유 없는 감동은 없다. 계절의 변화, 흐르는 물, 산과 바다 그리고 많은 생물들, 그 어느 것이나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조화의 묘(妙)가 아닌가. 우리들은 자연을 잘 보는 눈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
‘수원사생화 30년’이 생각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계속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예술혼을 발휘’, 예술의 도시-수원의 단단한 밑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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